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화재 '보이는 TM' 미러링·소통 원활
NH농협생명 전화로 건강검진 설계·예약
DB손보 'AI 비서'가 기존 상품 분석·추천
교보생명 카톡 제휴 '교보톡톡' 특허 출원
"화상통화 도입 늘려 원거리 판매 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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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산업은 저출생·고령화로 위기에 처했다. 가입할 사람은 줄고 타 먹을 사람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형적인 생애 주기 모델에서 벗어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인구의 증가는 보험사에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다. 신기술 및 신산업 등장은 새로운 보험 상품이 등장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었다.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위협과 가능성이 상존하는 요즘, 여성경제신문은 국내 보험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
보험업계에 '디지털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신규 가입 고객 모집이 어려워지고 판매대리점(GA)의 확대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2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보험업계는 디지털 마케팅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흥국화재, NH농협생명, DB손해보험, 교보생명 등 주요 보험사는 상담사와 직접 대면하는 것과 흡사한 가상공간을 만들거나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상품을 설계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카카오톡과 제휴를 맺고 사용자 편의성을 증대시킨 곳도 있었다.
보험 가입자는 복잡한 약관과 낯선 용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금융 상품 관련 민원 중 보험 민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다.
흥국화재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8일 고객과 상담원이 같은 화면을 보며 가입 절차까지 밟을 수 있는 '보이는 TM' 서비스를 모든 상품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흥국화재 상품에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서든 대면 상담과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가입 희망 고객은 전화로 상담하면서 PC를 켜놓으면 미러링 방식으로 상담원과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 고객은 직접 기재해야 하는 항목 작성 시에도 상담원의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해 11월 8개 상품에 대해 시범적으로 도입됐다. 시범 사업 결과 보험 가입에 드는 시간이 대폭 줄다. 음성 통화만으로 가입을 진행하는 경우 평균 90분이 걸렸지만 보이는 TM 활용 시 평균 35분 만에 가입이 완료됐다.
보이는 TM은 보험 가입 절차가 '하나의 화면'에서 진행되기에 고객과 상담원의 이용 편의성이 증대됐다. 고객이 개인정보를 입력하거나 본인인증 절차를 거칠 때 별도의 팝업창으로 옮겨갈 필요가 없다.
흥국화재는 자동 저장·연결 기능도 적용해 가입 도중 전화나 인터넷 연결이 끊기는 상황 대비책도 마련했다. 상담원이 중간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았더라도 마지막에 본 화면이 그대로 복원된다.
고객이 상담원의 설명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형광펜 기능도 적용했다. 상담원은 설명 중인 부분을 형광펜으로 표시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 보자면 귀로는 안내를, 눈으로는 형광펜 표시를 따라가며 주요 내용을 빠짐없이 안내받을 수 있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전속 설계사와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 모두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현장 설문을 진행하고 결과를 취합해 보완점 파악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5월 모바일로 가입할 수 있는 '검진쏘옥NH용종진단보험'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1만건 이상 팔리며 NH농협생명 온라인보험 최다 판매 건수를 기록했다.

상품은 3대 기관으로 불리는 위·십이지장·대장의 용종 진단을 보장한다. 1년 만기 구조로 부담이 없다.
가입 가능 연령 폭도 넓다. 만 19세부터 70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건강검진을 처음 받는 사회초년생부터 정년퇴직 후 개별적으로 건강검진을 예약해야 하는 세대까지 이용할 수 있다.
가입자는 전화 상담만으로 맞춤형 건강검진 항목을 추천 및 설계 받을 수 있는 'NH검진케어서비스'도 누릴 수 있다. 가입자의 질환력·가족력 등을 고려한 서비스로 제휴 병원과 전문 검진센터에 예약 시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보험료 역시 저렴하다. 30세 기준 남성은 1500원, 여성은 1200원을 내면 1년간 진단보험금 10만원(1회 한정)을 보장받는다. 납입한 보험료의 10%는 NH포인트로 환급해 주는 혜택도 있다.
DB손해보험은 인공지능(AI) 비서를 개발해 특허를 얻기도 했다. AI 비서는 장기보험 설계 및 인수심사 업무와 관련해 빅데이터 기반의 고객 맞춤형 설계와 사전 인수심사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AI 비서는 정보 이용에 동의한 고객에 대해 설계사 또는 지점장 신청 시 자동으로 설계 번호를 생산한다. 이후 기존 가입 내용을 보장 분석해 가입 설계 내용을 정한다. 인수심사 역시 사고 정보 등을 활용해 미리 수행한다.
AI 비서는 시스템 활용도가 높다. 지난해 6월 시범 도입된 이후 AI 비서를 통해 월 6000명의 설계사가 10만명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3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추천하는 맞춤 플랜 및 사전 인수심사의 결과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더욱 정교화되고 있어 향후 더 많은 채널에서 보험 가입 서비스를 제시할 전망이다.
국내 메신저 시장을 점유율 95%에 달하는 카카오톡을 활용해 상담하는 서비스를 출시한 보험사도 있다.
교보생명은 18일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모바일 메신저 기반 고객지원 시스템인 '교복톡톡'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설계사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은 카카오톡 채널 '교보생명 컨설턴트'를 추가하고 연결에 동의하면 담당 설계사와 자동으로 연결된다. 고객은 클릭 몇 번으로 보험약관·상품 제안서·청약서·상품 안내 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
기존에 자료를 받아보기 위해서는 고객이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료를 다운받거나 설계사에게 자료를 요청한 뒤 전달받는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교보톡톡 서비스는 교보생명과 카카오 그룹사인 디케이테크인이 2년간 협업해 완성됐다. 카카오톡을 활용한 고객 관계 관리 시스템 마련은 국내 최초이며 이에 교보생명은 특허를 출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교보톡톡이 "장소와 상관 없이 컨설턴트(설계사)와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교보톡톡 도입으로) 가입 고객의 사후 관리가 좀 더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홍콩처럼 화상통화 상담 허용
업계 "팬데믹 끝났는데 이제서야?"
보험 업계의 적극적인 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상품 문의와 기존 가입 고객의 상품 관리는 쉬워졌지만 가입까지 한 번에 가능한 비대면 시스템은 아직 널리 활용되지 않는 상태다. 보험 상품 특성상 판매자가 고지하고 설명해야 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해외에서는 화상통화를 통한 보험 모집을 늘렸다. 일본, 홍콩 등의 국가는 2020년 ZOOM, MS Teams와 같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소비자가 보험 모집인과 가상의 공간에서 직접 대면한 것처럼 소통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이는 비대면 채널의 약점인 불완전 판매 위험성을 보완한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화상통화를 통한 보험 판매는) 완전 비대면 채널이 아니며 영업 보조수단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화상통화를 통한 보험모집을 활성화할 경우 인구 밀도가 낮고 보험 판매 인프라가 적은 지방 거주자도 쉽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김 연구위원은 "팬데믹은 끝나서 화상통화 등 비대면 판매 개발 요인이 줄었을 수는 있겠지만 잘 활용하면 원거리 영업에 유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화상통화를 활용한 보험 모집과 가입을 허용하고 관련 세부규정을 마련했지만 업계는 '너무 늦었다'며 적극적인 활용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가장 필요했던 시스템"이라며 "너무 늦게 도입됐다"고 말했다. 이어 "규준에 맞춰 시스템화할 때 드는 비용과 관리 문제도 있을 테니 (적극 도입 시) 기존보다 업무가 많아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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