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이 챙기는 ‘서울 강남 찐부자 서비스’
5대 은행부터 증권·자산운용사 미래 먹거리
초고액자산가 늘려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
온라인 뱅킹 대중화···존재 이유 찾는 은행

우리금융그룹이 웰스매니지먼트(WM) 분야에 힘을 싣는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새해 첫 현장 방문으로 PB 센터를 찾았다.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VIP 세미나를 열어 WM 분야를 직접 챙긴다. 비단 우리금융만 한정된 이슈가 아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은행과 증권·보험·자산운용사는 웰스매니저 창구를 활짝 열고 고객 유치에 한창이다. 예금과 대출, 금융상품가입까지 애플리케이션(앱)에 맡긴 금융맨·우먼은 미래 먹거리로 자산관리 분야를 찍었다.
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각 금융기관의 WM 부문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먼저 올해 자산관리 전문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우리금융은 은행장뿐만 아니라 그룹회장도 팔을 걷었다. 조병규 행장이 직접 챙기는 고액자산가 전용 WM서비스 ‘투체어스W’는 청담·대치·부산에 개설돼있는데 2026년까지 반포·강북 등 주요 거점에 총 2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전날 기자간담회를 연 우리금융은 ‘고객에게 드리는 자산관리 6대 다짐’으로 △고객 중심 포트폴리오 영업 △스타급 자산관리 전문가 서비스 △고액 자산가 전용 투체어스W 확대 △토털 고객케어 서비스 △토털 금융솔루션 기반 컨설팅·세미나 확대 △완전판매 문화 정착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완전 판매 문화 정착 부분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홍콩 ELS 사태를 고려한 것으로 우리은행은 타행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상품 판매가 아닌 ‘고객 중심 포트폴리오’를 내세웠다. 홍콩ELS는 △KB국민 8조원 △신한 2조4000억원 △NH농협 2조2000억원 △하나 2조원 △SC제일 1조2000억원 △우리 400억원 순으로 총 15조9000억원 판매된 것으로 집계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5대 은행 중 이번 사태를 상대적으로 잘 피해간 우리금융이 WM업계 선두권과 격차를 좁히는 전략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올해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은 취임 후 강조했던 비이자이익 보강과 더불어 자산관리 전문은행으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배우 김희애를 내세워 본격적인 이미지 브랜딩을 시작했고 불완전판매 PB에 대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임종룡 회장님과 조병규 행장님께서 새로 선임되시면서 당연히 금융기관으로서 신경써야하는 부분을 보강하는 과정이자 우리금융의 신뢰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된다”면서 “홍콩 ELS 사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WM분야 선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고, 기업금융과 자산관리를 통해 올해 당기순이익 1등 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DLF사태와 라임펀드 사태를 발판 삼아 불완전판매에 대한 촘촘한 자기검열 시스템을 갖춘 우리금융은 증권, 보험 M&A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사장 후보도 자산관리 분야 전문가 선호
찐부자 아파트 주변 출점하는 은행·증권사
우리금융 뿐 아니라 KB와 신한, 하나, NH농협 등 5대 금융 지주의 은행을 비롯한 증권사, 자산운용사 각 계열사는 웰스매니지먼트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타기팅하고 있다. 비이자이익 확대에 기여하는 초고액 자산가를 늘리려는 의도다.

KB금융은 ‘찐부자’가 몰려있는 반포와 도곡에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를 열며 압구정 다음으로 영업 영역을 넓혔다. 은행과 증권이 하나의 팀을 이뤄 보다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이는 신한금융도 마찬가지다. 신한PWM 패밀리오피스 센터를 따로 두고 고객의 자산관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PB와 WM을 통합한 PWM을 신설했으며, 심지어 차기 사장 후보에 유일한 외부 인사인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이 포함돼있을 만큼 NH투자증권도 WM분야를 역점 사업으로 두고 있다. 사 전 부사장은 삼성증권에서 자산관리 분야 전문가로 이름 나 있다. 또 미래에셋증권과 DB금융투자는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아트컬렉션을 개최해 미술품을 통한 세테크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투자 상품에 대한 영업이 활발하다.
증권사의 트렌드는 초고가 아파트 주변 출점이다. 고액 자산가 유치 편의를 위해서다.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가 대표적이며 여기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이 단지 근처에 줄지어있다. 이 아파트는 초고액 자산가 3000가구가 산다.

은행 역할 찾기 WM 분야 달려드는 금융맨
“1세대부터 3세대까지 거래 지속에 초점”
이 같은 고객 유치 경쟁은 금융기관이 애플리케이션으로 전가된 역할을 찾기 위한 노력에 기인한다. WM 분야 활성화 가속화 시점은 디지털 환경 개선 시기와 맞물린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도 WM과 M&A 딜 메이킹 등 인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문영 신한PWM판교센터 PB팀장 여성경제신문에 “온라인 스마트 뱅킹이 대중화되고 투자 정보 입수와 거래가 편해지면서 결국 은행 창구와 센터 존재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사실이다”라면서 “이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방향성을 탐색하던 중 특화영역으로 자산관리를 미래 먹거리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고객과 소통하며 전체적으로 자금 상황을 조감하고 매니지하는 것은 아직은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고액자산가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WM분야를 활성화하는 원인이다. 정 팀장은 “가장 부유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영리치의 등장이 이를 가속한 부분도 있다”라면서 “판교에 근무하다 보니 IT 업종 고객들을 많이 만나는데 자산도 많을뿐더러 관리에도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SNI(Success & Investment) 패밀리오피스센터’와 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하는 ‘Tax센터’를 신설하는 등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WM센터는 1대부터 3대까지 대를 잇는 자산관리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김지영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 부장은 본지에 “상품 투자로 접근을 하면 일회성이 될 수 있고 만족스럽지 못하면 또 고객들이 이탈할 수 있다. 이 때문에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이 거래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는 자산 관리를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고객들이 제일 관심이 많은 부동산과 세무, 그다음에 현재와 미래의 자금 운용 계획에서 모두 만족스러워야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각 분야 전문가팀을 꾸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