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조국당 180석 이상 확보
공천 및 선거 전략 실패 원인 지목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 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 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에서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패배를 당했다. 최소 85석이란 출구 조사만큼의 패배는 아니었지만 야권에 180석 이상을 빼앗긴 것이다. 공천 및 선거 전략 실패로 보수 지지층이 기대 이하 수준으로 투표하러 나오지 않은 것이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1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전 9시 기준 지역구 국회의원 254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161석을 차지했고 비례대표 46석 중 더불어민주연합이 13석,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차지했다. 다른 제3지대 정당의 의석까지 더하면 야권이 190석을 차지한 셈이다.

22대 총선 대구 지역의 투표율은 10일 오후 3시 기준으로 21대 총선보다 하락했다. 21대 총선에서 56.2%를 기록했던 투표율이 55.8%를 기록했다. 전일 오후 4시 기준으로는 저번 총선 대비 2.51% 떨어졌다. 울산, 경북과 같은 보수 텃밭 지역도 0.65%, 0.49% 하락했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 지역인 영남 지역의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지지층의 결집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여권 지지층의 이탈을 뜻한다.

국민의힘의 과반 확보 실패를 두고 여당이 유리한 선거 국면을 스스로 뒤집어버렸다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제아무리 당 지지율이 높았더라도 공천을 잘못하면 곧바로 역효과가 나 패하기 마련이다. 정책이나 전략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움직이는 중도성향 유권자의 특성상 확장성 있는 인물을 후보로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여론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한동훈 위원장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억지를 받아들여 사전 투표용지 직접 날인을 주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박했다. 또한 음모론자들에 대한 공천 배제 지침을 정하지 않아 대표적 음모론자가 대구에서 공천되도록 했다가 나중에 다른 5‧18 음모론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자 공천을 취소했다. 이런 과정에서 사전투표 독려가 어렵게 됐고 뒤늦게 독려에 나섰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의 투표율은 낮게 나오고 말았다.

여당 지도부의 선거 전략도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취한 대동단결과 분진 합격과 백의종군 원칙의 반대로 갔다. 팬클럽 회장처럼 끼리끼리 모이기만 했고 중도나 좌파를 향한 외연 확대 전략도 없었다. 경기 화성시을에 당선된 이준석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자객 공천'은 이 후보로부터 맞대응을 불러일으켰다. 의료대란에 대한 방관자적 태도를 취했다가 그 부작용의 덤터기도 쓴 모양새다. 보수 중의 보수인 의사들을 적대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멸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화성을에 출마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11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여울공원에서 당선이 유력시되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화성을에 출마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11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여울공원에서 당선이 유력시되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핵 위기와 그 대응책을 이번 선거에서 철저하게 배제한 것도 부적절한 전략으로 꼽힌다. 보수당이 진행 중인 안보 위기에 대하여 이렇게 무관심하면 누가 국가를 지키겠느냐는 지적이다.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망 구축의 절박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표가 안 되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한 보수성향 지지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500만 수도권이 북한군의 핵 공격에 무방비 상태인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적 핵무장론까지 거론하며 민주당을 공격했다면 표가 늘었을 것"이라며 "안보는 표가 안 된다고 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위원장이 여의도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하고 이를 계기로 세종시를 정치 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도 보수 유권자가 바라보기에는 부적절했다는 평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과 불화하는 모습도 감표의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행동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무조건 응원했던 팬클럽 보수와 음모론 보수도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준석 대표를 징계한 뒤 그를 대표직에서도 몰아내려는 움직임을 시작한 때인 2022년 7월 폭락한 이후 회복이 되지 않았다"며 "지방선거 직후 53%였던 긍정 평가가 28%로 거의 반토막 난 것인데 이는 한국 정치사상 최단기간의 최대 변화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부터 이어진 보수진영 분열이 이번 총선에서 '한동훈호 심판'으로 귀결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22대 총선에서 경기도 화성을에 개혁신당 후보로 출마한 이준석 전 대표는 더블 스코어로 시작한 레이스에서 막판 역전극을 펼쳐 당선됐다. 국민의힘이 보낸 자객 공천의 칼을 맞고 보수표가 분열된 상태에서 민주당의 전통적인 표밭인 이곳에서 민주당 공영운 후보를 제압한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5만1856표를 얻어 42.41%의 득표율로 4수 끝에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