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매입으로 주가 끌어올려, 공모 논란
빈 살만 8975억 입금 전 시장 분위기 조성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지난해 11월 18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지난해 11월 18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 남부지검 금융조사2부 박건영 부장검사는 전날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해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억원을 투입하고 SM 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주로 연예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운용 전문회사로 알려져 있다.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취득한 자산운용사는 아니며 특정 고객 대상으로 블라인드 펀드를 모집해 운영해 오고 있다.

앞서 1월 18일 남부지검은 SM 엔터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부터 지 대표를 비롯해 원아시아파트너스 관계자들을 송치받은 바 있다. 같은 달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에 대해 시세조종 의혹 외 별도 혐의점을 포착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초순 카카오가 CJ그룹과 함께 SM엔터 인수를 검토 중이란 얘기가 나오자 SM엔터 주가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 12만원을 넘어섰다. 당시 제3자 신주 배정 방식으로 턱 없이 낮은 가격(주당 9만1000원)으로 SM엔터 인수를 계획한 것이 카카오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자칫 카카오가 직접 공개매수에 나섰다가는 이수만 씨가 2월 8일 경영권 방어를 위해 법원에 신청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가 2월 10일 이수만 지분 14.8%를 인수하는 공개매수 계획을 밝혔고 이에 대항해 주가를 띄우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사흘 뒤인 2월 14일 한국경제신문 보도를 통해 'CJ그룹 참전설'이 흘러나왔다.

이어 2월 16일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헬리오스 1호 유한회사'가 IBK투자증권 판교점을 통해 800억원(2.9%)을 웃도는 SM엔터 지분을 매집한 것이 금융당국에 포착됐다. 매수 주문이 몰리자 SM엔터 주가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12만원을 넘어 13만6000원까지 치솟았다. 주가가 공개매수가 위를 형성하면 기존 주주들의 매도 유인이 약해지고 인수 의향이 있는 기업은 더 높은 기업결합(M&A)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하이브가 멈칫하는 사이 카카오는 3월 초순 한국투자증권을 앞세워 SM엔터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이후 SM엔터 주가 상승 폭은 더욱 커져 3월 8일 종가 기준 15만8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이브가 여기에 대항해 공개매수에 나서려면 최소 16만원 이상을 책정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결국 하이브는 SM엔터 경영권 인수를 포기했다.

SMM 엔터테이먼트 전경 /연합뉴스
SMM 엔터테이먼트 전경 /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정리해 봤을 때 원아시아파트너스가 빈 살만 왕세자와 더불어 카카오의 SM엔터 인수전에서 지원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엔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등으로부터 유치한 1조 2000억원 투자금 가운데 1차 납부금 8975억원이 2월 24일 입금됐다.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 관계는 2019년 설립된 직후부터 이어져 왔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2021년 카카오 골프 사업 계열사인 카카오VX에 1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고 카카오엔터가 최대 주주였던 지식재산권(IP) 마케팅 기업 '그레이고'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나서자 대항 공개매수를 위해 주가 부양이 필요하던 2월 초 느닷없이 흘러나온 'CJ그룹 참전설'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배재현 대표(당시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 CIO)와 김태영 원아시아파트너스 사장은 CJ그룹 미래전략실 근무 때부터 친분이 있었다. 배 대표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역시 원아시아파트너스 매각 이전까지 카카오 계열사 그레이고 대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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