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은 4년 5개월 전 日에 완승 주장
한·일 갈등 방관하던 중국도 당사자
라인플러스 상하이 법인 청산 관건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의 정상이 서울에서 한자리에 모이는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향한 시침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4년 5개월 전 경제안보 측면에서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화두였다면 이번엔 인공지능(AI) 시대 정보 전쟁이 뜨겁다.
2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출간한 '변방에서 중심으로' 회고록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에 대한 수출 규제에 대해 한국 정부의 대응이 완승으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한 한국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은 산업적 측면에서 성공했으며 한 달여 뒤 반격의 카드로 꺼내 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선언 역시 국민의 압도적인 찬성 여론에 힘입었던 조치라고 자평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으로 내놓은 '제3자 대위변제안'에 대해선 혹평을 내놨다. 그는 "일본이 요구한 유일한 해법은 한국이 책임지라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그것은 굴복일 뿐"이라고 했다.
4년 반 만에 복원되는 이번 정상회의는 3국 정상급 대화로 동북아 지역 협력을 추동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경제안보 등에서 의견이 다르더라도 보건, 환경, 에너지, 삼림 등 지역 공통 과제에서 기능적 협력을 강화하고 교육과 인적 교류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서는 같은 방향을 향해 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일정과 의제를 최종 조율하는 중이라면서 공직 일정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 리창 총리가 26~27일 서울에서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확실시하고 있다. 최근 기시다 총리는 "우리나라(일본)는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의 대처를 지지하면서 정상회의 등 개최를 위해 3국이 계속 조율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라는 변수다. 조경태·조정훈 등 여당 의원이 지난 20일 최근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식 참석한 것을 두고 주한중국대사관은 대변인을 통해 "단호히 반대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따르지 않으면 앞으로 한·중 양자회담 여부도 불투명하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일·중 정상회담 26~27일 유력
尹-기시다 경제안보 공조에 촉각
라인 중국법인 청산시 中 반응은?
중국은 외교 관례상 양자회담에는 시진핑이, 다자간 회담에는 2인자인 총리급이 나선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화두였던 제8차 한중일 회의 당시 중국은 사실상 방관자였다. 반면 'AI 혁명 시대'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발단이 된 이번 라인야후 사태에선 당사자다.
지난 2017년 6월 중국 공산당이 정보기관이 필요한 자료 제공을 법인에게 의무화하는 국가정보법을 시행한 것이 발단이기 때문이다. 2018년 8월 라인플러스가 AI 개발 위탁을 맡긴 라인디지털테크놀로지상하이유한회사의 중국인 직원들이 최소한 32번에 걸쳐 일본 서버에 접촉한 행적이 드러났다.
야후의 시정 조치가 미비했던 가운데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서 51만 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이에 일본 총무성은 라인의 운영사인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며 통신 비밀 보호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네이버는 2020년 12월 28일 라인과 야후 통합 과정에서 모바일서비스 회사인 라인플러스에 대한 계열분리 작업을 실시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지분을 보유한 라인야후가 100% 지배하는 중간지주사(Z인터미디어트)가 라인플러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형태다. 다시 말해 라인플러스는 라인야후 그룹 계열사이면서도 한국 국적의 네이버의 손자회사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중국법인 청산 의무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비롯해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 등 한국측 경영진에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기사 : [단독] 일본 경악한 中 라인 개발社 알고 보니 네이버 손자회사

일본 측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2019년 7월 4일 직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청와대에서 면담했고 일본 시사주간지 '주간문춘'은 "손 회장이 라인의 모회사(네이버)와 접촉을 주선해 달라는 요구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을 면담한 날 손정의 회장은 성북구 가구박물관에서 이재용 삼성 회장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물론 이해진 네이버 GIO와도 만났다. 이어 6개월 뒤 '라인'은 '야후재판'과 통합을 발표했다.
라인야후 사태는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이 합작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이어 외교 문제로 비화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참의원은 '중요경제안보정보의 보호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을 최근 통과시켰다.
첨단기술 및 기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중요 정보를 취급하는 민간인을 국가가 지정한다는 내용이다. 개인 정보와 같은 민감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동시에 중요 정보 취급 당사자의 과거 범죄 기록을 확인하고 배우자의 국적까지 조사한다는 방침도 담겼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강력한 정보보호 체계를 구축해 기업이 국제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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