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득구 의원 10만명 설문 조사 결과
법 없다고 '교권' 무시해 온 자업자득

20대 여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담장은 '교권 침해'를 호소하는 전국 교사들의 호소문으로 가득 차 있다. 여기서 교권은 빼앗긴 교육할 권리를 뜻한다.
지금까지 교실 현장에선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만 있고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권리를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로 인해 교사의 교육할 권한이 무너진 것이다. 교권은 교사의 직업적 권리로서 여교사의 죽음은 교실 붕괴의 한 단면이다. 모두가 이 같은 문제점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방치해 온 것을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8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가 ‘서이초 신규교사 사망사건’ 관련 설문조사 진행 결과 교사와 학부모들은 유사사례 발생 가능성에 대해 97.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날 강 의원은 국회에서 '교권 침해 관련 10만명 설문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설문조사엔 학부모 3만6000명과 교원 8만9000명으로 총 13만2000여명이 참가했다.
특히 현행법과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는 응답이 90%를 넘겼다. 설문조사 대상자에게 "서이초 신규교사 사망사건 등 교권 침해 사안의 원인이 법과 제도적 한계라는 지적에 동의하냐"고 묻자 94.5%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서이초 신규교사 사망사건의 과도한 민원 여부'에 대해서도 94.9%가 과도했다고 평가했고 79.9%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교원(96.8%)과 학부모(90.7%) 모두 문제점이 있다고 인식했다. 교원 중 92.3%가 과도한 민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 교원들이 매우 그렇다(93.9%)고 선택했다. '서이초 신규교사 사망사건의 유사사례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97.6%가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정부와 국민의힘이 문제제기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가 사고의 원인이냐는 응답엔 55.5%가 맞다고 답했다.

교원들 우울증 치료···당국이 외면해 와
이 와중에도 국힘은 '가짜뉴스' 프레임
교원들은 민원 때문에 우울증 치료나 휴직 등을 경험한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 응답자의 96.8%가 주변이나 본인이 민원으로 인해 우울증 치료나 휴직을 경험했다. 특히 교권 문제에 교육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응답은 95.9%로 과반을 넘겼다.
교사들은 교권 회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아동학대법 개정을 꼽았다. 수업 방해 교권 침해 학생 분리 조치, 학교폭력 업무 이관, 학교 민원창구 일원화에 대한 요구 목소리도 높다.
특히 가정에서의 아동학대와 학교에서의 아동학대는 성격이 매우 다른 것이기 때문에 기준을 명확히 분리해야 하며,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 절차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에게 면책 특권을 부여하는 아동학대법 개정 여부에 대해선 학부모와 교원 91.1%가 동의했다. 허점이 드러난 학교폭력예방법 역시 '과잉 입법 조항'으로 개선이 필요하냐는 물음에 8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학부모와 교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가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 내용은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 △아동학대법·학교폭력예방법 개정 △교장과 교감, 교육 당국의 선제 대응 △학습권·지도·보호의 조치를 위한 생활지도 권리 보장 △학교폭력 경찰 이관 및 상주 경찰 배치 △학생인권조례 등 정치적 논리 배제 등이다.
강 의원은 "이번 사건도 실제적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은 없이 사건의 근본적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한 맘카페 커뮤니티에 3선의 한기호 의원과 연관된 게시물이 올라왔다는 이유로 '가짜 뉴스' 문제로 몰아붙이고 있다. 또 일부에선 안타까움에 대한 애도의 표시를 '죽음에 대한 미화'로 치부한다. 그러나 이런 식이면 법조인·정치인이란 직업 등을 앞세운 교사에 대한 갑질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다만 교육 당국은 교사들의 목소리부터 듣겠다는 입장으로 이념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사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아동학대법 개정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면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관행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