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근무환경 변화 CRE發 위기 우려
공실률 30년래 최고 오피스 가격 40% 뚝
시애틀·샌프란시스코 재택 하는 테크 기업↑
‘투자 척척’ 하나 6조·국민 5조·신한 4조대
연준 금리 인하 전환까진 부동산 추풍낙엽

고금리 장기화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급증으로 인한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급락에 미국 중소은행뿐 아니라 국내 5대 금융도 휘청이고 있다. 5대 금융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총 782건이며 전체 투자 원금은 20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전체 원금은 20조386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에게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등은 빠진 금융그룹이 자체 집행한 투자 규모다.
하나금융지주가 가장 많이 투자했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하나금융이 6조2458억원 △KB금융이 5조6533억원 △신한금융 3조9990억원 △농협금융 2조3496억원 △우리금융 2조1391억원이었다. 이중 수익증권과 펀드가 512건으로 총 10조4446억원이 투입됐지만, 현재 가치는 1조1002억원 줄어든 9조3444억원이다. 원금보다 10.53%가 마이너스다.
금융그룹별로 수익률을 살펴보면 가장 많이 투자한 하나금융이 마이너스 12.22%로 가장 많이 잃고 있다. 그다음 △KB금융(-11.07%) △농협금융(-10.73%) △신한금융(-7.90%) △우리금융(-4.95%) 순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북미 지역 상업용 부동산 포트폴리오 실패가 가장 컸다. 세부 투자 내역을 보면 이 지역 투자로 수백억원을 넣고 수익률이 –100%에 달하는 곳도 있다. 그룹 계열사의 다른 지역 투자 수익이 10%대 마이너스로 만회한 셈이다.
KB증권의 경우 지난 2014년 10월 미국 뉴저지의 한 상업용 빌딩에 179억6천800만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다. 현재 평가 금액은 10억7천500만원이다. 누적 배당금 97억1100만원 등을 반영하더라도 내부수익률(IRR)은 –14.14%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 2020년 12월 미국 전역의 30개 호텔로 포트폴리오를 짠 수익증권에 218억872만원을 투자했다. 현재 평가 금액이 16억7천만원으로 줄었으며 현재 평가 금액을 회수한다고 할 때 IRR은 –63.30%다.

전부 잃은 경우도 있다. 농협생명보험은 지난 2018년 6월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20 타임스퀘어 건물에 571억원을 투자했고 현재 평가 금액은 0원이다. 누적 배당금은 23억원이며, IRR은 –98.35%이다. 하나손해보험도 같은 시기 이 건물에 114억2242만원을 수익증권으로 투자해 전액을 손실 처리했으며 4억5000여만원의 배당을 챙겼지만, IRR이 –98.49%이다.
한편 5대 금융이 이 부동산들에 대출 채권, 신용 공여, 채무보증 등의 대출형태로 집행한 투자 규모는 10조에 달한다. 이 역시 하나금융이 3조6297억원(98건)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2조8494억원, 47건) △우리금융(1조7086억원, 63건) △신한금융(1조2193억원, 49건) △농협금융(5351억원, 13건) 순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급락 시 담보 가치 하락과 그에 따른 손실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실률 증가와 가격 급락 진행으로 연내 글로벌 부동산 가격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연쇄 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있다.
고금리에 재택근무로 오피스 사용 안 해
CRE 최대 40% 하락 은행 손실 불 보듯
관건은 연준 금리 인하 시점 하반기 기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5대 금융의 손실을 가장 크게 끼친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가격은 2022년 7월 고점 대비 11%, 특히 도심업무지구 오피스는 약 4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CRE는 크게 오피스, 아파트(다세대형 임대전용 주택), 소매, 산업(창고, 병원), 숙박(호텔)으로 구분된다.

2022년 3월부터 시작한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사이클과 원격근무 확대, 전자상거래 증가 등의 구조적 변화가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급락을 이끌었다. 이는 30년래 최고치로 올라간 공실률 때문이다.
특히 오피스 공실률이 지난 4분기 기준 18.6%로 30년래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는 CRE 시장 냉각을 주도했다. 미국 138개 도시 2600개 건물의 보안 키 기술을 제공하는 캐슬 시스템즈(Kastle Systems)에 따르면 10대 도심업무구역의 사무실 출근자 비중은 팬데믹 이전의 53% 회복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거래량은 전년대비 약 59% 급감했다. 아파트와 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렌트비 상승률이 급속히 둔화되면서 임대수익이 크게 저하된 영향이다. 부동산 거래량은 금리 상승과 투자 유인 감소 등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감소했다. 전년대비 아파트가 66% 감소했고 다음으로 △사무실(-63%) △산업(-52%) △소매(-42%) 순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상업용 모기지 부실 위험마저 수면 위로 올랐다. 전체 상업은행의 CRE 대출 연체율(30일 이상)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상승 추세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로 발생한 대규모 CRE 대출 만기(10~20년)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집중돼있어 은행 등 대출기관의 동반 부실화 우려도 나온다. 전체 CRE 대출의 70%가 중소은행에 집중돼있어 CRE 익스포저가 큰 은행을 중심으로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재택근무 비중이 여전히 높은 테크기업이 밀집한 도시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CRE 익스포저가 큰 미국 서부 기반 지역은행과 이에 투자한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은행이 손실 가능성이 있다. JP모건은 “CRE 가격이 30~40% 하락하는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되는 경우, 자본 대비 CRE 익스포저 비율이 과도한 은행에서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라고 본다.
연준이 금리 인하 방향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동향’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경제활동 약화와 하이브리드 근무 정착 등이 2024년 전반적 오피스 수요를 지속적을 제약할 전망이며 오피스 공실률은 올해 최대 19.8%로 정점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올해 중반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이 개시되고 경기부진이 심화되지 않을 경우 하반기부터 오피스 부분 외 CRE 시장 경색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소지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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