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의 세계음식이야기]
미국 유럽에서 참기름은 미용 제품
고대 이집트에선 진통제·방부제로
중동선 타히니 소스로 만들어 애용

얼마 전 참기름이 똑 떨어졌다. 추석을 앞두고 여러 가지 음식을 하려고 보니 참기름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두 병이나 급하게 구입했다.

한국 음식에서 참기름은 요리의 화룡점정 같은 존재다. 매콤한 비빔밥에도, 거친 나물 요리에도 참기름 한 방울이면 그 맛이 확 살아난다. 고소한 향미와 입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움은 음식의 맛을 훨씬 감칠맛 나게 돋구어 준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참기름을 ‘불로장생의 묘약’ 또는 ‘신선의 음식’이라 부르며 식용뿐 아니라 약용이나 종교의식에도 사용하는 귀한 오일이었다.

식물성 오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활용된 것으로 보이는 참기름은 몸 안에 독소를 정화하며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성분들이 풍부하여 피부미용과 혈관 건강 등에 특별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불로장생의 묘약’ 또는 ‘신선의 음식’ 참기름 /픽사베이
‘불로장생의 묘약’ 또는 ‘신선의 음식’ 참기름 /픽사베이

고대 이집트에서는 진통제와 방부제로 사용

참깨는 아프리카 북부 이집트가 원산지이며 기원전 3000년경에 아라비아와 인도, 중국 등의 아시아로 전파되었다.

아프리카 북부는 참깨를 생산하기에 좋은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가뭄과 홍수에도 강하고 거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참깨는 비료도 많이 필요 없고 물 관리가 잘 안되는 아프리카에서도 잘 자란다. 특히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작물인 참깨는 아프리카 노동자들의 기근 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참깨를 이미 기원전 1500년에 진통제로 사용했으며 그리스, 로마 군인들은 장거리 행군 시에 비상시 식사 대용으로 참깨와 꿀을 버무려서 에너지 바를 만들어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참기름을 미라를 제작할 때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집트의 파라오들이 죽으면 참기름과 '헨나'라는 약초즙을 발라 시신의 부패 방지를 위한 보존료로 사용하였다. 참깨에 리그난(lignan)이라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여 참기름이 천연 보존제 역할을 한 것이다.

미국·유럽에서 참기름은 미용 제품

미국과 유럽에서 참기름 냄새가 스컹크의 방귀 냄새와 유사하다고 하여 음식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미용 제품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피부 보습, 진정 및 연화 기능을 하는 참기름은 피부 및 마사지 오일, 헤어 케어 제품, 화장품, 비누, 향수 및 자외선 차단제 등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역사상 손꼽히는 절세미인인 클레오파트라도 참기름을 이용해 자외선 차단용 미용액을 개발하여 사용했다고 할 만큼 미국과 유럽에서 참기름은 미용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참기름을 미용 용도로 사용한다. /픽사베이
미국과 유럽에서는 참기름을 미용 용도로 사용한다. /픽사베이

한국의 K 김밥이 미국에서 대유행할 때도 김밥에 참기름을 빼고 만들어서 가능했다고 한다. 과거 미국에서 한인들이 김밥에 참기름을 발라 고소하게 도시락을 싸 가면 주변 사람들이 스컹크 방귀 냄새가 난다고 도망갔다고 한다.

서양인의 경우 스컹크의 냄새에서 마리화나 냄새를 연상하는 경우도 흔한 듯하다.

스컹크 방귀의 악취는 항문 근처에 있는 항문선에서 분사되는 노란색 액체에서 나온다. 한 번에 3~4m까지 발사가 가능하며 2주 이상 냄새가 빠지지 않을 만큼 지독하다. 방귀의 주성분인 티올(Tiols)이라는 화합물은 날카로운 썩은 계란 냄새 같고 메티올(Methiols)이라는 성분은 스컹크 방귀의 냄새를 더 독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스컹크 방귀에는 최루 성분이 있어 눈에 맞으면 일시적으로 실명할 수도 있다고 하니 참기름 냄새를 스컹크 방귀 냄새로 인식하는 미국인들이 도망가는 것도 이해는 간다.

미국인들은 참기름 냄새를 스컹크 방귀 냄새로 인식한다. /픽사베이
미국인들은 참기름 냄새를 스컹크 방귀 냄새로 인식한다. /픽사베이

중동지방 아라비안나이트 “열려라 참깨” 타히니(Tahini)

중동 지역에 전해오는 설화인 <아라비안나이트, Arabian Nights>로 더 잘 알려진 <천일야화>는 1001일 동안 밤마다 페르시아 재상의 딸 셰에라자드가 왕의 폭정을 잠재우기 위해 왕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천일야화 중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이야기에 나오는 도둑들이 보물을 숨겨둔 동굴 문 앞에서 외우는 주문이 바로 “열려라, 참깨”이다. 이 주문은 참깨가 익었을 때 그 꼬투리가 갑자기 터지는 것을 연상하여 만든 주문이라고 한다.

중동 지역에서도 참깨를 많이 먹고 있는데 참기름 형태로 먹기보다는 땅콩버터처럼 참깨를 갈아서 만든 '타히니(Tahini) 소스'로 즐기고 있다. 참깨로 만든 잼과 같은 '타히니(Tahini)‘는 후무스(Hummus), 바바 간누스(Baba Ghanoush), 할바(Halva) 같은 중동 지역의 주요 요리에 많이 들어가는 소스이다.

미국인들이 땅콩버터를 빵에 간단히 발라 먹듯이 아랍인들도 같은 방식으로 타히니를 빵에 발라서 먹기를 좋아한다. 남유럽의 그리스에서는 아침 식사로 타히니에 달콤한 꿀과 코코아를 곁들여 먹기도 하며 이란에서는 타히니에 포도 시럽과 과일잼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튀르키예와 이라크에서는 타히니를 디저트로 즐겨 먹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타히니는 양고기와 곁들여 먹는 샐러드 요리에 소스로 이용하기도 하고 빵이나 과자 반죽에 사용하기도 한다.

중동지방에서 즐겨 먹는 참깨 잼 소스 타히니 /픽사베이
중동지방에서 즐겨 먹는 참깨 잼 소스 타히니 /픽사베이

이밖에 인도나, 중국, 일본에서도 참기름을 다양하게 요리에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에서 참기름은 음식에 풍미를 더하는 감칠맛 나고 고소한 조미 오일로 많은 요리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서 참기름은 고소함의 대명사로 신혼부부의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비유하기도 하며 숨을 들이켜 참기름 향을 마실 만큼 고소한 향기가 미각을 돋우어 주는 역할을 하는데 미국과 유럽에서 참기름에서 스컹크 방귀 냄새가 난다고 역겨워한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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