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3선 이상 3명 수도권행 사실상 거부
이철규·윤재옥 버티며 물갈이 명분 잃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철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박대출 의원. /연합뉴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철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박대출 의원. /연합뉴스

부산·경남(PK)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에 뒤늦은 '험지 출마' 바람이 일고 있지만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은 요지부동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부산·경남 중진 의원인 5선의 서병수(부산 진구갑) 의원과 3선의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이 각각 더불어민주당 전재수(부산 북구·강서구갑) 의원과 김두관(경남 양산) 의원 지역구로 출마를 선언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전일 국회에서 "낙동강 벨트엔 당 현역 의원이 없는 곳이 김해갑·을도 있다. 3선인 조해진 의원에게도 출마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PK 지역 중 부산 서부 지역과 경남 양산은 야당 지지세가 강해 여당으로선 험지로 분류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양산이 고향이다. 김해갑은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3선, 김해을은 같은 당 김정호 의원이 재선을 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 지역 5선의 주호영(수성구을 4선+수성구갑 1선) 의원과 3선의 윤재옥(달서구을) 원내대표, 김상훈(서구) 의원이 동일 지역 3선 이상 중진으로 분류되면서 15% 감점 대상이 됐다. 경북에선 고령·성주·칠곡군에 출마한 이완영 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유죄가 확정되면서 부적격 대상에 올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PK 지역을 시작으로 TK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를 내심 바라는 눈치지만 정작 TK 중진들은 지역구 출마를 고수하는 상황이다. 대구(12개 선거구)와 경북(13개 선거구)에선 민주당이 현역이거나 강세 지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의중을 반영한 '낙하산'이 내려올 경우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대구경북(TK)을 비롯한 전(全) 지역에서 30%대 초반을 달리는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강남을 비롯한 영남 텃밭에서도 "용산과 관련이 없는 개혁 공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용산 대통령실과 지도부가 역(逆)포위된 형국이다. 또 이를 감지한 김기현 전 대표도 울산 남구을에서의 5선 도전을 강행할 태세다.

지난 2020년 미래통합당의 공천 과정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형국이다. 당시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황교안 전 대표 측근의 공천을 배제하거나 지역구를 영남에서 수도권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친황·친박 학살에 성공한 뒤 물러났다. 하지만 한동훈 체제의 지도부 인사들부터 양지(陽地)를 고수하는 분위기여서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 이번 총선의 특징이다.

왼쪽부터 주호영, 윤재옥, 김상훈 의원. /각 의원실
왼쪽부터 주호영, 윤재옥, 김상훈 의원. /각 의원실

대구 달서구을 3선인 윤재옥 의원은 전략 공천은 정영환 공관위원회 소관이라며 선을 그었다. 윤핵관 가운데 가장 먼저 험지 출마를 선언한 이철규 의원도 지난 2일 본인의 텃밭(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으로 공천 신청했다. 다시 말해 정작 자신들은 몸을 사려온 지도부가 TK 중진들이 페널티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준 것.

3선의 김상훈 의원은 가장 먼저 기존 지역구에 선거사무소를 열고 4선 성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 의원은 "제가 (광역단체장)도지사 출신도 아니고 당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수도권 출마를 일축했다. 5선의 주호영 의원도 지역구 표심 다지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 의원은 일찍이 "정치를 대구에서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구 후보들이 홍보에 열을 올려온 만큼 설 연휴가 지난 뒤엔 국민의힘 공관위가 공천 신청을 번복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지역구 재배치를) 말한 분들은 당에서 충분히 논의한 후 해당 의원들에게 이야기했고 그 이후 언론에 공식적으로 말했다"며 "세 분(서병수·김태호·조해진) 외에 어떤 공식적인 말도 한 적 없다"고 몸을 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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