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에 보복 공습 강행
국내 금융·외환 불안정성 높아져

지난 5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장교 7명에 대한 장례식에서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장교 7명에 대한 장례식에서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부터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금리·고물가와 높은 부채비율 등 3고(高) 악재가 누그러뜨려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수출 회복에 힘입어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며 경기 반등 기대감도 있지만, 중동 전쟁이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 부담을 더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이 지난 13일 밤(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시리아 주재 이란영사관을 이스라엘이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급 지휘관 등이 사망한 지 12일 만이다.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국 경제도 국제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이 격화돼 이란이 주요 석유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 폭등으로 제2의 '오일쇼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요인이어서 금리인하 여부를 놓고 인플레이션과 씨름 중인 국내외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된다.

앞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장 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치솟았고 전장 대비 0.64달러(0.75%) 상승한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고 종가는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였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3대 산유국으로 하루 석유생산량은 약 300만 배럴가량이다. 공급 제한과 함께 주요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할 경우가 큰 문제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흐름은 하루 평균 2100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 소비의 21%가 이곳을 통과한다.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는 하루 700만 배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걸프만 한가운데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 / 구글어스
걸프만 한가운데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 / 구글어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 유가가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외에도 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한다. 당연히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발이 묶이게 된다.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불안하다. 강달러 영향으로 달러당 원화값은 12일 이미 1370원 밑으로 떨어졌는데 중동 분쟁이 길어지면 1400원도 위태롭다. 금값은 온스당 2500달러에 육박했고, 이란의 공격 후 비트코인 가격은 7% 가까이 급락해 한때 6만2000달러(약 8500만원) 선이 붕괴됐다. 전 세계 자산시장 변동성과 국내 금융·외환 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진 것이다.

달러와 국제유가가 동반 강세를 보이면 한국 정부의 대외 채무 부담이 커지고, 경상수지도 나빠질 수 있어 과도한 환율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중동 사태 관련 긴급 경제안보회의를 주재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제 유가와 환율의 움직임에 따른 파급 효과를 예의주시하면서 현 상황이 공급망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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