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의 세계음식이야기]
일본의 사케와 첨잔문화
중국의 바이주와 테이블 '탁탁'
러시아 보드카의 릴레이 원샷
“아파트~ 아파트~”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브로노마스가 부른 아파트 노래가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한국의 술 게임을 모티브로 만든 이 곡은 한국의 술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경쾌함과 중독적인 리듬으로 한국인의 흥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한국인에게 술은 음식의 맛을 더하는 기호 음료로써의 역할도 있지만 흥겨운 모임과 소통을 도모하는 하나의 문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술 문화는 각 국가의 역사, 지리, 기후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일본주인 사케,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멕시코의 테킬라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다양한 만큼 나라별로 술을 마시는 문화도 매우 다양하다.

일본의 사케와 첨잔문화
일본의 사케는 쌀을 주원료로 만든 술로 쌀농사가 시작된 기원전 1000년경부터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쌀농사가 시작되면서 쌀 누룩을 이용한 주조법이 보급된 만큼 일본에서 사케는 주식인 쌀만큼이나 대중적으로 보급된 일본의 국민주(國民酒)이다.
사케의 신에게 제물로 바치거나 축제나 결혼식과 같은 행사에서 마시는 술로서 일본인들의 삶에 깊이 뿌리내려 왔다.
사케는 온도에 따라 다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따끈하게 데운 사케가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사케를 데워 마시는 것을 아츠캉(熱燗)이라고 부르며, 온도에 따라 사케를 다양한 명칭으로 부른다.
일본에서는 술을 따라줄 때 상대방의 잔을 다 비우기 전에 술을 채워주는 첨잔문화가 있다. 술잔이 비어 있는 것이 큰 결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에서 ‘건배’는 일종의 술자리를 알리는 행위로 처음에 딱 한 번만 하고 술자리를 마무리할 때는 ‘요-이’라는 기합과 함께 박수를 크게 한 번 치고 마무리하는 독특한 술 문화가 있다. 술자리의 시작을 알리는 건배를 할 때까지 술잔을 들지 않는 것이 예의이고, 건배할 때 아랫사람이 잔을 조금 아래쪽에서 부딪치는 것이 예의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술안주는 담백하고 달짝지근한 소스 맛의 닭꼬치와 생선 살과 전분을 반죽하여 튀겨낸 쫄깃한 오뎅, 담백하고 싱싱한 회, 구운 만두인 교자 등이다.

중국의 바이주와 테이블 '탁탁'
바이주는 중국의 전통 술로 쌀, 밀, 수수, 옥수수 등 다양한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알코올 도수가 40~60도 정도로 높은 편이며 바이주 중에서도 마오타이주가 유명하다. 고량주는 수수를 누룩으로 빚은 중국 소주로 알코올 함량이 30~60퍼센트 정도이다.
기름에 튀긴 음식이 많은 중국에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고량주나 바이주를 식사할 때 함께 곁들이면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건배를 하지 않고 술을 마시고 나서 테이블을 '탁탁' 두드리는 것으로 건배를 대신하는 문화가 있다. 또 특이한 것은 맥주를 마실 때 상온에 보관했다가 미지근하게 마시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술자리에서 연장자에게 존경의 뜻을 담아 술을 먼저 따르는 것이 중요한 예절이지만 술을 받을 때도 꼭 두 손으로 받지 않고 테이블에 술잔을 올려놓고 술을 받아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장자에게 술을 받으면 고개를 돌려 마시는 것이 예의이지만 중국에서 술을 마실 때 고개를 돌리면 ‘당신이 불편하다’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어서 상대 눈을 보며 속도를 맞춰 마시는 것이 예의이다.

러시아 보드카의 릴레이 건배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하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보드카는 추위를 달래기 위해 꼭 필요한 술이다. 제정 러시아 시대 황제들과 귀족들이 즐겨 마신 것으로 유명하다. 1886년 지정된 보드카의 표준 알코올 함유량은 40도이지만, 실제로 러시아에는 38도에서 60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수의 보드카들이 있다.
러시아의 국민주인 보드카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역할뿐 아니라 감기에 걸리면 보드카에 후추를 넣어서 먹기도 하고 배가 아프면 소금을 타서 마시기도 하는 등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러시아에는 대개 보드카를 륨카(рюмка) 또는 류모치카(рюмочка)라고 불리는 작은 유리잔에 따라 단숨에 원샷으로 들이키는 문화가 있다.
러시아에서는 한 명이 건배사를 하고 전원이 원샷을 한 뒤 또 그 옆 사람이 건배하고 원샷을 하는 릴레이 원샷 문화가 있다. 아무리 술을 못 한다고 해도 보드카 첫 잔은 원샷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이다.
술을 받을 때는 손에 술잔을 들고 받기보다는 와인처럼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받는 것이 원칙이다. 술을 따르는 순서는 여성부터 그다음은 연장자, 마지막은 자신의 잔에 따르는 것이 예의이다.

이러한 세계 각국의 독특한 술과 술 문화는 그들만의 독특한 매력을 엿볼 수 있으며 이러한 다양성은 사람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새로운 문화적인 이해를 제공하면서 술을 통해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가는 기회를 주고 있다.
미국과 영국, 헝가리, 멕시코 등의 술 문화는 다음 편에 좀 더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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