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의 세계음식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채식주의자가 있는 인도
브라질, 환경·건강 문제로 채식주의자 증가세
북미·독일 등 비건 시장은 세계적 증가 추세
우리나라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모두 들뜬 기분이다. 이제는 번역본이 아닌 한글로 된 원서로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영광스럽고 한국인으로 자긍심이 느껴진다.
사실 몇 달 전 책장을 정리하면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버리려고 현관에 내놓았는데 남편이 이 책은 버리면 안 된다고 다시 책장에 꽂아두었었다. 그냥 장식품처럼 꽂혀있던 책이었으나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작품이라고 하니 궁금해서 다시 펼쳐보게 되었다.
작품 속 주인공 영혜는 어린 시절 각인된 폭력의 기억으로 인해 어느 날 피로 범벅이 된 고깃덩어리를 먹는 꿈을 꾼 이후 철저히 육식을 거부한 채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다른 생명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는 무해한 존재를 꿈꾸게 된다.
세계 여러 나라의 채식주의자들은 종교적이나 환경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이유로 육식을 거부하고 채소를 이용한 음식을 개발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채식 문화를 형성해서 실천하고 있다.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세계의 채식 문화에 관해 알아보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채식주의자가 있는 인도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채식주의자가 사는 나라다. 인도는 인구의 30%가 채식주의자로 비건 식품에 대한 소비가 가장 크고 유망한 국가다. 인도에서는 대부분 종교적인 이유로 육식을 금지하고 있는데 힌두교 신자들은 모든 생명체가 신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소고기를 섭취하지 않고 있다. 힌두교의 한 종파인 자이나교에서는 엄격하게 모든 동물성 식품을 거부하고 있으며 달걀과 유제품도 멀리한다.
인도 사회에서는 채식주의가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상류층일수록 종교와 결부된 채식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인도의 채식주의 음식은 쌀, 빵, 콩, 견과류 과일 등을 주재료로 하여 다양하고 맛있는데,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렌틸콩을 이용한 다알(Dal), 각종 채소와 국수를 볶은 팟타이, 향신료로 가득한 인도 카레, 감자와 채소로 속을 넣은 튀김 요리 사모사, 인도식 빵인 난, 시금치와 향신료를 넣어 만든 팔라크팬 등이 있다.
이러한 요리들은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지며, 다양한 향신료와 양념을 통해 풍부한 맛을 제공하고 있다. 인도의 채식주의자들은 평균 수명이 길고, 심장병, 암, 당뇨병과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낮은 편이다.

환경과 건강 문제로 채식주의자가 증가하고 있는 브라질
브라질은 남미 대륙에서 가장 많은 채식주의자가 사는 나라다. 브라질은 고기 소비가 많은 지역이지만, 채식주의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채식 전문 식당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고 특히 산두이치 지역과 리오 데 자네이로는 채식주의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브라질의 채식을 이용한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토마토, 양파, 고추, 고수 등을 잘게 잘라 섞어낸 소스인 피코데갈로, 브라질 북동부 대표 음식으로 토마토, 코코넛밀크, 양파 등을 넣고 끓인 찌개인 모크카 등이 있으며 브라질의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하여 특별한 맛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하여 만든 라자냐, 통밀을 사용해 만든 피자, 버섯으로 만든 햄버거 등 채식주의자를 위한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세계적 비건 시장의 증가 추세
이러한 세계적인 채식주의자들의 증가 추세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시장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육식 소비가 많았던 독일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함께 북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캐나다에서는 비건 식품이 건강한 식품이라는 인식 확산과 함께 M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과 건강,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비건 식품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캐나다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미래 식량 산업으로 완두콩과 렌즈콩을 이용한 식물 단백질을 선정하여 육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물을 원료로 한 단백질, 대체육, 비건 치즈 등이 앞으로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독일 비건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비건 식품의 판매량은 59% 증가했다고 한다. 독일 내에서 이미 널리 유통되고 있는 비건 제품군은 육류, 치즈, 요구르트, 우유를 위시해 버거 패티, 비건 햄, 스테이크 등의 육류 대체 가공 제품이나 피자, 스낵류, 소스류, 냉동 생선까스, 야채 카레나 볼로네즈 파스타, 칠리 신 카르네(Chili Sin Carne, 고기 없는 칠리 스튜) 등의 간편식 등 매우 다양하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보면서 현재 세계적인 채식주의의 열풍에 대해 살펴보았다.
육식으로 대변되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커지고 있으며 인간이 환경을 착취하는 폭력적인 형태에서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친환경 문화가 확산하면서 점차 채식주의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예전에는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유난스럽다고 생각했었지만 점차 채식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는 시대가 오는 것 같다.
채식주의자 소설 속 주인공이 남성 중심의 폭력적인 육식에 저항하며 나무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에코 페미니즘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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