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홍사덕·16년 오세훈·20년 황교안 연패
지역과 인연 철저히 따지는 주민 놀라게 해
野 마찬가지 노무현 사위란 극적 효과 글쎄

국민의힘 서울시 종로구 당원협의회 고문단이 지난 17일 지역구 현역의원인 최재형 의원 지역사무소에 모여 최근 일부 언론이 보도한 '박진 전 외교부 장관 종로 출마설'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가진 뒤 ‘최재형 종로 사수’를 외치고 있다. /최 예비후보 측 제공
국민의힘 서울시 종로구 당원협의회 고문단이 지난 17일 지역구 현역의원인 최재형 의원 지역사무소에 모여 최근 일부 언론이 보도한 '박진 전 외교부 장관 종로 출마설'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가진 뒤 ‘최재형 종로 사수’를 외치고 있다. /최 예비후보 측 제공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여야의 팽팽한 접전이 예상되면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계양을 출마처럼 이른바 '스타 정치인'을 배치하는 '깜짝 공천'이 끌리긴 하지만, 주민들이 정말 깜짝 놀라는 바람에 과거 선거에서 3연패를 기록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19일 여의도 정가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선 "더불어민주당 종로 공천이 유력한 곽상언 후보를 꺾을 만한 '대마'(大馬)를 내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동시에 "그간 종로 선거에서 급조된 후보는 참패의 길로 이어졌다"는 현실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맞붙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일각에선 강남구(을) 소속인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을 종로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 장관이 종로에서 16대부터 18대까지 내리 3선을 하고, 21대 때 황교안 전 당대표에게 지역구를 양보했던 만큼 지역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지만, 자칫 그동안 텃밭을 일궈온 현역 최재형 의원을 밀어내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고민 지점이다.

또 앞선 세 번의 선거에서 종로 공략을 위해 새로 투입된 후보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 2012년 6선 중진으로 종로로 전진 배치된 홍사덕 후보가 강남구(을) 출신이 종로에서 낙선한 대표적 사례다. 경북 영주에서 정치를 시작해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홍 후보는 서울 강남을(14·15대), 대구 서구(18대) 등 여러 지역에서 승리를 거둔 맹장(猛將)이었다. 친(親) 박근혜계 지원으로 이명박(MB)계 이동관(전 청와대 홍보수석) 후보 등을 제치고 공천을 받았으나,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에게 참패했다.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는 종로구민들의 보수적 텃세 심리가 낙선 원인이었다. 지난 2016년 종로 탈환을 위해 출마한 오세훈 서울시장도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가 출마 의향을 밝힌 선거 초기 KBS 여론조사는 오세훈 후보 45.8%, 정세균 후보 28.5% 차이로 도저히 좁히기 힘든 격차가 형성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선거가 임박한 2016년 4월 7일 기준으로는 오세훈 후보 40%, 정세균 후보 40.4%로 박빙이 연출됐다.

이에 더해 새누리당의 진박(眞朴) 공천으로 인한 국민적 비호감과 함께 당으로부터의 계속되는 '지원 유세' 요구가 오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 정세균 후보 캠프에서도 "오세훈은 대선에서 지지해 주시고, 정세균은 종로 국회의원으로 지지해달라"고 호소할 정도였다.

지난 2020년 출마했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코로나19 팬데믹을 선거 호기로 삼은 문재인 정권의 재난지원금 살포, 2020년 2~3월경 계속된 미래통합당 내 공천 파동 때문에 종로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경험했다. 선거가 임박한 4월 9일 KBS 여론조사에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 59.8%,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 28.8%로 거의 '완패' 수준의 예상치를 보였다. 그나마 당일 투표에서는 양자 간의 격차가 좁혀졌으나, 이낙연 후보의 '완승'으로 끝났다. 황 대표는 이때의 충격으로 부정선거 음모론과 함께 사전투표 거부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황교안 전 대표의 경우 경기고등학교와 성균관대 재학 경험 등을 제외하면, 종로구와 큰 인연이 없다는 것이 지역 유권자들의 거부감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총선 불출마 후 총리직으로 이동한 정세균 전 의원의 호남 출향민 조직이 대거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던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제22대 4·10 총선을 50여 일 앞둔 시점 종로 상황을 종합해 보면,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종로 구청장(정문헌), 시의원(윤종복), 구의회 의장(라도균)을 비롯한 주요 지역 인사들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이들이 모두 최재형 의원과 지난 2년간 합(合)을 맞춰 왔던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깜짝 공천'의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으로 보인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맞상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 곽상언 후보의 경우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보다는 여론조사가 잘 나오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종로구의 국회의원이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종로구와 큰 인연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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