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쉘위댄스] (49)
댄스라는 게 별것도 아니다
건전한 스포츠이자 교양이다

“여러분들 부인들은 이미 다 거쳐 갔습니다.”

서울 강남의 댄스학원 저녁반 단체 반에 남자들만의 반을 만들었다. 낮에 직장에서 근무하고 퇴근하고 오는 사람들을 위한 댄스스포츠반이다.

나름대로 운동을 겸해서 나오는 사람도 있고 댄스가 교양을 위해 필수라는 말을 듣고 배우려고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나오는 사람도 많았다. 수상하게 생각하거나 알려 봐야 이해 못 하면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춤을 배워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들과 은밀히 재미를 보겠다는 의도를 가진 사람도 있다. 어쨌든 큰마음 먹고 나온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긴장하는 사람도 있고 분위기 파악을 하느라 눈치를 보는 사람도 있다.

남자들만의 댄스반은 나름대로 장점도 있었다. 까다로운 여자들 신경 안 써도 되고 좀 틀려도 흠이 되지 않았다. 워낙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강사는 댄스계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소위 우리나라 댄스 1세대다. 그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여러분들 부인들은 이미 수년 전 다 이런 곳을 거쳐 갔습니다”였다. 남자 수강생들이 충격을 받은 듯 놀라는 표정이었다.

과장이 있기는 했으나 사실에 가까운 말이다. 남편들이 출근하고 나면 아내들은 뭔가를 배우러 다닌다. 댄스반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낮 반은 여성들만의 반이다. 그 시간에 나올 수 있는 남자가 없기 때문에 아예 주부반으로 수강생을 받는다. 주로 친구들이나 이웃들이 함께 온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춤을 배운 후 배우자 몰래 다른 남자들이 있는 춤판에 종종 가게 되는 경우이다.

댄스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댄스는 스포츠이자 교양이다. /사진=강신영
댄스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댄스는 스포츠이자 교양이다. /사진=강신영

남녀가 동시에 댄스를 시작하면 여성들의 진도가 빠르다. 어릴 때부터 리듬감을 익힐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남자들은 성장 과정 동안 리듬감이나 율동과는 거리가 먼 과정을 겪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삐걱대는 것이다.

남자가 리드하고 여성은 그에 따르게 되어 있는데 남성이 버벅대면 여성이 오히려 이해가 빠르니 여성이 남성을 탓하고 여성이 리드하려고 드는 일이 자주 생긴다. 그래서 남자가 미리 먼저 배우고 나서 배우자를 불러 같이 진도를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이미 주부반에서 기초를 다 익힌 아내와 같이 초급반에서 춤을 추려면 자존심 상하는 말을 듣기 마련이다. 춤 이전에는 돈을 벌어다 주며 가장으로서 그래도 목에 힘주고 살았는데 몸이 둔하다며 아내 앞에서 처참하게 작아지는 것이다. 부부가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배운 춤이 두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밝은 조명 아래서 댄스를 배워 보면 건전한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진=강신영
밝은 조명 아래서 댄스를 배워 보면 건전한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진=강신영

여성들이 낮 반에서 댄스를 배우는 것은 에어로빅이나 라인 댄스를 배우는 것과 동급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남편에게 댄스를 배우러 다닌다고 말할 필요도 없다.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남자들이 저녁에 댄스 학원에 가서 댄스를 배운다는 것은 몰래 배우면 그 자체의 의도가 수상한 것이고 말하고 다니면 계속 경계와 감시의 눈초리를 느끼며 다녀야 한다. 좀 늦게 귀가하면 수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옷을 벗어 놓으면 혹시 여자의 향수 냄새라도 배어 있지 않나 감시당할 수도 있다.

댄스라는 게 해 보면 정말 별것도 아니다. 남자들도 에어로빅이나 라인댄스를 배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이성 파트너와 맞잡고 한다고 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그것도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손만 닿아도 전기가 찌릿하고 통하던 시절도 아니고 중년 이상이면 이젠 그런 감각은 한참 무디어져 있다. 법적으로나 관습적으로 댄스스포츠는 불법도 아니고 떳떳지 못한 행위도 아니다. 상대는 물론 나도 다른 생각 없이 그냥 춤을 추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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