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그럼에도 골디락스
거품 빠지길 바라는 연준
바람 잘 날 없는 韓 금융가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주가 폭락으로 촉발된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리스크가 곧바로 태평양 건너 한국에 상륙하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홍콩발 주가지수연계증권(ELS) 파동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걷는 와중에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부실 투자까지 겹쳐 위험 노출액(익스포져)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해외 부동산 펀드는 만기가 분산돼 ELS와 성격이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올해 14조원 가량의 만기가 돌아오는 투자금은 금융사의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자금이 묶인 개인투자자는 2만3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문제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의 공정가치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점이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는 점이다.
미국 오피스 공실률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며 부동산 리스크 경보가 울린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미국 사무실 공실률은 19.6%로 집계돼 지난 40여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근로자들의 근무 형태가 재택 등 다양해진 탓이다.
반면 미국의 실업률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시작됐던 2022년 3월 3.6%에서 올 1월(3.7%)까지 단 0.1%포인트 상승하며 사실상 최대 고용을 유지, 골디락스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반면 한국은 미국 부동산 리스크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오피스 빌딩 가격이 원격근무가 증가함에 따라 고점 대비 3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을러 금융위기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히 예측했던 경제학자 게리 실링도 지난해 10월 한 방송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버블이 깨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 입장에선 부동산 버블이 깨지고 조정이 이뤄진다면 나쁠 것이 없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6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몇 년에 걸쳐 해결해야 할 문제 같지만, 관리 가능한 문제"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신규 건설이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이란 이유로 "바닥을 찍었다"는 장밋빛 전망도 상존하지만, 지금까지 미국에 편중 투자해 온 국내 금융사가 입을 손실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25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14조4000억원으로, 이중 미국 부동산 익스포저가 6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펀드(8조3000억원) 중 4조6000억원 어치의 펀드에 있어선 40%의 평가손실률을 기록했고, 나머지 3조6000억원도 손실여부를 알 수 없는 상태다. 해외부동산 익스포져 규모가 1조원을 상회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NH·하나·메리츠·신한·대신증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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