USTR, 무역법 301조로 中 조사 착수
美 대중국 조치, 국내 메모리 가격↑
CXMT, DDR5 양산···고객 확보 나서
반도체 업계 "상황 면밀히 주시 중"

중국의 저가 메모리 공세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위협받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이러한 움직임은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변화를 예고하며 국내 업체들에 반등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통해 저가 반도체를 대량 공급하며 글로벌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중국이 국자 주도로 반도체 공급을 대대적으로 늘리며 다른 반도체 생산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 반도체 업체들에 보복관세나 수입 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대중국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 업체들의 저가 메모리 공급이 줄어들어 메모리 가격 상승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메모리 가격 하락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DDR4를 기존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판매하며 가격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DDR(Double Data Rate)은 데이터를 읽고 쓰는 데 특화된 D램으로 숫자가 클수록 최신 세대를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사양 제품인 DDR5로 전환하고 있지만 물량 증가로 DDR5 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술 격차로 구형 D램만 생산하던 CXMT가 최근 인공지능(AI) 서버와 AI PC에 사용되는 DDR5 양산에 성공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XMT가 DDR5 생산을 시작하며 고객사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율(양품 비율)이 80% 전후라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국내 업체들의 수율이 80~90%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양산 공정 기술이 상당히 향상됐음을 나타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PC용 D램(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이 7월 2.1 달러에서 11월 1.35 달러로 35.7%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범용 메모리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도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8월 63조 원에서 이달 41조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비중이 작아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차세대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며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1c) 미세 공정을 적용한 DDR5 개발에 성공했으며 삼성전자도 내년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이 현실화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