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MZ세대의 달라진 스포츠 정신
자아실현이 맺은 아름다운 결실
원칙과 상식, 공정이 이룬 성과
우리는 생각보다 강하다는 신념

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열린 대회였다. 전 세계 206개국에서 선수 1만500명이 참가했고, 32개 종목 329개 경기가 열렸다. 한국 선수는 144명이 참가했다. 한국은 종합 8위로 금 13개, 은 9개, 동 10개를 획득했다. 금메달 13개는 역대 최고 메달 획득과 동 순위다. 참가인원 144명은 종전 올림픽 참가 인원보다 100명이나 적은 숫자였다.
애초 이번 올림픽 예상 금메달 목표는 5개 정도였다. 양궁 3개, 펜싱 2개 등 총 메달 5개가 예상됐다. 하지만 여러 종목에서 금메달이 쏟아져 나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267명을 파견해 금메달 13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248명을 파견해 금메달 13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204명을 파견해 금메달 9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선 237명을 파견해 금메달 6개가 역대 성적이었다. 근래 2개의 올림픽에서 거둔 금메달이 9개, 6개로 줄어드니 이번 파리 올림픽 금메달의 목표를 5개로 잡은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예상 밖의 성적을 올렸다. 젊은 MZ세대 선수들은 경기를 즐기고 마음껏 활개를 쳤다. 그러다 지면 깨끗이 승복하고 상대를 인정하며 멋진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었다. 탁구선수 신유빈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 선수에 패했다. 그렇게 따고 싶은 메달이었지만 3, 4위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패했다. 그럼에도 동메달을 딴 하야타 선수가 엎드려 울음을 터뜨리자 찾아가 그 선수의 우승을 축하하고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다.
“하야타 선수가 저보다 모든 면에서 앞섰다고 생각하고 인정하고, 배워 다음에 도전하겠습니다.” 그를 본 일본 팬들이 환호했다. 저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이라고 칭찬이 쏟아졌다. 그가 에너지 고갈을 막기 위해 수시로 먹은 바나나와 주먹밥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줬다.
사격에서 은메달을 딴 김예지 선수는 본인의 주 종목 25ⅿ권총에서 시간초과로 0점이 되어 탈락했다. 기자가 울지 않았느냐고 묻자 “0점 쐈다고 세상이 무너지나요? 인생에 사격이 전부가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양궁 3관왕 김우진은 “메달 딴 건 오늘까지 즐기고 내일부터는 과거에 묻어 두겠다”고 새로운 포부를 밝혔다.
이제 선수들은 대회에 나가 주눅 들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은메달을 따고도 금메달을 따지 못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울먹이며 사과했다. 마치 국가대표는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싸워 이겨야 하는 전사와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도전하고 이루어내는 자아실현의 장으로 여기고 있다. 목표를 훨씬 뛰어넘어 13개의 금메달을 쟁취할 수 있었던 건 선수들 개개인이 경기를 즐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태권도 57㎏급에서 16년 만에 메달을 딴 김유진은 출전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낮은 선수였다. 하지만 김유진은 랭킹 1, 2, 4, 5위의 선수를 연이어 꺾고 파란을 일으켰다. 랭킹 24위 선수가 상위랭킹 모든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딸 거라고 기대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랭킹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태권도를 즐기며 싸운 결과 태권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수천수만 번의 발차기와 자기 믿음이 준 결과로 후배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다.

결국 이번 파리 올림픽의 결과는 국가를 우선시하는 집단주의와 통제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선수 개개인의 자기실현과 양궁처럼 철저한 원칙과 절차로 체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큰 성과였지 않나 싶다.
국민들의 의식도 금메달에 국한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 환호하며 격려를 보내줬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최선을 다한 과정에도 더 큰 박수를 보내주고 격려한다면 앞으로 한국의 스포츠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공개적으로 협회를 비판한 것도 잠시 보면 아픈 상처지만 이를 극복했을 때 한국의 스포츠는 한층 더 발전할 것이다.

스포츠는 개인과 조직 그리고 국민들의 믿음과 경제적 지원의 조합 속에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결과물이다. 그동안 우리는 여러 면에서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면이 있다. 심지어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한국의 K-Pop, K-food, K-Drama 등 K-콘텐츠가 세계를 주름잡고, 반도체 등 IT산업에서 자동차, 조선 산업에서 세계 일류를 지향하고 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보았듯 스포츠에서도 참가국 중 8위에 올라와 있다. 한국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우리 선수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그 결과를 보여주었듯 더 자존감을 갖고 세계를 향해 나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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