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21만 개 일자리 꾸준한 성장”
임금 상승세 여전 긴축 장기화 전망
부동산 침체 소형은행 부실 기업부채 증가
“고금리 취약 부문 위기 가능성 확대”

 미국 정부는 일자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활동”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같은 자리에서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셈이다.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일자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활동”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같은 자리에서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셈이다. /AFP=연합뉴스

미국 고용시장 불길이 기대만큼 잡히지 않으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 시기가 멀어지고 있다. 현 고금리 상태가 내년 초까지도 지속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은행의 신용공급 위축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이와 정반대로 미국 정부는 일자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활동”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같은 자리에서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셈이다.

“지난달 우리 경제는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늘렸고, 제가 취임한 이후 총 1320만 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7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노동부의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 결과 보고서와 관련해 ‘바이드노믹스’를 또다시 거론했다. 바이드노믹스는 바이든(Biden)과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친 말로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껏 강조해 온 보텀업(Bottom Up·상향식) 경제를 말한다. 그는 40년 동안 미국에 이어져 온 낙수 이론은 중산층에게 실패한 정책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향한 탑다운(Top Down·하향식) 경제를 지양할 것을 강조해 왔다.

보텀업 경제를 구축하는데 고용지표 호황은 바이든 대통령 정책 비전과 맞아떨어졌다. 그는 “이는 역대 어느 대통령이 4년 임기 동안 창출했던 것보다 2년 반 동안 더 많은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라면서 "실업률은 1960년대 이후 최장기간인 17개월 연속 4%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미국의 뜨거운 고용시장은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시작했던 작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어졌다. 미국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집계한 지난 6월 민간 기업 고용은 전월(27만 8000건) 대비 2배 수준인 49만 7000건 증가했다.

또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에 참고하는 6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20만 9000개 증가로 전망치(24만 개)보다는 하회했지만 결정적으로 임금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6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4% 증가해 1년 전 대비 4.4% 상승률을 나타냈다. 임금 상승세는 인플레이션 상승의 주요 동인이다. 이에 따라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는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27일 새벽 결정되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은 90%를 넘겼다.

고금리 장기화는 은행의 신용공급 위축을 불러온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고금리 장기화는 은행의 신용공급 위축을 불러온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일자리 창출에 바이든 대통령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이는 결국 긴축 장기화 상황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고금리 장기화는 은행의 신용공급 위축을 불러온다.

상업 부동산 가치↓→소형은행 부실
경기 둔화 부채상환 ‘뚝’ 기업 디폴트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시작으로 글로벌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이후 은행권 불안은 진정됐지만 긴축 장기화 조짐은 또 다른 은행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고금리 취약 부분의 위기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상업용 부동산과 저신용 기업부채, 비은행 금융기관(NBFI), 신흥국 외화부채 등 고금리에 취약한 부문에서 위기 가능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지난 1분기 기준 18.6% 상승했다. 고금리에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서다. 황 연구원은 “상업용 부동산 침체 심화 시 소형은행 부실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면서 “미국 은행권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2조 9000억 달러 중 67%를 소형은행이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저신용 기업 부채도 또 하나의 뇌관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저신용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급증한 상태에서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로 부채상환 능력이 약화했다. 이에 따라 기업 디폴트는 이미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 미국 레버리지론 디폴트는 210억 달러(18건)로 2021~2022년 전체 기간 디폴트 규모를 상회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저신용 기업 디폴트율 전망치를 2.5~3.5%에서 4.0~5.0%로 상향했다.

상업용 부동산과 저신용 기업부채, 비은행 금융기관(NBFI), 신흥국 외화부채 등 고금리에 취약한 부문에서 위기 가능성이 확대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상업용 부동산과 저신용 기업부채, 비은행 금융기관(NBFI), 신흥국 외화부채 등 고금리에 취약한 부문에서 위기 가능성이 확대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금융위기 이후 비은행 금융기관(NBFI)의 높은 레버리지와 상호연계성, 유동성 미스매치 등도 취약 요인으로 잠재한다. 황 책임연구원은 “급성장한 사모 대출 시장(10년간 연평균 14.5%)도 NBFI 내 연계성을 높이는 잠재적 위험”이라면서 “특히 사모 대출은 비교적 최근에 급성장해 고금리 및 경기 침체의 영향을 아직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라고 우려했다.

이 밖에도 미국의 고금리와 경기침체 위험은 취약 신흥국의 부채 위험을 가중한다. 신흥국 전반의 펀더멘탈은 양호하다고 하더라도 외화 조달 여건은 악화할 수 있다. 특히 튀르키예 등 외화 조달 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취약하다.

“바이드노믹스 모욕을 강점으로 전환 노력”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정치적 약점 보완”

내년 재선 캠페인에 돌입한 바이든 대통령은 금융당국의 우려와는 다르게 ‘바이드노믹스’의 성과를 내세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 시각)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경제정책 연설에서 임기 2년간 1300만 개의 일자리 창출, 50년 만의 최저 실업률 기록을 선전했다. 또 인프라법,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 등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주요 매체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장기화 상황 등 바이든 대통령의 실책에 집중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이 바이드노믹스 용어를 수용한 건 모욕을 강점으로 바꾸려는 노력이다. 지난 2년간 미국인들은 일자리 창출 공로는 인정하지 않고 인플레이션 등 문제로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해 왔다”라고 했고 로이터는 “바이드노믹스는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큰 정치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장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을 목격해 왔다”고 비난했다.

또 CNN은 “미국은 1년 넘게 인플레이션과 씨름하고 있다. 연준이 10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하고, 서민들은 주택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과열된 노동시장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지속적인 고용난을 겪고 있고, 경기침체를 예상한 대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인 지지율은 부진한 결과를 보인다. 최근 AP통신과 시카고대학 여론연구센터(NORC)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1%의 지지를 받았고 그중 경제 분야 지지율은 34%에 그쳤다. 여론조사 업체 모닝컨설트의 최근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 오차범위 밖인 3%포인트(41% 대 44%)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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