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볼 때만 위법 금융시장 위축 우려
재투자가 90%인데 고령자라고 피해자?
파생상품 투자 ‘공격적 투자자’만 접근
홍콩시장 변화 무시했다면 도덕적 해이

홍콩 파생상품으로 상반기 5조 규모 손실이 관측된다. 2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금융당국은 판매사의 위법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불완전판매였는지 아니었는지가 관건이다. 투자자의 30%가 60세 이상 고령자였기 때문이다. 사진은 홍콩증시 벤치마크인 항셍지수가 17000선 밑으로 떨어진 모습. 코로나19 사태 이전 이 지수는 25000선을 넘었다. /EPA=연합뉴스
홍콩 파생상품으로 상반기 5조 규모 손실이 관측된다. 2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금융당국은 판매사의 위법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불완전판매였는지 아니었는지가 관건이다. 투자자의 30%가 60세 이상 고령자였기 때문이다. 사진은 홍콩증시 벤치마크인 항셍지수가 17000선 밑으로 떨어진 모습. 코로나19 사태 이전 이 지수는 25000선을 넘었다. /EPA=연합뉴스

홍콩 파생상품으로 상반기 5조 규모 손실이 관측된다. 관련 상품 지수가 2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금융당국은 판매사의 위법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불완전판매였는지 아니었는지가 관건이다. 투자자의 30%가 60세 이상 고령자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과거 DLF나 라임 펀드 사태와 비교해선 안 된다고 했다. 당시 사건은 상품 개발 자체가 문제가 있거나 횡령 범죄가 연루됐지만 이번 홍콩 H 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 연계증권(ELS) 손실은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주가 하락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또 홍콩 ELS가 투자 적격 심사에서 공격적 투자자로 판정을 받아야지만 접근이 가능한 상품이었다는 점은 오히려 투자자 책임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요인이다.

“투자 실패했다고 불완전판매라고 주장하고 이익 나면 침묵하는 건 온당치 않다. 상품구조가 파생상품인데 구매자가 원금 손실 가능성을 몰랐다고 할 수 없고, 판매자는 이 상품에 대해 원금이 보장된다고 말할 수도 없다.”

9일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홍콩 ELS 사태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해당 상품은 보수적 투자자가 접근할 수 없는 상품이라 했다. 예·적금과 같이 원금손실 보장만을 원하지 않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더라도 더 큰 수익을 얻길 바라는 공격적 투자자만이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고령자라도 투자 적격 심사나 투자 성향 테스트에서 원금손실이라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고 스스로 응답했기 때문에 홍콩 ELS를 살 수 있었다. 판정받을 때 본인이 체크했으면서 창구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고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개인 고객 판매 잔액만 17조7000억원에 달하며 이중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는 5조4000억원(30.5%)으로 집계됐다.

이중 파생결합증권 투자 경험이 없는 투자자는 8.6%에 그쳤다. 90% 이상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투자해 본 경험자였다.

2021년 초 1만2000대를 기록했던 홍콩 ELS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경기 하강으로 5600대로 추락했다. 만기가 도래하는 올해 상반기에 ELS 판매 잔액 가운데 5조원 가까이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부터 홍콩 ELS 상품 판매가 불완전판매였는지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 나섰다. 은행은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 등 5곳, 증권사는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 등 7곳이다. 가장 많이 판매한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이 현재 금감원 조사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부터 홍콩 ELS 상품 판매가 불완전판매였는지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부터 홍콩 ELS 상품 판매가 불완전판매였는지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한편 이번 사건은 과거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졌던 라임 펀드 사태랑은 거리가 있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투자 상품 자체가 문제였다. 자금 횡령을 했고 상품 자체를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위험성 고지를 했냐 안 했냐의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손실이 있을 때 금융기관을 범죄자로 몰고 가는 분위기는 국내 금융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정근 전 고려대 교수는 본지에 “금융상품으로 인해 손해가 날 때마다 불완전판매로 몰고 가는 것은 금융시장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 판단하에 이익을 내기도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라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금융상품 판매가 위축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본지 확인 결과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은 홍콩 ELS 판매 전 투자성향 분석과 투자 적격 심사를 마친 후 해당 상품을 판매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디폴트(기본 설정값)로 한다”면서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한다”라고 말했다.

거시 경제 변화 반영 실시간 리서치 必
“홍콩시장 국제시장 괴리 외면 가능성”

하지만 전문가는 투자 적격 심사를 거쳐 고객이 원금손실을 감수하겠다고 응답했다 해도 좋은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게 금융기관의 책임이라는 데 동의했다. 또 거시경제와 같은 투자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대기 연구위원은 “홍콩 ELS는 10년 넘게 베스트셀러였던 만큼 인기가 많았던 상품인데, 판매자가 리스크를 경고했다고 해서 고객의 손실에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하는 건 무책임한 거다”라면서 “10년 전 괜찮았던 상품이 10년 후에도 좋은 상품이 될 순 없다는 말이다. 해당 상품을 유독 우리나라에서 많이 팔았다고 한다면 해당 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살펴볼 필요는 있겠다. 변화된 투자 환경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리서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투자 적격 심사를 거쳐 고객이 원금손실을 감수하겠다고 응답했다 해도 좋은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게 금융기관의 책임이라는 데 동의했다. 또 거시경제와 같은 투자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AP=연합뉴스
전문가는 투자 적격 심사를 거쳐 고객이 원금손실을 감수하겠다고 응답했다 해도 좋은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게 금융기관의 책임이라는 데 동의했다. 또 거시경제와 같은 투자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AP=연합뉴스

오 전 교수는 변화된 홍콩시장에 주목했다. 그는 “홍콩시장이 수년 전 중국에 편입된 이후 미국과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연동된다는 시각은 무리가 있다. 변화된 지정학적 부분을 고려하고 판매사가 상품을 판매했는지, 투자자는 이를 제대로 알았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기관이 과거의 분석에만 의존해 냉철한 분석을 못했을 수도 있다”면서 “홍콩 금융시장이 국제금융시장과 괴리되는 상황을 외면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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