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시니어 입장가] (11)
2004년 제작 19년 뒤인 23년 개봉
노년기란 사계절에서 '겨울'에 해당

<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2004 제작
고령화 시대에서 치매는 새로운 노인 문제다. 60대면 다 살았다며 환갑 잔치를 하던 시절에는 일부 고령자에서나 발병하던 병이었으나 평균수명이 급증하면서 치매가 무서운 복병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옛날 늙은 부모를 지게에 지고 산에 올라가 버리고 온 이유도 치매에 걸린 경우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계의 거목 신상옥 감독이 마지막으로 남긴 영화다. 2004년 거의 완성했으나 건강 악화로 마무리 짓지 못하다가 2006년 사망했다. 그로부터 17년 뒤인 2023년 세상에 공개됐다. 일본의 아리요시 사와코의 밀리언셀러 <황홀한 사람> 원작을 바탕으로 고령화 시대가 선언된 21세기를 향한 사회와 개인에게 노인 복지의 책임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 영화다.
치매가 어떤 증상인지 잘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내가 죽었다는 충격에 치매에 걸린 노인(신구)과 그런 노인을 돌보는 며느리(김지숙), 남편은 아버지니까 잘 모시라고 하지만 맞벌이도 하면서 보통 일이 아니다. 치매는 본인도 괴롭지만, 가족의 피를 말린다. 간병인을 쓰자니 돈이 한두 푼이 아니라 엄두도 못 낸다.
노인은 쩍하면 도둑이 들었다고 하고 아들도 못 알아본다. 집을 나가거나 집안 물건을 마구 부수기도 한다. 전기·전자 제품 스위치를 있는 대로 틀어 놓기도 해서 화재가 날 뻔하기도 했다. 실종을 방지하기 위해 옷에 연락처를 적어 넣기도 하고 대문을 밖에서 잠그기도 한다.
마지막 단계는 대소변을 못 가린다. 말로만 듣던 벽에 똥칠하는 단계면 마지막이다. 부득이하게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똥칠을 하기도 한다. 그 정도면 요양원에 보내야 하는데 요양원의 노인들은 심한 경우 침대에 누워지내며 그야말로 죽을 날만 기다리는 군상들이라 차마 못 보낸다.

노인은 집에서 욕조에 누워 목욕하다가 잠이 든다. 밖에서 잠시 초인종 소리가 들려 며느리가 나간 사이에 욕조에서 몸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서 익사 직전까지 간다. 인공 호흡으로 살렸으나 폐렴으로 번지고 결국 사망한다.
서로가 고통스러운 매 순간, 그래도 그때를 버티게 해주는 것은 오직, 가족이다. 며느리의 헌신이 눈물겹다. 시아버지 목욕도 시켜주고, 급박한 소변도 도와주고, 똥오줌 싼 기저귀 갈이도 해준다. 간호를 위해 옆에 누워 자기도 한다. 요즘 이런 며느리는 없다.
장수 시대에 살면서 앞으로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질병이 치매다.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무서운 병이다. 신체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못지않은 것이 정신 건강이다. 노인들은 반드시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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