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기초·공무원·과학기술인연금 설계 주도
고갈 앞둔 국민연금 개혁은 '필생 과업'
요율 15%까지 상향, 지급 개시는 지연
수익률 '낫 배드' 그러나 제고는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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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완성한 사람들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생계 걱정에서 해방된 행복한 한국인을 위한 특별 신년기획 [돈 神]을 준비했습니다. 각 분야 돈 굴리기에 달인들을 모시고 한국의 노후 재원 마련 방법을 망라하고 한계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장을 엮으려 합니다. 연금부터 투자 상품까지 분야별 달인들의 독특한 생각과 비법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은퇴 준비 시작하시겠습니까? [편집자 주] |

국민연금 개혁안 확정이 여야 정쟁에 휘말려 뒷전으로 내몰리는 동안 국민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2023년 기준 국민연금 규모는 1000조원을 넘고 당해 수익률은 10%에 달할 것이라는 소식에도 지급 개시까지는 한참 남은 대다수 국민은 한 가지 질문에 골몰하고 있다.
'낸 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는가.'
이에 관해 누구보다 객관적인 답변을 해줄 김용하 교수를 만났다. 순천향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 교수는 보건복지부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김 교수의 '연금 커리어'는 넓고 유구하다. 2007년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 기초연금 개편에 성공했으며 공무원연금 개혁과 과학기술인공제회 퇴직연금(과학기술인연금, DC형) 설계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필생 과업. 국민연금 개혁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묻자 김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2015년 제4차 공무원연금 개혁은 가입자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했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인연금은 꾸준히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혁은 여러 안이 마련됐음에도 '요율 인상 타이밍 잡기'를 두고 한없이 이어지는 정계의 눈치싸움에 적시를 놓치고 말았다.
고갈될 것이 두려워 국민연금 불입이 억울한 (비교적 젊은) 이들에게 김 교수는 말한다. "야 너두 받을 수 있어." 다만 현행 체계에서는 어렵다. 받을 수 있게 해줄 개혁안은 명확하다.
"보험료율은 올리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은 늦춰야 합니다. 2025년부터 요율 인상을 시작해서 가능한 한 빠르게, 늦어도 2030년대 중반까지는 15% 요율에 도달해야 합니다. 현재 65세인 지급 개시 연령은 2038년에 66세, 5년 뒤인 2043년에 67세, 그다음 5년 뒤인 2048년에 68세로 늦춰야 합니다."
김 교수의 말처럼 제도가 개편될 경우 2055년 고갈 예정인 국민연금은 2093년까지 버틸 수 있다. 2093년은 현재 20세인 국민연금 신규 가입자가 기대수명에 도달하는 해다. 요율과 지급 개시 연령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연금 수급 부담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도입 초기인 1990년 71.7세에 불과했던 한국인 기대수명은 2060년 90세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0.778명(2022년)에 불과한 세계 최저수준 합계 출생률은 가입자 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만약 조정에 실패해 기금 고갈 시점이 늦춰지지 않는다면 '적립' 방식이었던 재정 충원이 '부과'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는 젊은 층에 더 큰 부담이 된다.
"부과 방식의 재정 충원은 적립 기금 없이, 매년 필요한 연금 지급액만큼 근로 세대가 연금 보험료로 납입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인구가 늘어나거나 인구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사회에서 잘 운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 속도가 전례 없이 빠른 한국에서 부과 방식으로 재정을 충원하게 될 경우 연금 운용의 당위가 사라집니다. 연금 수익비가 1.0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적립 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연금 수익비는 보험료로 납부한 금액에 비해 얼마큼의 연금을 받는지 보여주는 비율을 말한다. 수익비가 2.0이고 납입한 보험료가 1000만원이라면 수령하는 보험금은 2000만원이 된다. 1.0 미만 수익비는 납부한 돈보다 수령할 돈이 적을 때 나오는 수치다.
김 교수는 보험료율을 15%보다 더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점 역시 수익비로 설명했다.
"요율이 15%보다 높아지면 상위소득자의 연금 수익비가 1.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연금 가입으로 손해를 보는 소득계층이 발생하는 것은 비합리적입니다."
수익비는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국민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현행 국민연금 수익비는 2000년생 평균 소득자 기준으로 2.0 이상이다. 보험료율이 높아진다고 해도 1.0보다 높은 수준에서 머문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은 회사가 납입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평균 수익률 5.11%, 경상 GDP 성장률과 비슷해
투자 역량 키워 해외 주식투자·대체투자 늘려야
국민연금이 받는 비판 중에는 '덩치에 비해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것도 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해외 연기금과 국민연금의 10년 평균 수익률 현황을 비교하면 캐나다(CPPIB)는 11.3%, 네덜란드(ABP)와 노르웨이(GPFG)는 각각 8.7%, 8.3%의 수익률을 기록한 데 반해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5.5%에 그쳤다. 국민연금이 처음 시행된 198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11%다. 국민연금의 자산은 세계 연기금 중 3위 수준이지만 그에 부합하는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예산정책처는 연금 운용 목표의 차이가 이 같은 결과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고수익'과 '안정성'이라는 선택지 중 국민연금은 후자를 택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자산구성에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지만 11%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던 캐나다(CPPIB)의 경우 채권의 비중은 20%도 되지 않았으며 반대로 대체투자의 비중이 50%에 달했다. 국민연금보다 기금 규모도 수익률도 큰 노르웨이(GPFG)는 기금 전액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고 자산구성 중 주식의 비중이 60% 이상이었다.
김 교수 역시 5%대의 수익률은 경상 GDP 성장률과 비슷하며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요율과 지급 개시 연령 조정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수익률 1%포인트 개선'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2093년으로 기대했던 기금 고갈 시점은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캐나다 등 기금 운용을 잘하는 국가에 비해서 (국민연금 수익률은) 낮지만 문제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금 운용을 잘해야 국민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안정적인 기조로 운용하기 때문인데 (포트폴리오에서) 해외 주식투자나 대체투자의 비중을 높인다면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투자 리스크도 함께 높아지므로 투자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을 든든한 노후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는 불입 전략도 귀띔했다. 바로 '오래, 꾸준히' 넣는 전략이다.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입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입니다. 소득이 있을 때는 보험료를 내는 게 당연하지만 소득이 없는 기간에도 최소한의 소득 기준으로 보험료를 납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초·국민연금 위에 퇴직연금 화룡점정
수익률 제고 방편? 계약형→기금형 전환
제대로 불입한다면 국민연금은 든든한 재원이 될 것이다. 노인의 70%가 받는 기초연금도 정년퇴직 이후 소득이 마땅찮을 때 도움 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기초연금만 가지고는 '윤택한' 노후 생활을 누리기가 쉽지 않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의 급여 수준은 노후 소득 보장에 충분하지는 않지만 공적연금으로서 최소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가입자들의 퇴직연금은 기존 퇴직금 제도와 다를 바 없는 확정급여(DB)형에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실정이다.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은 확정기여(DC)형이나 개인형(IRP)과 달리 가입자의 재량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이를 촉진하는 방법은 퇴직연금의 '지배 구조'를 전환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알아서 (투자)해 줄 것으로 믿고 방치하면 안 됩니다. 가입자 본인이 퇴직연금 자산 운용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구조적으로 바꿀 방법의 하나는 퇴직연금 지배 구조를 현행 '계약형'에서 '기금형'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계약형에서는 사용자인 기업이 직접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약하지만 기금형으로 전환 시 노·사·외부 전문가 3자로 구성된 '기금운영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여기서 연금이 관리 및 운용된다.
퇴직금을 일시 수령하거나 중도에 인출하는 경우도 많다. 목돈 수요가 있는 사회, 세대에서 퇴직연금 강제화는 반발을 부를 수 있다.

"현실적인 수요를 무시하고 연금 수급을 의무화한다면 반발도 클 것입니다. 정년퇴직을 앞둔 세대는 자녀를 결혼시키거나 부동산을 구매할 때 목돈이 필요합니다. 이는 사회적 현상이므로 단기간에 퇴직연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간 계층에서 안정적인 노후 소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퇴직금 연금화를 선택하는 정퇴 세대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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