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관심 속 버려진 한국 입양인들
양부모 책임 가볍게 만드는 IR-4 비자
입양인·입양인 후손 귀화 어려움 '여전'

 

해외 입양아들의 사진 /연합뉴스
해외 입양아들의 사진 /연합뉴스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중 시민권을 따지 못해 '무국적자' 신세가 된 인원이 4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양 당시 한국 정부의 허술한 제도로 인해 입양아들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 따른다. 

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 1970년부터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은 10만 6332명. 이 중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인원은 최소 4만 38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기 전에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의 경우 대부분 IR-4 비자로 입양됐다. 때문에 미국 내에서 양부모가 입양 절차를 완료하지 않은 4만여 명에 달하는 입양인이 미국 시민권을 따지 못한 상태다. 

국무부 자료를 보면 2001년 이후 2013년까지 미국으로 입양된 한인 입양아 총 1만 5616명 중 1만 5498명이 IR-4 비자를 발급받았다.

'아동 입양 절차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도 과거 한국 정부는 가입하지 않았다. 전적으로 입양아에 대한 절차를 민간 입양 기관에 맡겼다. 

미국에선 아시아계 '불법 체류자'
한국 돌아와도 '머리 검은 외국인'

이들에 대한 귀화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있다. 입양아 본인은 2010년 국적법 개정으로 입양 당시 박탈된 한국 국적을 회복할 수 있지만, 이들의 자녀 즉 직계비속은 외국인과 동일하게 귀화 신청을 해야 한다. 

입양인 2세 바스티안 플릭베르트 씨가 프레시안에 올린 칼럼에 따르면 국적법 제7조의 규정에 따라 한국입양인 후손은 '특별귀화'를 할 수 있다. 다만 한국입양인 부모가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한국에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두고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국적법 제10조 제2항 제3호에 따르면 해외입양인은 한국에서 다른 국적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기존 국적의 포기 의무를 면제하는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에 서명할 수 있다.

한국은 국적법 제10조에 따라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2010년 국적법 개정으로 해외입양인이 면제 대상에 추가되었지만 당시에는 해외입양인의 직계비속은 고려되지 않았다. 해외입양인인 부모가 한국 국적을 회복할 경우 그 자녀도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스스로를 한국인으로 자리매김하려 해도 현재 법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2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한국 거주 외국인 중 ‘한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출신 국가별로 중국(한국계) 9만 8477명(44.0%), 베트남 5만 660명(22.6%), 중국 4만 1413명(18.5%), 필리핀 1만 295명(4.6%), 캄보디아 4946명(2.2%) 순이다. 한국계 중국인 9만여 명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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