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의 세계음식이야기]
프랑스 혁명과 닭요리
닭고기 요리와 민주주의
닭고기로 상징하는 정치적 비유
탄핵정국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고 전 세계는 이러한 한국의 상황을 주의 깊게 보도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 상황은 점차 악화하고 있으며 국가 신용도는 급락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러 식재료를 구매하다 보니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고기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닭고기를 사게 되었다. 닭고기는 조류독감 같은 전염병이 돌지 않는 상황이라면 가장 저렴하고 양이 푸짐한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식재료이다. 배달시켜 먹는 치킨 한 마리 가격이 2만원을 훌쩍 넘어가다 보니 집에서 요리해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 세계인이 종교나 문화적 차이에 상관없이 가장 대중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 식재료가 바로 닭고기이다. 세계의 닭고기 요리는 각국의 문화, 재료, 조리 방식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독특하게 발달하여 왔다. 한국의 삼계탕처럼 인도의 탄두리 치킨, 프랑스의 코코뱅 치킨, 미국의 프라이드 치킨 등 세계 각국에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닭고기 요리가 한두 가지씩은 있다.
닭은 기원전 6000년경부터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 사육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고대 중국 기록에는 닭고기가 약용 및 고급 식재료로 사용된 사례가 남아 있다. 닭은 주로 고대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사육되기 시작했으며 초기에는 주로 의례적 용도(희생 제사, 종교의식)와 싸움닭으로 사용되었으나 점차 식용으로 확대되었다.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15세기경, 닭은 이집트에 전파되어 왕족과 귀족들의 주요 식품이었고 고대 로마인들에게도 닭고기는 특별한 잔치나 연회에서 즐겨 먹는 고급 요리로 여겼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닭은 유럽 전역에서 널리 사육되었으며, 귀족과 일반인 모두 즐겨 먹는 대중적인 육류가 되었다. 중세 요리에서는 닭고기를 꿀, 향신료와 함께 조리한 레시피가 주로 사용되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할랄 규정에 따라 닭고기가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으며 이슬람 무역망을 통해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에까지 확산하였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식재료이다 보니 닭고기는 다양한 정치나 문화의 상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닭고기는 때로는 권력의 상징, 경제 정책의 도구, 외교적 수단으로 사용되며 정치와 얽힌 독특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프랑스 혁명과 ‘닭 요리’
프랑스 혁명은 근대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역사적 사건으로 당시 혁명의 정신은 "자유, 평등, 박애"였으며, 이는 모든 계층이 기본적인 권리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지향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 지도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프랑스 농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모든 프랑스 가정에서 일요일마다 닭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 당시 닭은 당시 귀족만이 먹을 수 있던 고급 식재료로 여겨졌으나 나폴레옹은 이를 대중 음식으로 보급하려 했으며 이는 경제적 평등과 대중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한 민주주의의 이상과 연결된다. 이후 프랑스의 요리 문화에서 닭 요리는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오늘날에도 프랑스의 대표 요리 중 하나로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와 앙리 4세도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모든 프랑스 가정에서 일요일마다 닭 한 마리를 먹을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이 발언은 국민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후 닭 한 마리는 프랑스의 서민 경제와 사회 안정을 나타내는 프랑스의 복지 정책의 상징이 되었다.
또한 수탉이 프랑스 혁명때 왕정을 무너뜨린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와 강인한 정신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져 프랑스의 국가 상징으로 수탉을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축구연맹 로고에도, 프랑스 대통령이 사는 에리제궁에도 수탉 장식이 있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프랑스어로 '와인 속 수탉'이라는 뜻의 코코뱅 (Coq au Vin)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닭요리로 닭고기를 와인, 돼지비계, 버섯, 그리고 기호에 따라서 마늘과 함께 넣어 조리한 것이다. 코코뱅이라는 요리 이름도 와인 속의 암탉이 아닌 수탉이라는 의미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프랑스는 수탉을 국가를 상징할 만큼 매우 귀중하게 여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닭고기 요리와 민주주의
민주주의와 닭고기 요리는 언뜻 연결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흥미로운 역사적 일화와 상징적인 사건들이 몇 가지 존재한다. 닭고기는 국민의 삶에 밀접하게 관련된 음식으로 민주주의의 과정과 대중의 삶을 상징적으로 연결해 주는 사례로 등장하곤 한다.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특정 정치인들이 선거 운동 중 유권자들에게 닭고기를 제공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일이 있었다. 이는 정치적 부패와 매표 행위를 나타내는 풍자적 표현으로, "치킨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선거에서도 닭 요리와 연결된 일화가 있는데 20세기 초 정치 캠페인에서 "닭 요리"는 흥미로운 역할을 했다. 1928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 허버트 후버는 "모든 냄비에 닭 한 마리, 모든 차고에 차 한 대(A chicken in every pot and a car in every garage)"라는 슬로건을 사용했다.
이 슬로건은 경제적 번영과 국민의 생활 수준 향상을 약속하며 미국 민주주의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닭고기는 서민들에게도 접근 가능한 식품으로 여겨지며 번영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나 미국은 대공황으로 인해 후버의 공약은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슬로건은 이후 정치인들이 국민의 삶과 음식을 연결해 정책을 알리는 사례로 이어졌다.
닭고기로 상징하는 정치적 비유
닭고기를 세계 정치에 비유하는 표현들은 주로 닭고기의 특성이나 상징성을 활용해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거나 풍자할 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비유는 문화적 배경, 닭고기의 역할, 그리고 정치적 메시지에 따라 다양한 맥락에서 나타난다.
'치킨 게임(Chicken Game)'은 게임 이론에서 비롯된 용어로, 두 주체가 충돌 직전까지 양보하지 않는 극단적 대치 상황을 묘사할 때 사용된다.
이 용어는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자동차 경주에서 비롯된 것으로 서로 차량을 마주 보고 달리며 충돌 직전까지 멈추지 않는 '겁 없는 게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처럼 치킨게임은 국제정치나 외교에서 두 나라가 양보하지 않으며 극한 대립 상태에 있을 때 사용된다.
'닭의 정치(Chicken Politics)'는 닭의 행동에서 영감을 받아 정치적 결정을 묘사하거나 풍자할 때 사용되는 표현으로 닭은 일반적으로 겁이 많고, 집단 내 위계질서를 따르는 동물로 알려져 있어 이러한 특성을 특정 정치인의 행동이나 정치 체제를 비유한 말이다.
즉 결단력 부족이나 과도한 신중함, 혹은 집단 내 갈등을 의미할 수 있다. 특정 지도자가 국제적 위기 상황에서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권력 투쟁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풍자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이와 같이 닭고기는 단순한 음식 그 이상으로, 여러 역사적 사건과 문화 속에서 민주주의와 정치적 비유와 상징으로 연결되어 경제적 평등, 대중의 삶의 질 향상, 정치적 상징 등 다양한 맥락에서 닭 요리는 세계 역사와 함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루이 14세가 국민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닭고기를 매주 먹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한국의 정치인들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다투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국민들의 생활이나 복지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시국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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