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정 상명대 웰스매니지먼트학과 교수
묻지마 투자 지양·노후 자산 공부 클럽 必
기초·국민·퇴직 연금으로 고정소득 만들기
운도 자산 증식 요소 부동산 지리적 이점

은퇴 후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완성한 사람들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생계 걱정에서 해방된 행복한 한국인을 위한 특별 신년기획 [돈 神]을 준비했습니다. 각 분야 돈 굴리기 달인들을 모시고 한국의 노후 재원 마련 방법을 망라하고 한계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장을 엮으려 합니다. 연금부터 투자 상품까지 분야별 달인들의 독특한 생각과 비법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은퇴 준비 시작하시겠습니까? [편집자 주]

양세정 상명대 교수(사진)는 학교에서 주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현장에서 웰스매니저로 일하는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이론과 실무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최주연 기자
양세정 상명대 교수(사진)는 학교에서 주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현장에서 웰스매니저로 일하는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이론과 실무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최주연 기자

“웰스매니지먼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주식 되게 잘한다는 수백억 자산가조차 기본적인 의식주에서 돈을 제대로 못 쓰는 분이 적지 않아요. 물론 돈 자체가 늘어나는 데 기쁨을 느낄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건 소비를 통해 실현됩니다. 결국 소비를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이고요.”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화요일, 광화문 근처 커피숍에서 상명대 양세정 교수를 만났다. 그는 상명대에서 웰스매니지먼트(Wealth management, WM)학을 가르치고 있다. 틈틈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현장에서 웰스매니저로 일하는 직장인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이론과 실무 균형도 맞추고 있다.

“교과서 용어로 ‘재무적 안정감’이라는 게 있는데 아이 키울 때 실감했어요. 예전에 뇌 호흡이라는 게 유행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압구정동에서 아이가 뇌 호흡을 한 시간 동안 하는 동안 학부모가 대기하는 조그마한 방이 있었거든요. 갑갑함이 싫어서 바로 근처에 있는 가격이 꽤 나가는 어느 카페에 가서 커피하고 조각 케이크를 시켜서 한 시간 동안 먹는데 그때 너무 재무적 안정감이 느껴지는 거예요. 굳이 그 작은 공간에 들어가서 사람들이랑 억지로 대화 나눠야 하는 노동을 피해 휴식을 만든 거죠. 편안함이 좋았고 그때 사소했지만 재무적 안정감을 절실하게 느꼈어요.”

안정을 위해 잘 벌고 모으고 늘려야 한다. 사진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둘러보는 노인 /연합뉴스
안정을 위해 잘 벌고 모으고 늘려야 한다. 사진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둘러보는 노인 /연합뉴스

양 교수에 따르면 웰스매니지먼트는 재테크를 의미하는 자산의 확장뿐 아니라 소득과 저축, 보험 그리고 소비까지 아우른다.

“돈과 관련된 모든 앨로케이션(allocation, 할당)을 의미해요. 일단 돈을 벌어들일 텐데, 구독경제까지 포함해서 고정 비용이 많잖아요. 고정비용 빼고 나머지 비용에서 의사 결정할 수 있겠죠. 여기서 투자, 저축, 보험, 소비까지 얼마나 할지 포트폴리오를 짜고 각각 항목별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요. 노후 대비도 이 과정에서 앨로케이션 할 수 있겠죠.”

양 교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한 가지가 있다고 했다. 바로 보험 영역이다.

“돈을 보호하는 데 대비가 안 돼 있으면 그게 위험으로 다가오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보험사가 워낙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다 보니 중요성보단 경계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발생이 드물지만 한번 일어나면 큰일이 나는 위험들 그것에 보험을 들어야 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생이 드물지만 한번 일어나면 큰일이 나는 위험들 그것에 보험을 들어야 하고 대비해야 한다. /픽사베이
발생이 드물지만 한번 일어나면 큰일이 나는 위험들 그것에 보험을 들어야 하고 대비해야 한다. /픽사베이

“가령 어떤 노부부가 집 한 채로 노후 대비를 하고 있었다고 칩시다. 그런데 막내아들이 회사에서 횡령을 저질렀고 아들이 감옥에 가지 않으려면 피해액을 물어줘야 했어요. 이는 갑자기 발생한 위험이죠? 결국은 집 한 채 있는데 그 돈을 빼서 모두 물어줬고 결국 전세를 오래 살게 됐어요. 이 같은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돈을 보호하는 대책,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노후 대비에 중요한 항목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투자 법칙도 곧이곧대로 따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72 법칙’이나 ‘100-나이 원칙’ 같은 유명 투자 법칙은 가이드라인 정도로 따르면 좋을 것 같아요. '100-나이 법칙'의 경우 내가 한국 실정에 맞게 계산해 보려 하니, '100-나이 x1.5'면 맞아요. 예를 들어 60세라고 할 때, 투자자산 비율은 10%밖에 안 되는 거죠. 무엇보다 투자 기간, 투자 자금, 투자성향 등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맞는 자산 배분의 기준을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60대 코인·테마주 투자 무리수 금지
알뜰하게 연금 챙겨 고정소득 마련
선거의 시간 맞이 세계 변동성 확대

그렇다면 노년엔 어떤 투자를 해야 할까. 양 교수는 우선적으로 금융 정보가 중요하다 했다. 이를 위해 젊은 시절부터 스터디 모임을 갖는 게 좋다.

“미국은 직장인들도 노후자산관리클럽 같은 모임을 통해 관리하거든요. 동네 도서관 가면 부스들이 쭉 있는데 부스마다 아침에 할아버지들도 클럽 모임을 해요. 퇴직연금 정보도 얻고 관리하고. 수익이 금방 달라질 수 있거든요. 한국도 미국처럼 그런 문화가 필요해요. 그런 자산관리 클럽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기초연금 하나론 노후 재원으로 부족해요. 50대, 60대 되면 마음이 급하고 재테크 공부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데 이 공부는 꼭 필요하고, 혼자 하지 말고 그룹 단위로 모이는 게 중요합니다. 동네마다 은행 출신이라든가 금융기관 다녀서 많이 아시는 분들이랑 같이요.”

노년엔 어떤 투자를 해야 할까. 양 교수는 우선적으로 금융 정보가 중요하다 했다. 이를 위해 젊은 시절부터 스터디 모임을 갖는 게 좋다. 양 교수는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양세정 교수
노년엔 어떤 투자를 해야 할까. 양 교수는 우선적으로 금융 정보가 중요하다 했다. 이를 위해 젊은 시절부터 스터디 모임을 갖는 게 좋다. 양 교수는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양세정 교수

60대 이상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유지하는데 적절한 투자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변동성이 큰 코인이나 테마주 등에 단기적으로 커다란 수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한 ‘묻지 마 투자’는 절대 피해야 한다.

“많은 50, 60대들이 소득 단절 기간이 다가오면서 조바심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위험상품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지만 상품 지식과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는 위험이 너무 큽니다. 손실 발생 시 만회의 기회가 없을 수 있기에 맹목적 투자는 피해야 합니다.”

양 교수는 고정 수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른바 연금과 지세, 임대료와 같은 시스템 소득이다.

“사실 임대료는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많고 월마다 개인에게 따박따박 들어오는 연금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어요. 공무원이 만든 최고의 역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주택연금도 있고 기초연금, 퇴직연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기초연금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거라고 아시는 분이 많은데 65세 이상 전체 노인 인구 중 소득 하위 70%에게 주는 거니까 우리 국민 대다수가 받을 수 있는 연금입니다. 이 같은 고정소득 재원인 기본 연금을 제대로 챙기는 게 중요합니다.”

올해 기초연금 기준 연금액은 33만4810원이다. 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3.6%)을 반영해 32만3180원에서 늘어났다. 각 주민센터에서 신청하면 되지만 이조차 모르는 노인들이 많다. 그러나 연금으로도 노후 생활을 유지하는데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때 즉시연금, 이표채권, 월 배당펀드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는 주식, 채권, 원자재, 대안 자산 등에 골고루 분산투자 하는 게 좋습니다. 개인이 직접 분산하기 어렵다면 자산 배분 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2024년에는 한국 총선을 비롯해 40여개 국가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와 고금리 여파 등 불확실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선 특정 자산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산 배분이 중요하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명언이 올해 더 절실해질 전망이다. 미래 유망 상품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다. 양 교수에 따르면 바이오 프린팅(생체 조직이나 장기를 인공적으로 제작하는 기술), 신체 증강 기술(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감각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 자율주행 고도화를 위한 차량 제어 기술 등이다.

4가지 투자 덕목 돈·생각·인내·행운
運도 주요 요소 직업의 지리학 상기
돈은 삶을 견고하게 지탱하는 수단

젊은 날 양 교수는 서울 중심부에 보유한 아파트 두 채가 재개발 대상이 되면서 자산 증식에 성공했다. 아이가 크면서 기존에 있던 서울 집을 팔고 평수를 넓힌 집에 이사 가려고 했는데, 사정이 생겨 팔지 않았고 결국 이사 간 집과 팔지 않고 보유했던 집 모두 재개발되는 행운을 얻게 됐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순전히 운이었다고 말한다.

양 교수는 투자의 4가지 덕목으로 돈과 생각, 인내, 그리고 행운을 꼽았다. 유럽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전설의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사진)가 주목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는 베스트셀러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쓴 저자로 투자를 ‘지적 모험’이라고 부르고, 투자자들에게 ‘생각하는 투자자’가 되라고 충고했다. /최주연 기자
양 교수는 투자의 4가지 덕목으로 돈과 생각, 인내, 그리고 행운을 꼽았다. 유럽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전설의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사진)가 주목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는 베스트셀러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쓴 저자로 투자를 ‘지적 모험’이라고 부르고, 투자자들에게 ‘생각하는 투자자’가 되라고 충고했다. /최주연 기자

양 교수는 투자의 4가지 덕목으로 돈과 생각, 인내, 그리고 행운을 꼽았다. 유럽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전설의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주목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는 베스트셀러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쓴 저자로 투자를 ‘지적 모험’이라고 부르고, 투자자들에게 ‘생각하는 투자자’가 되라고 충고했다.

이 운(運)이라는 요소도 준비된 자에게만 곁을 내준다. 엔리코 모레티 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직업의 지리학>이라는 저서에서 “지역의 일자리와 봉급에 미치는 영향은 당신이 누구인가보다 당신이 어디 사는가에 더 결정적으로 달려있다”라고 썼다. 이는 부동산 투자에 적용할 수 있으며, 결코 운이라는 행운의 여신이 그저 가만히 있는 자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뭉침의 힘’이 작용하는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곳에 직장이든 거주지든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양 교수의 첫 직장도 현 KB경영연구소였다.

양 교수에게 돈은 웰빙을 위한 수단이다. 모으는 것 그 자체로는 목적이 될 수 없다. 소비를 위해 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증식해야 하는 존재다. 재무적 안정감은 압구정 커피숍에서의 편안한 시간으로 구체화됐다. 그리고 누구나 이 재무적 안정감을 위해 노후 재원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

양 교수에게 돈은 웰빙을 위한 수단이다. 모으는 것 그 자체로는 목적이 될 수 없다. 소비를 위해 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증식해야 하는 존재다. 재무적 안정감은 압구정 커피숍에서의 편안한 시간으로 구체화됐다. 그리고 누구나 이 재무적 안정감을 위해 노후 재원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 /최주연 기자
양 교수에게 돈은 웰빙을 위한 수단이다. 모으는 것 그 자체로는 목적이 될 수 없다. 소비를 위해 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증식해야 하는 존재다. 재무적 안정감은 압구정 커피숍에서의 편안한 시간으로 구체화됐다. 그리고 누구나 이 재무적 안정감을 위해 노후 재원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 /최주연 기자

“내 인생에서 돈의 의미를 찾으려면 왜·얼마나·어떻게 벌고 싶은지, 또 어떻게 쓰고 싶은지·투자하고 싶은지·공유하고 싶은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이를 통해 돈에 대한 가치관을 명확하게 하고 긍정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