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종의 포토로그]
기상이변은 극과 극을 연출한다

엄청난 폭우에 차에서 내리기도 힘든 상황이 연출된다.
폭우는 차창 밖으로 베토벤 데스마스크가 걸린 벽을 화면 삼아
아름다운 모네풍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40여 년을 함께 해 왔던 베에토벤 석고상이 세찬 비에 녹아내리고 있다.
슬픈 이별을 예고하며······
아름다움과 공포, 극과 극의 상황이다.

12년째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지구 2만5000여km를 걷고 있는,
퓰리처상 2회 수상 경력의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자 폴 살로펙이
우리나라를 지나고 있다.
아웃 오브 에덴 워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그가 인도를 걷고 나서 한 얘기가 있단다.
'어디에나 있는 흔한 물, 그러나 아무 데도 없는 식수'
지구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인간의 이기심과 독선이 지구를 망치고,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는데도 모두 남의 일이다.
녹아내리는 베토벤 데스마스크를 보고
'당신도 기상이변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려 하는구려'라는 나에게
고뇌에 찬 표정의 베토벤이 마지막 경고를 보내고 있다.
'당신들도 얼마 안 남았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