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학생보다 학부모가 유발
권위주의 사고 무지서 비롯된 오해

인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형성하였다. 여기에는 성별과 나이, 인종과 국적 등에 관계없이 인권의 기본적 가치에는 차이가 없기에 마찬가지로 학생도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동안 학생은 권리의 주체이면서도 학생 신분 또는 미성숙한 존재라는 이유로 기본권의 제한을 받고, 보호와 통제의 대상으로 취급되었다. 교원은 가르치고 학생은 배워야 하는 학교에서 교직원으로부터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였을 때 그동안 학생이 대응할 만한 적절한 방법이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이에 학생도 인간이기에 최소한 보장되는 권리가 무엇인지 열거하여 규정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학생 인권은 새롭게 만들어진 권리가 아닌 우리 「헌법」과 「국제인권조약」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명시하고 있기에 이를 다시 확인하는 차원에서 2010년 경기도의회를 시작으로 약 7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였다.
하지만 2024년 3월 19일 충청남도 의회에서 ‘충남 학생인권조례안’을 처음 폐지하였고, 다음 달인 4월 26일에는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안’ 폐지를 가결하였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준비하고 있기에 그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논란들 정리해 보니
대부분 오해···초·중등교육법 일치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게 된 배경으로는 최근 교권 추락을 상징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 데 기인한다. 2023년 7월에 있었던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교권 침해와 추락의 원인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쟁점이 되었다. 학생인권조례가 지나치게 학생의 권리만 강조한다고 보거나 학생 인권과 교권을 상호 대척점에 두고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다.
특히, 학생인권조례에서 상정한 ‘학생은 성별, 종교, 인종,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이 특히 기독교 관련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한다며 학생인권조례 무용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학생 인권에 대한 권위주의적 사고 내지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이다.
첫째, 학생 인권에 대한 일부 교사의 권위주의적 사고이다. 2010년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이전에는 상해가 아닌 폭행 정도의 경우 교사의 학생에 대한 체벌권을 법원이 인정해 주었다. 그러나 이후 학생 체벌이 전면적으로 금지되었다. 마치 교사의 학생들 제압 수단인 체벌을 일부 교사는 자신의 특별하고 중요한 권리로 인식하였다. 체벌 상실에 대한 한탄을 교권 추락으로 보는 일부 교사의 권위주의적 사고가 바로 그 원안인 학생인권조례로 본다는 시대착오적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둘째,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권리만 지나치게 강조하여 상대적으로 교권이 추락한다는 보는 사고이다. 원래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지, 의무를 강조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권리에는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기 때문에 학생 인권도 마찬가지로 특정 학생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타인의 권리를 부적절하게 제한하거나 침해할 수는 없다.
학생인권조례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 4(학생의 인권보장) 제2항은 “학생은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이번에 폐지된 충남 학생인권조례 제4조 제4항에서도 “학생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4조 제5항에서도 “학생은 교사 및 다른 학생 등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권 침해는 학생보다는 다른 교원이나 학부모에 의해서 주로 발생한다는 통계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여부가 교권침해와는 별개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학생인권조례의 몇몇 조항은 동성애 혹은 성적 방종(문란한 성생활)을 조장하고 있다는 오해이다. 이것은 허위와 무지에 의해서 비롯된 주장에 가깝다. 사회의 주류적 경향과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진 학생에게 이를 이유로 놀리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이들 또한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동등과 주체라는 점을 인정하고 차별받지 않고 학교생활과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려는 것이다. 즉 학생 인권이라는 것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인권의 주체가 될 수 있고, 학생마다 가지는 차이를 두고 차별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학생이 임신과 출산에 직면할 경우, 이로 인해 학교로부터 퇴학당하거나 교육받을 권리를 제한받거나 혹은 혐오 및 집단따돌림의 대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 결코 학생들에게 임신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닌 것이며 이는 관련 조례안 해석을 오해한 것이다.

정당 소속 의원들이 추진한 조례 폐지
학생들 인권, 정치 논리보다 우선돼야
교육청을 주관하는 교육감은 정치인이 아닌 자(최근 1년간 정당의 당적이 없어야 후보로 출마 가능) 중에서 4년마다 지방선거 단체장(의원)과 동시에 선출한다. 다만 교육감도 진보적 교육감이나 보수적 교육감 등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현행 교육감 선거에는 정당의 관여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교육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가치에 기초해 정당은 교육감 후보를 추천할 수 없고, 교육감 후보자 역시 특정 정당과 정책적으로 공조 관계임을 표방해서는 안 된다.
반면 자치단체의 의회는 정치인들이 선출된다.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진보 교육감 김상곤 후보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시했고, 2010년에 있었던 제5회 전국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인 민주당 후보가 보수 성향인 한나라당 후보에 비하여 배에 가깝게 경기도의원으로 당선됐다. 그해 9월 16일 진보 성향의 경기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국내 최초로 통과시켰다.
이번에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지방자치단체 광역의원의 정치적 성향을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2024년 3월 19일 지자체 중에서는 제일 먼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충청남도의회의 정당별 분포를 보면 보수 성향인 국민의힘 소속이 진보 성향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보다 3배나 많다. 즉 보수 성향인 충남 국민의힘 도의원 주도로 학생인권조례안이 폐지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서울시의회의 정당별 분포를 보면 보수 성향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진보 성향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보다 2배 정도 많다. 금년 4월 26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만 투표한 가운데 재석의원 60명에 찬성 60명, 반대 0명으로 학생인권조례안 폐지가 통과됐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안 제정과 폐지가 너무나 정치적 논리로 진행된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적용되는 학생인권조례가 교육적 판단이 아닌 정치 논리로만 존폐가 결정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쨌든 서울시의회는 이를 대체하는 ‘서울시교육청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을 보수성향 의원들 주도로 가결시켰고, 진보 성향의 조희연 교육감은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였다. 충남도교육청도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 적법성을 대법원에 제소한 상황이다.
학생 인권의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전혀 개의치 않고 학생 인권이 폐지된 상황이라는 점, 폐지된 지역의 교사들조차 학생 인권 폐지를 반대하는 집단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 학생 인권이란 최소한의 국제적 인권 규범을 준수한다는 선상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자체에서의 학생인권조례안 폐지는 중단되어야 한다.
국제적 규범 의식으로 탄생한 학생인권조례가 약 10여 만에 폐지되는 상황은 어느 모로 보나 이해하기 어렵다. 학생 인권 자체를 폐지하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어서 마치 독재국가에서나 발견되는 후진국형 정치적 개악으로 간주되기 쉽다. 학생인권조례안의 내용이 문제이면 관련 조항을 개정하면 되며, 학생인권조례의 조례 명도 부득이한 경우 개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 전체를 섣불리 폐지하는 것은 너무나 정치적이다.
특히 학생인권조례의 논란 항목들(동성애 조장, 성적 방종, 종교자유 침해 등)은 순전히 잘못된 해석에서 나온 오해에 불과하다. 또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나 통계는 전무(全無)하다. 교권 회복을 위한 논의에서 학생 인권을 낮춰야 교권이 우월해진다는 반비례적 관계의 사고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현재 학생인권조례안 폐지를 준비하는 광역 자치 지역들은 이를 중단해야 할 것이며, 기존에 폐지한 곳들은 ‘의회 재의’ 혹은 ‘대법원 판단’에 의하여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정재준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겸임교수
-[학교폭력예방교과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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