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해발 1100ⅿ 강릉 안반데기엔
상품화 가능 배추 30%도 안 돼
텃밭 배추 농사도 상태 안 좋아
11월 김장 배춧값은 괜찮을까?

고랭지 배추 대표적 생산지 강릉 안반데기 /박종섭
고랭지 배추 대표적 생산지 강릉 안반데기 /박종섭

가을이 오면 서민들의 걱정거리는 김장이다. 겨우내 먹을 김장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김장철은 아니지만 배춧값이 한 포기 1만원에 육박하고 한때 대형 할인점 매대에는 2만원까지 오른 가격표도 등장했다는 보도가 있다. 김치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표적 식품이다. 가을에 김장하고 나면 겨울 월동 준비가 다 끝났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의하면, 배추 한 포기 가격이 9월 28일 기준 지난해 9월 평균 가격(5570원)에서 1.8배 오른 9963원이라 한다. 여름에 출하하는 고랭지 배추 가격이 이렇게 급등한 것은 기후 영향으로 폭염과 가뭄이 지속된 것이 원인이라 한다.

고랭지 배추밭 전경 /박종섭
고랭지 배추밭 전경 /박종섭

여름에 출하하는 고랭지 배추 생산지는 주로 강원도 태백이나 강릉 안반데기가 있다. 이 중 강릉 안반데기는 도봉산(740m)보다 높은 해발 1100ⅿ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다. 안반데기는 1965년부터 화전민들이 산을 깎아 개간하고 가파른 비탈길에 곡괭이와 삽으로 밭을 일구어낸 곳이다.

200만㎡에 배추밭을 가꾸어 배추가 자라면 배추밭 경치가 장관이라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또한 도심의 불빛에서 멀리 떨어진 높은 산 위에 있어 밤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좋은 경치도 볼 겸 별을 보기 위해 안반데기를 찾아 정상 가까운 펜션에 자리를 잡았다.

상품화가 어려운 배추들 /박종섭
상품화가 어려운 배추들 /박종섭

이곳을 찾아보니 이미 배추가 출하된 곳도 있었지만, 그 넓은 배추밭이 폐허가 된 듯 버려진 배추가 뒹굴고 있었다. 상품성이 없어 출하를 포기하고 버려진 배추들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배춧속이 곯아 썩어 있거나 속이 차지 않은 불량품이 대부분이었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속수무책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펜션 사장님의 말에 의하면 안반데기 전체 배추밭 중 상품화가 가능한 것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생산량 급감에 인건비와 유통비는 인상되어 배춧값을 올려 받아도 남는 게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중국산을 대량으로 들여온다 하니 그나마 배춧값이 인하되어 생산자로서는 한숨만 나온다는 푸념이다.

안반데기 아침은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박종섭
안반데기 아침은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박종섭

안반데기 1100고지 정상에는 농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풀씨가 바람에 흔들리며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풍력발전기는 그 큰 날개를 돌려 하늘로 날아오를 기세다. 새벽에 일어나 일출을 보니 멀리 붉게 타오르는 태양 빛이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격려하는 것 같다.

올해와 같은 무더위 폭염이 가고 나면 어김없이 또 다른 내일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내년부터라도 물을 더 공급하고 준비하여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이는 노력은 해야 할 것 같다.

고산지대 안반데기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깊어져 간다. /박종섭
고산지대 안반데기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깊어져 간다. /박종섭

돌아와 텃밭을 달려가 봤다. 무는 더위에 그런대로 잘 버티며 자라는데 배추밭은 우리나 이웃이나 비슷한 상황이다. 자주 가서 물을 주고 가꾸었어도 사람도 견디기 힘들었던 폭염에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떡잎이 많아지고 생육이 시원찮은 게 눈에 띄었다.

다행히 배추 고갱이는 크게 상하지 않아, 11월까지 잘 자라면 김장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을배추 17%, 겨울배추 65%를 생산한다는 전라남도 해남 배추가 지난 9월 쏟아진 하루 300㎜ 폭우로 재배면적 약 15%가 피해를 보았다 한다. 김장 배추값도 요동칠 것이 틀림없다.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 잘 자라 김장할 때 배추 파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조그만 텃밭의 얼마 안 되는 배추도 상태가 안 좋아 속상한데, 안반데기 고랭지 배추의 생산 농가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싶다. 안반데기 넓은 배추밭에 수확을 포기하고 버려진 배추가 눈앞에 선하다.

도심 이웃 텃밭의 배추밭도 더위가 할퀸 흔적이 역력하다. /박종섭
도심 이웃 텃밭의 배추밭도 더위가 할퀸 흔적이 역력하다. /박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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