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조사 착수 판매사 노후 자금 투자 권유
올 들어만 5000억원 손실 상반기 최대 5조
원금 손실 상품 “노인 상대 판매 부적합”
은행 ‘브레이크’ 당국 ELS 판매 중단 검토

노후 자금부터 암보험금까지 안전자산에 투자했어야 할 고령층 자금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유입되면서 올 들어서만 5000억원 이상 손실이 확정됐다. 올 상반기만 5조 규모 손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판매사들의 ELS 상품 판매 중단이 잇따르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초고위험 상품 판매 전면 금지 카드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6일부터 홍콩 ELS 판매사 5개 은행과 6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2차 현장검사를 진행한다. 당국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1차 현장 검사에서 은행이 고령층의 노후 보장용 자금을 포함해 암보험금과 같이 원금 손실 시 생애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자금도 투자를 권유한 사례를 확인했다. 또 증권사가 창구에서 설명 녹취 의무를 피하고자 휴대전화로 온라인 판매를 한 것처럼 가입하게 한 사례도 포착했다.
앞서 KB국민은행의 ELS 관련 상품 선정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지난 2021년과 2022년 증권사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은행은 ‘개인의 일탈’이라며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홍콩 ELS는 총 15조9000억원가량 판매됐고 가장 많이 판 국민은행이 8조원 규모를 판매했다. (△신한 2조4000억원 △NH농협 2조2000억원 △하나 2조원 △SC제일 1조2000억원 △우리 400억원)
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 ELS 상품 손실액은 올해 들어서만 5221억원이다. 지난 7일까지 총 9733억원 판매된 상품의 만기가 돌아왔고 이로써 평균 손실률이 53.6%에 이른다.
홍콩 ELS 가격은 홍콩 H지수와 연계해 움직인다. 2021년 가입 당시 H지수는 1만2000포인트까지 터치했고 이날 낮 12시 9분 기준 H지수는 5306.79에 거래를 마쳤다. 최고점 대비 56%가량 하락했다. 홍콩 ELS는 3년 만기 상품으로 대부분 투자자는 투자 고통을 인내할 기회도 없이 손실을 눈 뜨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H지수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만기의 시간은 돌아오고 있다. 상반기 만기 도래 총판매 잔액은 10조2000억원, 올 한해 만기 도래 총판매 잔액은 15조4000억원(79.6%)이다. 투자 금액의 최대 50%까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만 5조, 올 한해 8조에 육박하는 손실 위험이 있다.
김병준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부 교수는 본지에 “지금 투자자의 90% 이상이 재투자자라 상품 구조를 다 알고 투자하는 투자꾼이라 하는데 그건 운이 좋았던 것”이라며 “홍콩 ELS는 매우 위험한 상품이고, 특히 2021년 홍콩 ELS는 전문가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던 상품이다. 위험 상품을 팔면 보너스가 달라지니까 당장 몇백만원 더 얻으려고 3년 뒤에 일어날 상황을 외면했다. 대표적인 모럴해저드 상품이다”라고 지적했다.
즉 운이 나쁘면 3년 후에 반 토막이 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원금의 15~20%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홍콩 ELS는 ‘반 토막 위험도 괜찮은 투자자’나 모험할 상품이었다.

홍콩 ELS로 고객 손실을 낸 판매사는 대부분 ELS 판매를 중단했다. NH농협은행이 작년 10월부터 홍콩 ELS를 포함해 모든 ELT 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KB국민과 신한, 하나 등 주요 은행도 지난달 말부터 초고위험 파생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 책임론 군불을 때면서 판매사에 압박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당국은 ‘ELS 전면 판매 금지 카드’를 꺼냈다.
지난달 29일 오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ELS 판매 중단에 대한 의견을 먼저 제시했고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ELS뿐만 아니라 금융투자 상품은 다 위험성이 있다. 검사 결과를 봐서 필요한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시중은행의 ELS 판매 전면 금지를 포함한 다양한 것들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은행의 경우에도 소규모 점포까지 판매하는 게 바람직한지, 혹은 자산관리를 하는 PB 조직이 있는 은행 창구를 통해서 하는 게 바람직한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수익성이 높은 상품에 대해선 내가 모르는 위험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은행이 판매할 때 ‘홍콩 지수가 절반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은 절대 없다, 예금이나 똑같다’라고 팔았을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물론 알고도 불완전판매라고 우기는 고객도 요즘 워낙 많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익은 위험을 내포한다. 금융소비자는 수익성과 안전성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기 때문에 둘을 동시에 만족하는 금융상품은 절대 없다는 점을 꼭 숙지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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