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시니어 입장가] (24)
아카데미상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스릴러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노인이 왜?' 의문 들어
우리나라 노인들은 대체로 불만이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라는 이 영화 제목을 인용한 것을 여러 곳에서 본 적이 있다. 잘 지은 제목이다. 아카데미 상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될 만큼 명성도 얻었다. 무엇보다 노인들이라면 무슨 내용의 영화일까 더 관심이 갈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명확하게 이 제목을 설명하는 내용은 없었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포스터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포스터

이 영화는 스릴러물이다. 주연급에 보안관으로 나온 '벨' 외에 노인들은 없다. 그렇다면 왜 제목을 그렇게 붙였을까 궁금증이 더 생기는 것이었다.

여러 매체를 검색해 본 결과 얻은 답은 대체로 3가지이다. 세상 살 만큼 살아서 더 이상 삶에 미련이 없는 노인들이라도 살인 공포에 떨 만큼 살인자가 무섭다는 해석이 있다. 물론 살인청부업자로 나오는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 분)’는 아카데미 조연상을 탈 만큼 연기를 잘했다.

두 번째 해석은 보안관 벨이 한 말이다. 세상은 신의 뜻이나 인간의 뜻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앞 또는 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인들이라고 해서 그들이 원하는 세상은 없다는 것이다. 안톤 쉬거가 늘 동전의 앞뒤를 맞춰보라고 해서 나온 말이다. 맞으면 그만이고 틀리면 바로 쏴 죽인다. 도덕과 법치가 지배하던 국가에서 평생 살아온 보안관은 이런 무질서와 잔혹함을 보고 더 이상 자신이 알던 세상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세 번째 해석은 집을 노인들에게 세를 주고 살게 하다가 노인들이 죽었는데 연금이 나오는 것을 다른 살아 있는 사람이 챙긴다는 대화가 있다. 노인들을 위해 지급해 주는 연금을 엉뚱하게도 산 자가 타 먹는 것이다.

이 영화는 에단 코엔, 조엘 코엔 형제 감독이 만들었다. 아카데미 상 등 여러 상을 받아 이름 나 있는 사람들이다. 모스 역에 조쉬 브롤린, 보안관 벨 역에 토미 리 존스, 살인청부업자 안톤 쉬거 역에 하비에르 바르뎀이 나온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스틸컷 /네이버 블로그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스틸컷 /네이버 블로그

모스는 텍사스 사막에서 야생 동물 사냥을 하는 사람이다. 우연히 사람 시체가 즐비한 현장을 발견하고 현장에서 돈가방을 챙겨 돌아온다. 돈가방에는 무려 200만 달러라는 돈이 들어 있었다. 마약 거래 흥정 중에 발생한 사고로 보였다. 모스는 그 돈을 가지고 도망친다. 그러나 마약 거래상들이 살인청부업자 안톤 쉬거를 고용하여 그를 쫓는다. 안톤 쉬거의 무표정한 인상과 무자비한 살인 행각들이 이 영화의 백미이다. 보안관 벨도 모스를 쫓지만 늘 뒷북을 친다.

이 영화의 특징은 배경 음악이 없다는 것이다. 스릴러물은 배경음악이 공포심을 배가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음악이 없다. 그래서 더 높이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어떤 배경음악을 쓸 것인가가 관건이었는데 음악이 없는 것을 선택했다니 놀라운 발상이다. 목적은 무서운 현장감이다. 그 답은 음악을 아예 안 까는 것이었다. 

어쨌든 영화는 재미있다. 초반부터 시체가 뒹굴고 쉴 새 없이 살인이 이루어진다. 그러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 있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블루레이 표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블루레이 표지

다행히 우리나라는 노인을 위한 나라이다. 노인들은 어딜 가나 대우를 받는다. 65세 이상이면 전철도 무료이고 경로석도 있다. 일반석이 꽉 차고 서 있는 공간이 비좁아도 경로석은 노인을 위한 자리라며 비워둔다. 임산부석은 뻔뻔스러운 아줌마들이 종종 모른 척 앉기도 하지만 경로석에 앉았다가는 어느 노인에게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들은 고궁, 박물관, 영화관 등 어딜 가나 경로 우대를 받는다. 노인이 있는 식사 자리에서는 노인이 먼저 수저를 들고 한 입을 먹으면 그제야 다른 사람도 먹기 시작하는 불문율이 있다. 노인이 혼자 밤거리를 활보해도 치안이 확보된 안전한 나라다. 그런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노인을 위한 나라도 있다.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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