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법사위 계류 중
학대에 처벌·배상 한계
법원행정처 신중 검토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연합뉴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연합뉴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민법에 추가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상황에 부닥쳤다. 반려인이 증가하면서 동물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는 추세에 국회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동물의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이 5건 발의됐는데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박성준·이성만·이탄희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난해 9월 법안심사 제1소위에 회부된 후 논의가 중단됐다. 

오는 29일 21대 국회 종료까지는 21일 남았다. 22대 국회에서 법안을 다시 발의하면 상임위 회부 전 단계로 돌아가 더 차일피일 미뤄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온라인 자유게시판에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날까지 해당 법안의 처리를 촉구하는 청원 글이 16건 게시됐다. 한 시민은 "동물을 물건이 아니라 생명으로 존중하는 대한민국에 살고 싶다"며 "더 이상 재물손괴죄가 아닌 동물 살해죄로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현행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고 있고 동물은 이 중 유체물로서 물건으로 취급된다. 법무부는 지난 2021년 높아진 국민의 동물권 인식을 반영해 이를 개정하는 법안을 처음 발의했다. 

2년간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민법 개정안 통과 촉구 국회 청원 안이 나왔고 국민 5만명이 동의했다. 이에 지난해 4월 여야 원내대표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먼저 심사해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다른 쟁점 법안들에 밀렸다.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함에 따라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을 다치게 한 경우 형법상 '재물손괴죄'로 처벌된다(형법 제366조). 보험금을 산정할 때는 대인이 아닌 '대물' 배상에 해당한다. 반면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않는 법체계에서는 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나 손해배상액이 크게 늘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독일(1990년) △오스트리아(1988년) △스위스(2003년) △프랑스(2015년)는 이미 이 같은 조항을 민법에 포함해 법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동물의 비물건성을 선언하는 것은 기존 권리 객체 개념의 패러다임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법학계 등의 충분한 의견 수렴 및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신중 검토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의 신중 검토 의견은 사실상 반대 의견으로 통용된다.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는 "동물은 인간의 도구나 수단이 아니다. 동물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동물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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