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옥의 살다보면2]
사춘기를 맞은 손주들을 보며
아들의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지나고 나니 웃음을 주는···

외손녀도 중학생이 되어 사춘기를 크게 겪고 있다. 기억 저편을 들여다보니 내 딸의 사춘기도 그렇게 지나갔던 것 같다. /게티이미지뱅크
외손녀도 중학생이 되어 사춘기를 크게 겪고 있다. 기억 저편을 들여다보니 내 딸의 사춘기도 그렇게 지나갔던 것 같다. /게티이미지뱅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손주들이 어느새 10대 청소년이 되었다. 사춘기를 통과하고 있는 녀석들을 보며 내 아이들의 그때를 돌아보게 된다. 당시 나같이 무식한 엄마들은 대화나 소통은 할 줄 모르고 같이 싸우고 윽박지르고 체벌하며 사춘기를 지나가게 했다. 주위를 보면 학창 시절 공부 잘하고 말 잘 듣고 착하기만 하던 자식들이 나이 들어 애를 태우는 모습을 종종 본다. 홍역같이 치르는 사춘기는 ‘때’가 있어서 그 시기에 발산하고 지나가야 좋단다.

사춘기 자식과 대치하는 내 자식들을 보고 있자니 가끔은 복장이 터진다. 그들은 거의 도인이 되어야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며 속앓이를 한다. 그나마 나이 드니 훈수 두는 구경꾼이라 내 손자들에게 닥친 혼돈의 시간이 잘 지나가길 기다린다.

요즘 인기 있는 영화의 주인공 ‘마동석’을 닮은 덩치 큰 아들도 학창 시절 종종 사고를 쳐서 우리 부부는 학교로, 경찰서로 몇 번을 불려 갔는지 모른다. 그 시기에 가장 잘하는 행동은 싸움이고 엽기적인 행동이었다. 본인은 정의를 위한 행동이라고 우겼다.

내 자식만 생각하는 무데뽀 아버지들의 철없던 행동도 사춘기 못지않았다. 자식들이 일으킨 물의를 해결하기 위해 화해와 협상의 자리를 만들어 놓고는, 대화는커녕 제 자식 편에 서서 우기다가 아버지들끼리 2차 전쟁이 일어나곤 했다. 철없고 힘들었던 시간도 지나고 나니 기억과 추억으로 남아 웃음을 준다.

 어느새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 키도 덩치도 비슷해져 버린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가 낯설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느새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 키도 덩치도 비슷해져 버린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가 낯설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느새 아들은 사춘기 아들을 둘이나 둔 40대 가장이다. 종이호랑이가 된 그는 모자의 전쟁을 피해 밖으로 나와 오랜만에 전화해 안부를 묻고, 집 안 뉴스 상황을 슬쩍 전해준다. 애잔한 마음에 아들편이 되어 안아주고 싶지만 그러려니 부인의 후환이 두렵고, 부인 편을 들자니 자식의 눈물이 마음 아프다며 주절거린다.

그의 심각하고 애틋한 목소리에 웃음이 날 뻔한 걸 억지로 참았다. 한편으론 눈치껏 제 아들에게 해 줄 위로의 말을 생각하는 중년의 모습이 애잔하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면 엄마를 이해할 거야.”

“엄마 말을 들어, 아빠를 봐, 엄마를 만나 성공한 삶을 살고 있잖아.”

“살아가는 이유가 뭔지 아니? 사랑으로 이해하렴.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어느 작가의 단편 해학 소설집에서 읽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마지막 문장이 아들의 상황이랑 딱 맞는 해답 같아 내 마음을 전하듯 성우처럼 말했다.

“아들아··· 너만 생각해··· 다 괜찮아···. 나도 너만 생각하거든.”

그런데, 책에서 본 소설의 끝 장면이 현실에서도 똑같은 목소리로 돌아온다.

“엄마··· ㅠㅠㅠ”

(추신- 뭐여, 웃자고 한 말이었는데··· 울먹이는 목소리는 뭐여··· 흐엉. 

결혼도 안 해 본 젊은 작가의 펜 힘에 나는 그가 쓴 소설 여러 권을 주문하는 사고를 쳤다. 원래 소설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게 정석인데 말이다. 책이 주는 힘이다. 허··· 참.)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