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바이드' 현실화, 국가별 차이도 뚜렷
한국 리더 80% 'AI,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

AI 활용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SKT는 2021년부터 슈퍼컴퓨터를 구축해 자체 운영하고 있으며 NVIDIA A100 GPU 1040개로 증설하기도 했다. /SK그룹
AI 활용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SKT는 2021년부터 슈퍼컴퓨터를 구축해 자체 운영하고 있으며 NVIDIA A100 GPU 1040개로 증설하기도 했다. /SK그룹

인공지능(AI)을 능수능란하게 업무에 활용하는 AI 네이티브(원어민)가 늘면서 '디지털 디바이드(격차)'보다 더 무서운 'AI 디바이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대 국회에선 지난해 발의된 'AI 기본법'마저 1년 넘게 방치되다 자동 폐기 수순이다.

AI는 개인이나 기업 차원의 격차를 넘어 한 국가 내에서 지역별 격차를 벌리거나 국가들 사이 차이도 벌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도 한국 사회는 AI 사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I 디바이드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를 의미한다. 지난해 9월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내놓은 보고서 '날카로운 기술적 경계를 넘어서: 지식 노동자 생산성과 품질에 미치는 AI 효과의 현장 실험적 증거 탐색'은 AI가 업무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컨설턴트 758명을 대상으로 챗GPT4를 사용한 그룹과 사용하지 않은 그룹 사이 업무 차이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챗GPT4를 활용해 일을 한 측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평균 12.2% 많이 작업을 해내고 5.1% 더 빠르게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내에서도 AI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업무동향지표 202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조직 리더의 80%가 'AI 도입이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8%가 '조직 내 비전과 명확한 계획이 부족한 점에 대해 우려한다'고 답했다. 리더 중 70%는 'AI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지원자를 채용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77%가 AI 역량을 채용의 우선순위로 뒀다.

그럼에도 국내의 AI 활용 수준은 세계적 추세와 비교했을 때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는 'AI 인덱스 2024'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괄목할 기초 모델을 가장 많이 개발한 국가는 미국"이라고 발표했다. 인공지능에서 기초 모델이란 다양한 생성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된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로 대표적으로 오픈AI의 챗GPT를 들 수 있다.

챗GPT와 인공지능 기계학습 개념도 /인공지능 개발자 지오바니 토치(Giovanni Toschi)
챗GPT와 인공지능 기계학습 개념도 /인공지능 개발자 지오바니 토치(Giovanni Toschi)

미국은 총 109가지의 괄목할 만한 기초 모델을 만들었으며 2위는 20건을 개발한 중국이었다. 이외에도 이스라엘이 2건, 싱가포르가 2건으로 보고됐고 영국, 아랍에미리트, 캐나다, 독일, 핀란드, 대만, 스웨덴, 스페인, 프랑스도 포함됐다. 하지만 한국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공지능 시대를 좌우할 기계학습 능력이 경쟁국에 크게 떨어지는 현실이다.

국내에서도 AI 발전을 따라잡기 위해 'AI 기본법'이라 불리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을 추진 중이었으나 '규제'와 '육성' 중 어느 쪽에 초점을 둘 지를 두고 갈등이 일어났다. 지난해 2월 발의된 해당 법안은 여야 간 정쟁 속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가 21일 불발되면서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업계에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글로벌 빅테크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 LG, SK, KT, 현대자동차도 자체 기초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윤종영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 융합대학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만나본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면서도 "실제로 기업의 메인 주축 기능을 수행하는 단계까지는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 사업의 선두 주자다. 최근 서버리스 인공지능 기계학습 서비스 제공업체인 미국의 람다 '시리즈C'에 총 3억2000만 달러를 투자한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DC)를 통해 국내를 비롯한 동남아에 AI 학습 및 추론용 GPU 서버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람다 외에도 △SK브로드밴드 DC 운영 노하우 △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사피온 AI 반도체 등 SK그룹의 역량을 결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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