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진단 교사 급증
野 일각 졸속 입법 우려
"법 조항 악용 없어야"

12일 오전 초등학생 피살사건 피해자 김하늘(8)양의 합동분향소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돼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초등학생 피살사건 피해자 김하늘(8)양의 합동분향소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돼있다. /연합뉴스

대전 초등생 살인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이 정신 질환 교사는 교단에서 배제하는데 초점을 맞춘 법 개정을 추진한다.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자 바로 대응한 것이지만 사후약방문식 법안 마련이 교계에 또다른 갈등을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교원 임용 전후로 정신 질환 검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하늘이법'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도 정신질환으로 교육활동이 불가능한 교원에 대한 질환심의위원회를 의무화하고 휴직 후 복직 시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는 ‘하늘이법’을 만들기로 했다. 

가해자인 40대 여교사 A씨는 해당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동료 교사의 팔을 꺾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사는 학교 측 권고에 따라 휴직했다가 지난해 12월 복직해 교과 전담 교사로 일해왔다. 이 과정에서 복직의 적절성을 따지는 심의위원회 등은 열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역시 전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과 간담회를 열고 대전 초등학생 사망 관련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정신 질환으로 교단에 서기 곤란한 교사는 직권휴직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며 정신 질환으로 휴직한 교사가 복직할 때는 정상 근무가 가능한지 확인을 필수화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는 우울증 등으로 휴직한 교사가 ‘정상근무가 가능하다’는 의사 진단서를 제출하면 복직이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진단서 외 추가적인 방법으로 복직 후 정상 근무 가능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교사의 정신건강 관리와 복직 과정에서의 지원 체계에 문제는 단편적이고 구조적인 안전 대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12일 대전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 양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12일 대전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 양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계에서는 교사들의 정신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우울증 진료를 받은 초등학교 종사자는 9468명으로 5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불안장애로 병원을 찾은 초등학교 종사자도 7300명으로 집계됐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교사가 먼저 밝히거나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학교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초등교사노조는 이날 입장문에서 "직권휴직과 해임을 강화하는 조치는 정신 질환에 대한 객관적 기준 없이 주관적 판단으로 교사를 배제할 위험이 크다"며 "법 조항을 악용하는 악성 민원인과 관리자에 의해 담임교사가 부당하게 정신적 문제로 몰려 긴급 분리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그동안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민식이법' △'사랑이법' △'종현이법' △‘하준이법’ △‘정인이법’ △'태완이법' △'임세원법' △'김용균법' △'구하라법' 등 희생자의 이름을 걸고 법안을 마련했다. 2023년 서이초 교사가 숨졌을 때는 민주당이 '서이초특별법'을 만들었다. 교사들이 겪는 업무 과중 현상을 해소하고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악용해 교권이 침해받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보호 및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나치게 조속하게 입법을 추진하다 보면 자칫 졸속 입법이 될 수 있다. 신중하게 입법해야 한다"며 "법 제정 명칭에 대해서도 피해자 이름을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편 하늘 양 사건 이후 온라인에선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아이 주변 소리 녹취와 위치 추적 기능이 있는 앱이 퍼져 국내 앱 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일부 교사들은 앱이 교실에서 실행될 경우 교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교사 인증을 해야 가입할 수 있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용의자 직업이 교사면 전체 교사가 다 잠재적? 범인인가요?” “교실에서 도청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수업해야겠네요” 등의 글이 대전 사건 이후 올라왔다. “불법 도감청을 조장하다니요” “등교하면 핸드폰 꺼내서 다 끄게 해야겠네요”는 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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