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에코테인먼트]
우리 동네는 거대한 생태박물관
우리 주변부터 사랑하고 보호하여 에헤라(EHERA)를 만들자
Ecology History Entertainment Resources Area
본 칼럼의 제목인 ‘에코테인먼트(Ecotainment)’는 생태(Ecology)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이다. 자연환경 감상과 보전 활동을 재미와 몰입을 통해 생태를 즐기는 체험형 활동을 뜻한다.
이와 비슷한 개념인 생태관광(Ecotourism)은 생태(Ecology)와 관광(Tourism)의 결합이다. 둘의 차이는 일상의 여가가 포함되어 있느냐 없느냐로, 생태 관광에서 여가 활동이, 놀이까지 확장한 것이 에코테인먼트이다. 물론 일부러 구분하여 쓸 필요는 없다.
에코테인먼트는 내가 살고 지내는 장소의 생태를 알고 즐기고 보호하는 것이 시작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이다. 가까운 곳부터 생태를 즐기고 멀리 나가보자.
주변을 살펴보자. 내가 사는 우리 동네가 생태박물관이다. 우리 아파트 단지의 숲에서, 뒷동산의 숲에서, 동네를 흐르는 개천에서, 아이가 다니는 학교 운동장에서, 산책하다 잠시 쉬는 공원에서 우리는 생태계를 만날 수 있다.
집을 나서 골목을 지나 버스 정류장에 가는 길과 아이가 공부하는 학교 안을 생태 탐사를 하는 마음으로 관찰해 보라. 그곳에는 수많은 생명체와 자연환경이 있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을 뿐이다.
특정 지역이 생태관광 또는 에코테인먼트에 해당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에헤라’로 정리할 수 있다. 기분 좋을 때 한국인의 목청에서 절로 나오는 ‘에헤라디야’. 그 에헤라디야의 에헤라다.
생태관광의 진정한 매력은 에헤라(E.H.E.R.A)에서 발휘된다
Ecology History Entertainment Resources Area
생태관광지가 되려면 생태(Ecology) 자원, 인문(History) 자원,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자원이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자원(Resources)이 있는 구역(Area)이 생태관광지가 되고 에코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이들의 영문 머리글자를 모으니 ‘E.H.E.R.A’이다. 에헤라. 어떠신가 이름조차 즐겁지 아니한가.
에헤라를 잘 기억해 두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라고 필자가 조합하여 만든 단어이다.
청량리, 작지만 오래된 도심 속 생태박물관
가까운 곳에서 에코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고 했으니 서울 안의 한 동네로 가보자. 오늘은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를 소개하겠다.
청량리 하면 떠오르는 것, 또 인터넷에 검색하여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것. 역시 청량리역과 경동시장, 그리고 유명한 것으로 서울 3대 매운 냉면이라는 청량리 할머니 냉면, 옛날 588이라 불리던 집창촌을 밀고 재개발하여 오른 고충 주상복합단지가 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청량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청량리역과 주상복합단지는 전농동이고 할머니 냉면과 경동시장은 제기동이다. 그러나 청량리로 통한다. 그렇다면 예전의 집창촌은 전농동에 있었는데 정작 부끄러움은 청량리 주민들의 몫이었다는 이야기이다.
청량리가 아닌 것은 청량리로 통하고 정작 청량리에 있는 것은 청량리가 아닌 것으로 아는 동네가 청량리다. 우리가 잘 아는 카이스트, 청량리에 있다. 대전에도 있지만 청량리가 원조다. 그러나 사람들은 회기동으로 안다. 또 국방연구소, 거기는 안암동으로 안다. 영휘원? 아무도 모른다. 청량리에 홍릉이 있고 홍릉갈비가 유명하다지만 홍릉은 남양주 금곡에 있다. 청량리에 없다.

맑고 시원하다는 뜻의 청량. 청량리는 예전에 조선 왕실의 휴양지로 이용될 만큼 계곡과 산세가 좋은 지역이었다. 청량리 명칭의 근본인 청량사 앞으로는 계곡이 있어 만해 한용운이 오래 머물고 환갑잔치를 했단다. 청량리는 숲과 계곡, 바람이 좋은 리조트였다. 10년 전만 해도 여름바람이 너무 시원해서 낮잠을 잘 때 얇은 이불을 덮고 잤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있다.
청량리는 고종 황제와 깊은 인연이 있는 곳이다. 고종 황제는 청량리를 왕릉 지역으로 지정하여 주변 13만 평(약 42만9700㎡) 이상을 수용하여 홍릉을 만들었다. 일제의 악랄한 만행에 시해된 명성황후를 먼저 홍릉에 모시고 전차 노선까지 만들어 자주 행차를 하였는데 정작 고종은 청량리 홍릉이 아닌 남양주 금곡 홍릉에 안장되었다. 고종이 승하하여 성난 민심을 두려워한 일제가 장례식 날 서울 도심에 인파가 모이는 것을 두려워하여 멀리 경기도 남양주로 옮겼다.

홍릉이 없어도 홍릉으로 불리는 청량리에 왕릉으로 수용된 땅들은 농사, 수렵, 개발이 절대 불가하여 자연환경 면으로 잘 보존이 되었다. 청량리의 생태 자원은 이때부터 매우 풍부해진다. 임업시범원이 생기고 나중에 홍릉수목원이 조성된다. 그리고 여유로운 부지는 카이스트, 고등과학원, 홍릉수목원, 국방과학원, 세종대왕기념관, 영휘원, KOCCA 등의 공공기관을 품었다. 청량리의 인문 자원의 특징으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잘된 것을 꼽으면 넓은 평지가 6.25 전쟁을 겪으면서 집과 터를 잃은 수많은 난민에게 집과 일터로 제공된 것이다. 시장이 번성하면서 서울 동부의 최대 상권이자 교통의 중심으로 성장한다. 고급스럽지 않은 서민의 모습이 청량리의 엔터테인먼트 자원이다.
왕릉 구역의 한쪽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면서 살고, 한쪽은 생태보전지역과 연구단지로 조용하게 위상을 지키고 있는 현재의 동네 모습. 조화로운 생태박물관이다. 고종 황제께 감사할 일이다.

청량리에서 에코테인먼트를 즐겨 보겠다. 청량리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한다. 영휘원 방향으로 직진한다. 여기서부터 홍릉수목원 앞까지 직진한다. 이 길이 고종이 만든 전찻길이다.
가는 길에 가로수는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등으로 조성되어 있다. 아주 오래전에 조성되어 나무들이 제법 크다. 가로수는 도시의 온도를 낮춰주고 새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한다. 사람들에게는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절대 고온에 시달리는 주민들에게 청량감을 주는 나무의 가지를 가끔 무식하게 강전지하여 깍두기 형님으로 만들 때가 있다. 그러면 온도 조절 기능을 상실하고 새들의 둥지를 파괴한다. 나무 밑에 쌓인 낙엽은 그대로 나무에 양분이 되는데 이걸 깨끗이 치우니 나무가 뿌리를 계속 아래로 뻗어 지하의 통신케이블을 손상하는 일도 생긴다.
거리의 가로수도 그냥 두어야 한다. 가을에 노란 낙엽을 쓸지 않고 둔 카이스트 앞 가로수길은 명소가 되었다. 여기부터 청량리 가로수길이라 부른다.
(다음 회로 이어짐)
여성경제신문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