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옥의 살다보면2]
산 너머 할머니가 딸이 두 마리나 주었다면서
강아지 한 마리를 우리 할머니에게 떠넘겼다
우리는 동네에서 사이좋은 사이로 유명해져

손자네 고양이는 사람에게 길들여 자신이 사람이랑 서열이 같은 줄 안다. /사진=송미옥
손자네 고양이는 사람에게 길들여 자신이 사람이랑 서열이 같은 줄 안다. /사진=송미옥

(전편에서 이어짐)

지난겨울 산 너머 사시는 80대 할머니가 오셨어요. 도시 사는 딸이 엄마 외롭지 말라고 애견숍에서 강아지를 분양받았대요. 그런데 숍 주인이 똑같이 생긴 녀석 한 마리를 더 건네며 선심 쓰듯 데려가라 했대요. 그곳에선 분양 시기를 놓치면 인기가 없어 분양이 안 된다나요.

산 너머 할머니가 딸에게 막 야단쳤어요.

“내 똥도 누러 가기 귀찮고 힘들어. 당장 데려가!”

딸 아파트에도 이미 반려견이 두 마리나 있답니다. 에구, 혼날만 했네요. 여기선 귀하고 예쁜 족보보다 집 지키는 시골 잡종을 최고로 여기거든요. (사람들은 그들을 추켜서 시고르자브종이라 불러준답니다)

산 너머 할머니가 한 마리만 좀 키우라 간곡히 부탁하셨어요. 우리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일 년 전 키우던 강아지를 교통사고로 잃었는데 아직 마음이 아프신가 봐요.

나는 궁금해졌어요.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날렵히 몸을 날려 할머니가 타고 온 자전거 안장에 올라갔어요. 바구니에는 정말 똑같이 생긴 조막만 한 두 녀석이 꼭 부둥켜안고 자고 있었어요. 나는 바구니를 툭 건드렸어요. 순간, 자고 있던 한 녀석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말하지 뭐에요!

“엄마?”

놀라움에 얼른 내려와 자전거 주위를 맴돌았는데 심장이 쿵쿵 뛰었어요.

'엄마 얼굴 모르는 녀석이 어딨냐? 에이 바보.'

쟤는 어쩌다가 이곳에 온 걸까요. 어쩌면 우리는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두 분의 대화는 점점 심각해졌어요. 나는 할머니의 바짓가랑이 사이를 비비며 ‘내가 잘 돌볼게요~오. 보내지 마세요~오’하고 졸랐어요. 할머니는 안 그래도 정신 사나운데 귀찮게 얼쩡거린다며 나에게 막 화를 냈지만 아가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외면할 수 있어야지요.

방에서 사뿐히 걸어 다닐 귀족 출신견이지만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우리집 쫑이 /사진=송미옥
방에서 사뿐히 걸어 다닐 귀족 출신견이지만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우리집 쫑이 /사진=송미옥

산 너머 할머니가 이겼네요. 우리 할머니가 절대 못 키운다고 했는데도 그 댁 딸처럼 기어이 한 마리를 내려놓고 가셨답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녀석은 자신이 왜 이곳에 와 있는지 할머니가 왜 화가 난 건지도 모르고 할머니와 내 품을 들락날락 파고들며 재롱을 떨었어요. 정말 귀여웠답니다.

할머니는 어이가 없어 마당 한쪽에 있는 빈 개집에 솜이불을 넣어주며 말씀하셨어요.

“살고 죽는 건 하늘의 뜻. 이것도 인연이고 네 팔자여.”

나는 할머니 주위를 맴돌며 씩씩하게 말했지요.

“걱정 마세요~오. 제가 잘 돌볼게요~오.”

그 녀석은 나보다 더 슬픈 운명이었어요. 글쎄, 강아지 공장이라는 곳에서 태어나 눈뜨니 사각형 작은 집이더래요. 처음 본 풍경이 또 바뀌어 낯선 이곳까지 온 건데 거기에 이 녀석은 덤으로 넘겨진 생이잖아요. 나는 엄마 품은 기억하거든요. 그래서 난 좋은 집으로 입양 간 형제도 부럽지 않았어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엄마의 사랑을 느껴요. 먼발치에서 나를 지켜보던 엄마를, 날 포근히 안아주던 엄마를요.

“형아는 엄마를 알아?”

“그럼~ 세상엔 엄마 없는 존재는 없단다.“

“엄마는 나를 기억할까?”

“그럼~ 세상엔 사연 없는 존재란 없단다.“

집은 추웠지만 녀석을 품에 안고 있으면 온가가 느껴져 따뜻했어요. 우리는 꿈속에서 각자의 엄마를 그리다가 잠들곤 했답니다.

고양이가 귀찮을 만큼 졸졸 따라다니며 같이 행동하는 두 녀석이다. 쫑이와 치즈의 망중한 /사진=송미옥
고양이가 귀찮을 만큼 졸졸 따라다니며 같이 행동하는 두 녀석이다. 쫑이와 치즈의 망중한 /사진=송미옥

봄이 왔어요. 우리는 동네에서 사이좋은 사이로 유명해졌어요. 녀석은 한 번 본 사람을 모두 엄마로 기억하나 봐요. 어찌나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촐싹대는지 오시는 분마다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예뻐했어요. 추운 겨울을 이겨내서 씩씩하다고 간식 선물도 들고 오고요. 그 녀석이 흥분해 나에게 으스대면 가끔은 미워서 냥 펀치를 날렸어요. 봄이 되니 더 씩씩하고 힘도 세졌어요.

어느 날 산 너머 할머니 댁에 살고 있는 쌍둥이 형제가 놀러 왔답니다. (다음회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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