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옥의 살다보면2]
주인이 들려준 마지막 이야기
두 녀석의 비명에 달려갔다가
그중 고양이에게 물려 병원행
며칠 후 배 뒤집으며 "야옹~"

혼자 살면 외롭고 고독하다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인생 후반기는 혼자가 평안하다. 그러나 삶이 평안하기만 하다면 지루하지 않겠는가. 고단하고 아픈 삶 중에 사랑이 있고 풍경이 있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시골 주택에 살면 제 발로 찾아드는 유기 동물에겐 측은한 마음에 먹을 것과 잘 곳을 챙겨 주다 보면 본의 아닌 동거에 들어가게 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함께 동거하는 두 녀석의 ‘밥 줘, 놀아줘, 똥 치우소, 누가 왔소’ 시시때때로 부르는 통에 억지로라도 움직여야 하는 상황 속,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준 그날의 사건을 마무리해 본다.
사고가 난 그날은 동생이 놀러 와 강아지를 산책시키려고 목줄을 채워놓고 우리도 뜨거운 햇살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데 고새 두 녀석의 비명이 들렸다.
“쟤들은 장난을 왜 저리 심하게 친다니~”
무심코 밖을 내다보니 두 녀석이 엉켜 있었고 나는 달려 나가자마자 순식간에 고양이에게 물렸다. 사색이 된 동생이 피가 솟아나는 내 팔을 묶고 차를 몰아 몇 군데를 돌았다.
상처도 깊고 야생동물에 대한 처방 약이 없다는 이유로 돌고 돌아 네 번째 병원에 접수가 되었다. 병원에선 동물에게 물린 후 한 시간이 경과되었기에 오늘 밤이 고비라며 입원 치료를 하라 했지만 주사와 약물치료를 하고 몇 시간의 경과 보기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차를 주차하자마자 앞집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고 뭔 일이래? 쫑이 하도 울어 가보니 갸가 덜덜 떨며 물속에 들어가 있더라고. 집엔 아무도 없고, 사고가 생겼구나 하고 일단 내가 데려와 안정을 시키고 있다."
쫑이는 나의 치료가 끝날 때까지 언니가 보살펴주기로 했다. 동생을 보낸 후, 주사를 석 대나 맞았는데도 욱신거리는 팔을 잡고 불안과 긴장의 밤을 보냈다. 어릴 적 광견병 걸린 개에게 물려 개 짖는 소리를 하며 앓다가 죽은 이웃이 생각났다.
“그럼 나는 고양이 소리를 내며 죽나?···“

약기운에 몽롱해지자 아침의 상황이 그려졌다. 둘이 장난을 치다가 개 목줄에 고양이 발이 걸리고, 고양이는 빠져나가려 몸부림치다가 점점 더 꼬이고, 개는 고양이 발톱에 이리저리 상처 나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줄을 풀어야 할 것 같아 다가간 순간 사고가 난 것이다.
치즈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람을 다치게 한 동물은 신고하면 안락사는 기본이다. 고양이는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도망을 가지만 궁지에 몰리면 항복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동귀어진’의 각오로 공격한단다. 그러나 스스로 평안을 찾으면 고양이 몸은 액체라는 설처럼 몸이 흐물흐물해진다. 당연히 쇠줄에서 빠져나올 거라 기대했고 다만 상처가 깊지 않기를 바랐다.
며칠 후, 그날도 병원 치료를 받고 대문을 들어서던 나는 얼음이 되어버렸다. 나를 기다린 듯 고양이가 대문 앞에 앉아 있었다. 순간 몸이 부르르 떨리며 나를 향해 달려드는 그날의 상황이 되살아났다. 두려운 발걸음을 한 발짝 내미는 순간 녀석은 배를 발라당 뒤집으며 야옹거렸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톡 하고 떨어졌다.
나는 푸념이라도 하듯 팔을 내밀며 말했다.
“야~ 너 땜에 이렇게 됐잖아.
그런데 너도··· 아팠지? 다리는 괜찮니?“
몸을 살펴보니 큰 상처는 없었다. 마치 사과라도 하듯 야옹 소리만 내며 비벼댔다.
“그래, 많이 두려웠겠지. 보호받지 못하고 쫓기고만 살았으니··· 내가 너를 해칠 거로 생각했니? 이그 아니야.“
힘든 삶의 순간순간에 누구도 믿지 못했던 시간이 생각나 주절주절 혼잣말하며 오래 녀석을 쓰다듬었다. 앞집 언니가 쫑이를 안고 들어왔다.
“아이고 야 좀 봐라. 치즈 울음소리를 듣더니 얼마나 따라 우는지 못 봐 주겠다야.”
쫑이는 꼬리를 흔들며 슬금슬금 다가갔다. 둘은 각각의 언어로 옹알거렸다. "야이야이~ 개이개이~" 그러곤 서로의 몸을 비비며 금세 엉켜 뒹굴었다.
“아이고 우스워라, 쟤들도 화해를 하나 보네. 참 쉽네.“

해체될 뻔했던 가족이 다시 모였다. 오늘도 동생은 두 녀석의 간식을 한 박스나 들고 들어선다. 동네 사람들도 쫑이에게 ‘장갑 갖고 오기’ 심부름을 시키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두 녀석은 한 번의 경험으로 거리두기를 하는 건지 이젠 장난을 심하게 안 친다.
가족이라는 의미의 관계 맺음과 거리두기를 생각하게 해준 두 녀석과 함께 앞으로도 소소한 행복으로 살아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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