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마지막 블루오션 ‘우주 시장’ 놓고
美·中 등 각국 치열한 주도권 경쟁 벌여
우주청 주도로 정책 실천에 속도 내야

윤석열 정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두 해를 보냈다. 공약했던 정책 효과가 하나둘씩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솎아내야 하는지 분별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기대했지만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를 바 없어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정책들도 거론된다. 출범 3년 차에 진입한 윤석열 정부가 실타래를 풀어야 할 정책 과제가 무엇인지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재사용 로켓이 예정된 착륙지점에 무사히 내려앉는 모습 /스페이스X
재사용 로켓이 예정된 착륙지점에 무사히 내려앉는 모습 /스페이스X

한국의 5대 우주 강국 진입을 위한 베이스캠프 격인 우주항공청이 27일 경남 사천시에서 문을 연다. 올해 1월 초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주항공청 개청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주항공청 초대 청장으로 윤영빈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를 내정하는 등 관련 인선을 지난 24일 마무리했다. 우주항공청 행정 업무를 총괄할 차장에는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을, 연구개발(R&D)을 총괄할 우주항공임무본부장(1급)에는 존 리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위 임원을 발탁했다.

우주항공청은 ‘한국판 NASA’ 역할 수행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 우주항공 분야 전반을 총괄하면서 관련 산업을 선도할 기업을 육성하고 인재를 길러낸다. 우주항공청 총정원은 293명인데, 정부가 새로 채용하거나 과기정통부 등 정부 부처에서 옮겨온 우주항공 분야 인재 110여명으로 우선 출발한다.

정부는 우주항공청 개청을 신호탄 삼아 경남 지역에 대규모 우주항공 복합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경남은 국내 항공우주산업 생산액의 68%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주산업 분야 전초기지일 뿐만 아니라 항공국가산업단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들어선 항공 산업 집적지로 꼽힌다.

우주항공청을 통해 우주항공 기업 2000개 이상을 육성하고 50만 개에 달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세계 시장 점유율 10%(420조원)를 달성해 세계 5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우주항공 기업은 700여 개, 종사자는 2만명, 시장 점유율은 1%였다.

정부가 우주항공 분야 발전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뉴스페이스 시대’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는 과거 정부가 우주 개발 전반을 주도하던 ‘올드스페이스(Old Space)’에서 민간 기업의 우주 개발 참여가 활발해진 ‘뉴스페이스(New Space)’로의 전환을 나타내는 용어다.

한 우주개발 분야 전문가는 “과거 우주 개발은 막대한 투자 비용에 비해 경제성이 낮았기 때문에 정부 주도하에 군사적 목적이나 순수한 과학적 탐구를 목적으로 진행됐다”며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민간 기업이 직접 우주 개발에 나서며 우주 산업을 주도하는 추세로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뉴스페이스 시대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우주 기술 개발 분야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융합됨에 따라 발사체, 위성 생산 비용 절감과 제작 기간 단축이 가능해진 부분이 자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자 세계 각국과 민간 기업의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NASA가 주도하고 일본·유럽 등 40개 국가, 블루오리진·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도 궤도에 올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정부는 ‘5대 우주 강국’ 진입 포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경남 사천 KAI에서 개최된 ‘우주산업클러스터’ 출범식에서 5대 우주 강국 목표를 제안한 뒤 “2027년까지 우주개발 예산을 1조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민간이 구축하기 어려운 핵심인프라를 책임지고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인류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인식되는 ‘우주 개척 시장’ 선점을 위해 각국은 치열하게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강국 미국의 우주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러시아 외에도 일본,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은 올해 들어 세계 다섯 번째 달 탐사국이 된 데 이어 대형 로켓 H3 발사까지 성공시켰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한 인도도 최근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최대 100%까지 허용하는 등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공격적 행보를 하고 있다.

이에 비해 객관적으로 우리나라의 우주 경쟁력은 답보 상태다. 우주 개척 콘트롤타워인 우주항공청 설립을 이제야 앞두고 있다. 선도국들과 각국 기업들이 우주개발 속도전을 펴고 있지만 우리는 우주 사령탑도 세우지 못한 상태다. 글로벌 우주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5대 우주 강국’ 비전을 실현하려면 늑장을 더 부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은 신설되는 우주항공청에 주도적 역할을 부여해 선도국의 65~80% 수준에 머무는 우주 기술력 제고와 인재 양성, 투자 확대 등 정책 실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R&D 강화, 세제·금융·예산 등 전방위 지원과 규제 혁파 등으로 기업들의 과감한 도전을 뒷받침해 우주 강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하인환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우주항공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올 하반기 예정돼 있다”며 “국내 기업의 경우 우주항공청 설립에 따른 정부 정책과 예산 확대 등으로 주요 기관들이 연구·투자를 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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