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대행 체제, 실·국장 교체
정부조직법 입법 우회 작업
野·여성계 "갈라치기" 반발

정부종합청사 내 여성가족부. /연합뉴스
정부종합청사 내 여성가족부. /연합뉴스

여성가족부가 장관 없는 직무대행 체제로 무기한 운영되는 동시에, 부처의 실·국장급에 다른 부처 출신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폐지 수순에 돌입해 논란이다. 총선 50일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한동안 잠들었던 여가부 폐지론 불씨가 정부 여당에 의해 살아나자 야권과 여성계의 비판이 일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김현숙 여가부 장관 사표를 수리한 이후 후임을 지명하지 않고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출신 신영숙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실·국장 인사 개편을 시작으로 여가부는 조직 관리에 필요한 수준에서 보직을 유지하면서 조직 개편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느 부처 출신 인사를 임명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이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서 진전되지 못했다. 이에 여권은 조직 형해화로 사전 준비를 하다가 오는 4월 총선 이후 국회 구도의 재편을 노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여가부 폐지법을 최초 발의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는 이제 그 소명을 다했다. 여성단체 출신 운동권을 위한 음서제 기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저는 국민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같은 법안을 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좌초된 여가부 폐지가 갑자기 추진되는 것은 현재의 여의도 정계 개편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다수 이대남들이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의 신당 창당에 기대했으나 실망하면서 대거 이탈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 차원의 성차별과 여성혐오 문제 대응이 약해지고 젠더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서 반대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에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법 개정 이전이라도 부처 폐지 공약 이행 필요성이 있다"며 "여성이 안전한 사회 만들기와 오늘 발표한 위기임산부 출산 지원과 같은 정책적 뒷받침으로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현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23일 책임위원회의에서 “우리 사회가 수십 년간 이뤄온 성평등과 여성인권 성과를 퇴행시키지 말고 국민을 갈리치기하는 정책을 당장 멈추길 바란다”며 “지난 대선 때처럼 일부 혐오층을 겨냥한 선거전략이 아니었나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는 전날 낸 성명에서 "여가부는 예산과 인력 부족 속에서도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 문화와 구조,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며 "갈등을 일으키고 시대착오적 정책을 주도하는 세력이 대한민국 정부여당의 실체"라고 질타했다.

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의전화 등 900여 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 흔들기는 성평등의 가치를 짓밟는 것과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고 다시 '성별 갈라치기'를 꺼낸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성평등 정책을 실현할 제대로 된 장관을 지명하고 여가부를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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