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9 비자 외국인 통시해변 쓰레기 수거
'자국 설 당일'에도 해변 청소 봉사 나서
외국인이지만 '지역 사회 공헌' 욕구 커

경남 지역 외국인 주민 17명이 통영 앞바다 청소 자원봉사 활동을 벌였다. 사업을 주최한 경상남도외국인주민지원센터(지원센터)는 내국인 자원봉사단과 협업을 추진하는 등 사업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1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 네팔 국적의 근로자 17명은 지난 14일 통영시 용남면에 위치한 통시해변에서 해변 정화 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E-9 비자로 입국해 창원, 양산, 부산 등에 거주하며 제조업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고 바다에 방치된 채 표류하고 있는 부표를 거두어들였다.
사업을 추진한 지원센터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참여 외국인들은) 쓰레기가 많이 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면서 다음에도 봉사활동을 꼭 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14일은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의 설날인 동시에 네팔의 설 다음 날이었다. 지원센터 관계자는 이에 관해 "이분들에게 특별한 날인 만큼 가족이나 친구들과 뭔가를 하고 싶었을 텐데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하자' 해서 나오신 분들이었다"고 말했다.
지원센터의 해양정화사업은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이 주최하는 '반려 해변'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기업 또는 단체가 해변을 '입양'하는 형태로 등록하고 정화 활동 및 캠페인을 진행한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 포상 등의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내국인으로 구성된 단체 중 반려 해변을 입양한 단체는 많으나 외국인을 주축으로 구성된 반려 해변 입양 주체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이들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센터는 지난해 7월 외국인 해양 정화 사업을 시작했다. 시작 배경으로는 외국인 주민의 지역 사회 공헌 욕구가 꼽혔다. 경남연구원이 2021년 발행한 '경상남도 외국인 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남 거주 외국인들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서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하기 때문에 일요일에만 쉴 수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바다 정화에 나섰다. 관계자는 "여성, 남성 상관없이 참여하신 분들은 모두 열심히 임했다"면서 "끝난 뒤에는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뿌듯하다고 많이 말씀하더라"라고 전했다.

바다가 없는 국가에서 온 외국인 참여자는 바다 개발의 이면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관광지로서의 아름다운 바다만 보다가 쓰레기가 방치된 모습을 보고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체험하게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캄보디아 국적의 참여자는 자국의 바다를 떠올리며 "(캄보디아에도) 바다 쓰레기를 치우는 봉사자들이 늘어나도록 해양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다"고 지원센터 관계자에게 일렀다. 다른 국적의 참여자는 "한국에 와있는 우리나라 사람들 모아서 함께 해양 청소 봉사활동을 다니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부터는 해양 정화 사업 참여 외국인들은 환경 교육도 받았다. 이들은 선촌마을 환경교육장에서 '푸른 바다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해양 정화 활동이 한국뿐만 아니라 본국 및 세계의 바다를 깨끗하게 하는 중요한 사업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참여 외국인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지원센터는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통시해변을 입양한 내국인 단체와 함께 활동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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