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무공해 텃밭에 찾아온 땅강아지
어릴 때 많이 본 멸종위기 곤충
생물들이 살게 생태계 살려야

도심에서 보기 힘든 땅강아지가 텃밭에 산다. /게티이미지뱅크
도심에서 보기 힘든 땅강아지가 텃밭에 산다. /게티이미지뱅크

텃밭 농사를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뜻하지 않게 어릴 때 시골에서 많이 보았던 땅강아지를 발견했다. 잠깐 사이 나왔다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사진 촬영은 실패했지만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땅강아지는 도심에서 보기 드문 곤충이다. 땅강아지는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르다. 땅 두더지, 게 발 두더지, 땅 개미, 도로래, 굽 두더지, 논두름 아재비, 하늘밥도둑 등 많다. 곤충 분류상 메뚜기목이며 땅강아지 과에 속한다. 땅을 파고 그 속에서 지렁이나 풀뿌리 등을 먹고 살고 두더지처럼 땅을 헤집고 다닌다고 해서 땅 두더지라는 말도 생겼다.

하는 모습이 꼭 두더지와 닮았다. 두더지처럼 크지도 않고 작은 생물이지만 열심히 흙을 파고 다니며 먹이를 잡아먹는다.

붉게 익어가는 텃밭의 고추 /박종섭
붉게 익어가는 텃밭의 고추 /박종섭

어린 시절 시골 들녘에는 땅강아지가 참 많았다. 충청도에서는 게발 두더지라고도 불렀다. 땅강아지는 그렇게 밉상은 아니다. 어찌 보면 메뚜기처럼 날개도 있고 생김도 닮아 많이 가지고 놀기도 했다.

땅강아지를 잡아 어린 손에 가만히 놓고 쥐고 있으면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강아지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땅을 파는 동작을 계속하여 손가락을 헤집고 다닌다. 앞발은 작지만, 손처럼 생겨 양 옆으로 흙을 밀 때 유용하게 생겼다. 밖으로 나가려고 손가락사이를 벌리려 하는 동작이 간지럼을 태우듯 재미있어 많이 갖고 놀았다.

탐스럽게 익은 텃밭의 방울토마토 /박종섭
탐스럽게 익은 텃밭의 방울토마토 /박종섭

땅강아지는 알고 보면 전천후 활용할 수 있는 무기를 가졌다. 포크레인처럼 땅을 헤치고 팔 수 있는 두 손을 가졌다. 양옆으로 파헤치며 앞으로 나가는 데 적합하다. 또한 물 위에서 이 팔을 이용해 헤엄도 잘 친다. 그뿐 아니다. 잘 사용하는 법은 없지만 등 뒤에 달린 날개로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거기다 선천적으로 갖춘 부지런함으로 잠시도 멈춰 쉬는 법이 없다.

수륙양용에 날개까지 가졌으니 대단한 무기를 가진 셈이다. 날개까지 갖춘 것은 축복이다. 사람도 날개까지 갖췄다면 천하무적이 아니었을까 싶다. 텃밭에서 땅강아지를 보니 게 발 두더지라 부르며 놀던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땅강아지는 사람을 무는 법도 없다. 모기처럼 뾰족한 빨대로 사람을 괴롭히지도 않는다. 자신이 가진 무기는 오직 자신의 방어를 위해서만 쓸 뿐이다.

텃밭의 가지는 가을까지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박종섭
텃밭의 가지는 가을까지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박종섭

옛날에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생물인데 요즘은 개체수가 줄어 들었다 한다. 농작물을 키울 때 밭이고 논이고 다 화학비료와 약을 치기 때문에 생물도 살아남기 힘들다. 서울 한복판 텃밭에서 발견된 것은 텃밭 근처에 방이동 생태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생태공원이 아니었으면 그나마 땅강아지는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텃밭을 하는 사람들이 무공해 채소를 얻기 위해 약을 치지 않는 이유도 있다. 땅강아지도 멸종위기 곤충이라 한다. 이 땅에 생물들이 살게 하기 위해 생태계 보호는 꼭 필요하다. 생물들이 살 수 있는 살아있는 땅이라야 인간도 살 수 있는 땅이다. 어린 시절 추억의 땅강아지가 텃밭에서 잘 살아 번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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