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사상 최대·물가 목표 ‘아직’
PF 부실·내수 부진···성장 전망 스톱
미뤄진 美 피벗, 금리 차 수호 韓

금리 인하 시기가 거론되는 미국은 경제 활기를 띠지만 한국 경제는 물가, 가계 부채, 내수 부진, 그리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피벗은커녕 사면초가에 놓였다. 경기 둔화와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자니 이미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계빚이 날뛰고 금리 인하를 미루는 미국보다 먼저 피벗 할 수도 없다. 사진 왼쪽부터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이창용 한은 총재 /AP=연합뉴스
금리 인하 시기가 거론되는 미국은 경제 활기를 띠지만 한국 경제는 물가, 가계 부채, 내수 부진, 그리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피벗은커녕 사면초가에 놓였다. 경기 둔화와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자니 이미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계빚이 날뛰고 금리 인하를 미루는 미국보다 먼저 피벗 할 수도 없다. 사진 왼쪽부터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이창용 한은 총재 /AP=연합뉴스

금리 인하 시기가 거론되는 미국은 경제 활기를 띠지만 한국 경제는 물가, 가계 부채, 내수 부진, 그리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피벗은커녕 사면초가에 놓였다. 경기 둔화와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자니 이미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계빚이 날뛰고 금리 인하를 미루는 미국보다 먼저 피벗 할 수도 없다. 사상 최고치 금리 역전 차를 새롭게 경신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계 부채와 물가 목표 달성하겠다고 금리 인상 카드를 쓰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올해, 내년 성장률 전망을 겨우 유지한 상황에서 긴축 강화로 인한 경기 심리 냉각은 실제 경기 침체 국면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됐던 9연속 금리 동결은 이런 고민에서 결정됐다.

22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이 모두 제자리걸음이다. 수출 개선 흐름에도 작년 11월 전망치를 유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 전망은 2.1%, 내년 전망은 2.3%다. 이날까지 9회 연속 동결한 금리 정책과 같이 성장률 전망도 꽁꽁 얼었다.

성장률 전망치 동결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성장률 전망치 동결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성장률 전망치 동결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더디고 건설투자가 부진하겠지만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주요국 통화정책의 영향, IT 경기 개선 속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의 영향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로 재차 촉발된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여전히 한국 경제 전반을 불안에 떨게 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알려진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34조3000억원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감독 권한을 가진 은행, 증권 등 6개 금융업권에 한정한 대출잔액으로 새마을금고 등 감독 권한 밖 PF 대출 규모까지 따지면 202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PF 규모 추정치(100조2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금융당국은 대출을 옥죄기 시작했고 2월 기업 체감경기는 3년 5개월 만(2020년 6월 64)에 최악인 68을 기록했다.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다.

반도체 수출이 개선됐으나 국내 소비자의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 전장사업의 전자부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7포인트) 업종의 체감 경기가 큰 폭으로 악화했다.

부동산 PF 부실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도 자금조달 금리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했다.

경기 둔화 시그널에도 금리 인하 못 해
널려있는 악재 한은 ‘이 눈치 저 눈치’
美 금리 인하 이후로 넘어간 韓 피벗

경기 둔화 시그널에 금리 인하 대책이 시급해 보이지만 물가 목표 달성과 사상 최대 가계빚 규모는 이를 가로막는다. 사상 최대 폭으로 역전된 미국과 금리 차이 때문에 단독으로 피벗 할 수도 없다.

경기 둔화 시그널에 금리 인하 대책이 시급해 보이지만 물가 목표 달성과 사상 최대 가계빚 규모는 이를 가로막는다. 사상 최대 폭으로 역전된 미국과 금리 차이 때문에 단독으로 피벗 할 수도 없다. /한국은행
경기 둔화 시그널에 금리 인하 대책이 시급해 보이지만 물가 목표 달성과 사상 최대 가계빚 규모는 이를 가로막는다. 사상 최대 폭으로 역전된 미국과 금리 차이 때문에 단독으로 피벗 할 수도 없다. /한국은행

지난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로 지난해 7월(2.4%) 이후 반 년 만에 2%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물가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 못했다. 당국 입장에선 지난 6개월간 3%대를 지속했던 물가가 하향 추세로 완전히 전환했는지 지켜봐야 한다.

사상 최대 규모 가계 부채도 당국이 끝내 금리를 인하하지 못한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8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종전 역대 기록이던 작년 3분기(1878조3000억원)보다 0.4%(8조원) 많다.

물가와 가계빚만 놓고 볼 때는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PF 부실과 내수 부진으로 인한 침체 우려를 보자니 그럴 수도 없다.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던 2022년 중순과는 다르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로 지난해 7월(2.4%) 이후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물가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 못했다. /최주연 기자
지난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로 지난해 7월(2.4%) 이후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물가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 못했다. /최주연 기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3월 조기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가면서 동결은 이전부터 예견됐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파월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3월 회의 시까지 3월을 금리 인하 시점으로 선택할 정도의 확신 수준에 도달할 것 같지 않다”면서 “(첫 인하 시점 관련) 3월이 기본 가정(base case)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 시장의 3월 금리 인하 기대를 한순간 꺾어버렸다. 연준이 물가 2% 목표를 향해 하향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데이터를 보기 원하면서 5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옅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 : 벚꽃 금리 인하 부인한 ‘매 파월’ vs 강한 성장 반긴 ‘비둘기 파월’)

연준의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금통위가 미국의 피벗 이후에야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만약 침체 우려 때문에 금리를 먼저 인하하게 되면 금리 역전 차가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 금리 역전 차는 사상 최대치인 2%포인트다. (한국 3.5%, 미국 5.5%)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물가 상승 재료가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변동, 가계부채 추이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은행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변동, 가계부채 추이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은행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변동, 가계부채 추이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라면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였다”라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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