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 개발사 디폴트 '일파만파'
文정부 2021년 12월 1400억 추가투입
올 연초에도 추가 자금 요청한 다올운용

미국 소재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1800억원이 전액 손실 난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한 서민금융 재원이 해외부동산 투자로 증발한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이 일파만파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투자 자산이 1건, 18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한이익상실한 부동산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의 스테이트 스트리트 빌딩이다. 보스턴 대표 랜드마크인 이 빌딩은 연면적 9만7200㎡에 지상 36층 규모로 미국 2위 신탁은행인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이 지난해까지 이 건물을 본사로 사용해왔다.
투자는 국토부가 유한책임사원(LP)으로 참여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다올자산운용의 폰드에 재간접으로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투자 당시 기대 수익률은 연 6%였으나 코로나19 등 팬데믹이 시작되며 미국 빌딩 공실률이 증가했고, 이와 함께 건물 가치가 투자시점(1조4000억원) 대비 30% 급락했다.
기한이익상실은 채무자가 계약 조건을 위반했을 때 원래는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무를 즉시 상환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대출계약에서 채무자가 정해진 기한 내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거나 파산과 같은 중대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 발동한다.
올해 3월 해당 빌딩의 차주인 글로벌 부동산 개발사가 자금난으로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다 5개월 만에 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됐다. 국토부는 장기간 손실 상태인 자산을 손실로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부 지적에 따라 올해 회계에서는 손실로 분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9월까지 400억원, 같은 해 12월 1400억원이 해당 빌딩에 추가로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디올자산운용측은 추가 출자를 통한 담보권 실행으로 인수, 운영 권리를 확보했다고 설명했지만 차주의 디폴트 선언으로 자금 회수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금투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연초에도 다올자산운용 및 대주단에서 상황 개선을 위한 추가 출자 요청이 있었다"며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해당 요청은 미승인 됐지만 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당 물건은 주택도시기금 내 여러 포트폴리오중 하나로 미국 오피스 시장의 불황으로 인한 타격을 감안해도 성공적인 국내 대체투자 등으로 기금 전체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주택도시기금은 저소득층의 임대주택 공급,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 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택 구입 자금이나 전세자금 등을 지원할 때 쓰이는 서민금융 재원이다. 지난 2년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로 청약저축 해지가 늘었고 주택거래량은 줄어들어 기금 수입은 크게 감소한 와중에도 돈을 굴렸던 것이다. 이 결과 2021년 약 45조원에 달했던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올해 5월 기준 16조3000억원으로 약 64% 급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