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대비 부족한 농촌 정신과
노인 정신질환 발견에 신경 써야

# 이른 아침부터 지팡이 짚고 정신과 의원을 찾은 80세 A씨. '할아버지, 접수 마감됐어요'라는 말에 A씨는 한숨부터 나왔다. 오픈한 지 30분 만에 접수 마감된 이 병원은 지역 내 유일한 정신과 의료기관. 오픈런에 성공한 대기실 내 환자들은 노인으로 가득했다. A씨는 3번 연속 '입구 컷'을 당해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노인 인구가 주를 이루는 농어촌 지역은 정신과 진료‧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대도시에 비해 부족해 노인 우울증 환자들은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구 대비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람 수가 많은 지역 상위 50곳 중 20곳이 인구 5만명 미만의 농어촌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신과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은 서울 등 대도시에 집중돼 농어촌 지역의 정신건강 인프라는 열악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구 1000명당 정신질환 진료 인원수 상위 50곳 중 20곳이 농어촌 지역이었다. 대도시(50만명 이상)에 속한 지역은 21곳이었고 중소도시(5만~50만명 미만)로 분류되는 지역은 9곳이었다.
도시와 농촌 간 의료 격차로 농촌 지역의 의료시설은 도시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정신질환 관련 의료기관은 2018년 1838곳에서 지난해 9월 기준 2315곳으로 5년 새 477곳(25.95%)이 늘었지만 대부분은 서울(218곳)과 경기(102곳), 부산(38곳), 인천(19곳), 대구(19곳) 등 대도시에 집중됐다. 서울은 인구 10만 명당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6.8곳이었지만 충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곳에 그쳤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간한 '2023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강원도(27.3명) △충북(27.0명) △충남(27.0명) 등 순으로 높았다. 충남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충북은 2017년과 2018년, 강원도는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자살률 2위였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한국은 노인을 케어하는 공적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지지 않았다. 신체 질환, 만성 질환에 대한 복지 시스템만 있을 뿐 우울증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없는 편"이라며 "주로 노인이 거주하는 농어촌 지역 내 보건소 방문 시스템도 신체 질환 중심이다 보니 정신보건 체계 시스템 구축이 잘 안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노인들은 아직 다른 세대에 비해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있는 상태다.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라며 "1차 의료기관에서 노인 우울을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인 우울은 초기 단계에서 아주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진 않다. 꼭 정신과가 아니더라도 비교적 접근성이 있는 가정의학과나 내과에서 노인 우울을 조기에 선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