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장중 1400원 선 터치
달러 강세에 중동 리스크 '설상가상'
"한-미 금리차 폭, 지금은 중요 않다"
'34년만 최저치' 엔화도 영향 준 듯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선을 터치하면서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급격한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한-미 기준(정책)금리 간 차이보다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위원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탈)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상황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1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날 조윤제 금융통화위원의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조 위원의 임기는 이달 20일까지다.
간담회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에 관한 질문이 여럿 나왔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1389.9원에 개장한 뒤 장중 상승 폭을 키우며 한때 1400원 선을 찍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11월 7일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의 일이다. 2022년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킹달러' 현상이 발생했던 연도다.
2022년 외에도 원/달러 환율이 1375원 선을 넘겼던 시기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8∼2009년이 있다.
조 위원은 달러 강세를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짚었다. 미국의 경기가 호조세를 이어가자 예상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지면서 달러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국제금융속보를 통해 "오는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전반적인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첫 금리 인하는 연말에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달러인덱스는 106.313포인트를 기록하며 5개월 내 최고치를 달성했다. 올해 들어 DXY(달러지수)는 4.87%가량 올랐다.
조 위원은 "(지난주 통계 기준) 올해 DXY(달러지수)가 4.5% 정도 강세를 나타냈다"며 "이에 따라서 한국 환율은 그보다 조금 더, 5.6%가량 절하됐다"고 말했다.
중동의 정세 불안도 원화 평가절하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3일 이란은 이스라엘에 공습을 가하며 전면전에 대한 가능성을 키웠다. 산유국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시행될 경우 유가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
조 위원에 따르면 원화는 중동의 정세 불안에도 영향을 받아 달러화 강세 정도보다 많이 절하됐다. 조 위원은 "한국은 오일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약화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동 리스크는 원화 외에도 유로화, 캐나다 달러,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스웨덴 크로나화의 가치를 떨어트렸다. 문제는 원화가 엔화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약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원화는 전쟁의 영향을 직접 받는 유럽의 유로화보다도 낙폭이 컸다.
조 위원은 원화가 연이어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달러 대비 엔화 가치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봤다. 조 위원은 "주변국 특히 (일본의) 엔화 약세와 비슷하게 움직이다 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엔화는 1 달러당 154.45 엔까지 떨어지며 1990년 6월 이래 34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한-미 금리 격차로 벌어지는 것은 아닐지 묻자 조 위원은 "금리도 분명히 (환율 변동의) 요인 중 하나"라면서도 "수개월 동안 내외(한-미) 금리차는 변함이 없었지만 환율 수준은 많이 변했다"고 반박했다. 다른 변수들이 모두 불변해야 금리차가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한-미 간 금리차 역전 폭은 2%포인트 대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조 위원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이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조 위원은 "최근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 외환 보유액 등 경제의 전반적 펀더멘탈(기초 체력)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환율의 변동성도 있고 '업스 앤 다운스'가 있겠지만 그렇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위원은 "(환율 변동에는) 기대 심리 등 여러 가지가(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접근할 수 있는 변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환율이야말로 아직 경제학자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 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외환 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식적인 구두 개입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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