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0년’ 진입? CPI·PPI ‘마이너스’
7월 수출 전년 대비 14.5%↓수입 12.4%↓
글로벌 수요 둔화에 소비·투자 저조 겹쳐
대중 수출 위축·中 기술 경쟁력 강화 유의

중국 경기가 침체 속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섰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가 컸다. 최근 이를 증명하는 가시적인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중국인은 더 방어적인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가계나 기업이나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다. 심각한 내수 부진과 동시에 미·중 갈등,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수출 감소 폭은 41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문제는 이러한 디플레이션 지속 기간이 짧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경기가 침체 속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섰다. 세계 교역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 부동산 시장 위축 및 소비 둔화 등 대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상업용 빌딩 공사 현장. /AP=연합뉴스
중국 경기가 침체 속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섰다. 세계 교역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 부동산 시장 위축 및 소비 둔화 등 대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2012년 5월 당시 중국 베이징의 상업용 빌딩 공사 현장. /AP=연합뉴스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고 9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보다 물가 상승세가 뒷걸음을 친 건 코로나19 팬데믹(2021년 2월, -0.2%) 이후 처음이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4.4% 하락하며 예상치(로이터, -4.1%)를 하회했다. 이로써 생산자물가는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의 동반 하락에 블룸버그통신 등 글로벌 금융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공통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살펴볼 때”라고 말했다.

중국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됐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8월 초 5.2%(7월 5.5%)로 낮췄다. 이밖에 국제금융기구(IMF)는 5.2%, 세계은행(WB)은 5.1%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경기 침체는 세계 교역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 부동산 시장 위축 및 소비 둔화 등 대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수출이 2020년 2월(-17.2%) 이후 최대 폭으로 줄었다. 중국의 세관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7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5% 감소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물건을 가장 많이 못 팔았다.

수입 역시 전월 동월 대비 12.4% 감소했다. 수출과 수입의 감소는 중국 경제의 침체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핀포인트 에셋 매니지먼트의 장 지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속적인 수입 감소는 국내 수요가 매우 취약한 상황임을 의미한다”면서 “전반적인 소비 및 투자가 저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부진은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이 주요 원인이다”라고 분석했다.

지갑 닫는 중국인 쓸 돈 꽁꽁 싸맸다
가계 부채 증가 높은 저축 성향 강화

내수 부진도 심각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제로코로나 정책 해제 이후 내수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타오르지 않는 경기에 자국민은 지갑을 열지 않았다. 올해 소매 판매 지표 추이를 보면 지난 2월부터 플러스 전환하긴 했지만,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작년 4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18.4% 상승했는데 이는 작년 4월 상하이 봉쇄로 인한 착시효과(기저효과)일 뿐이었다.

현재 소매 판매는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4월 18.4% 이후 5월 12.7%, 6월 3.1%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인베스팅닷컴
현재 소매 판매는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4월 18.4% 이후 5월 12.7%, 6월 3.1%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인베스팅닷컴

작년 4월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경제 활동이 멈췄고 당시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1.1%였다. 작년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올해 조금만 성장해도 크게 성장한 것처럼 보였던 것. 심지어 시장 기대치(21.0%)를 하회했다. 그러나 2월부터 4월까지 소매 판매 추이는 가시적인 수치라도 상승세를 보였다.

현재 소매 판매는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4월 18.4% 이후 5월 12.7%, 6월 3.1%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는 최근 10년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 부채도 일조한다.

본지가 국제결제은행(BIS)의 중국 GDP 대비 가계부채 추이를 분석한 결과 가계 부채 비율은 최근 10년간 2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했다. 2013년 1분기는 29.8%에 불과했지만 2023년 1분기에는 61.3%로 뛰었다. 중국 가계 부채는 코로나19 팬데믹 한복판이던 2020년 3분기 처음 60%대를 넘어 최근까지 지속하고 있다.

2013년 1분기는 29.8%에 불과했지만 2023년 1분기에는 61.3%로 뛰었다. 중국 가계 부채는 코로나19 팬데믹 한복판이던 2020년 3분기 처음 60%대를 넘어 최근까지 지속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
2013년 1분기는 29.8%에 불과했지만 2023년 1분기에는 61.3%로 뛰었다. 중국 가계 부채는 코로나19 팬데믹 한복판이던 2020년 3분기 처음 60%대를 넘어 최근까지 지속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

주요국보다 수치 자체는 크지 않지만, 증가세는 눈여겨볼 만하다. 같은 기간 미국은 84.1%→74.4%로 감소했다. 한국은 77.3%→105%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계의 경우 높은 저축 성향과 소비보다 채무 상황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부진한 소비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숨통 조이는 미국 수출·투자 규제
사방이 중국 경기 하방 압력 요인
“韓 모니터링과 선제적 대응 긴요”

중국의 경기 하방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중국 위기론을 과도하다고 보는 전문가 집단도 부동산시장 위축과 인구 고령화로 단기간 안에 회복을 기대하진 못한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올해 목표치인 5% 내외 성장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올해 목표치인 5% 내외 성장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올해 목표치인 5% 내외 성장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당시 내놓은 4조 위안 규모의 재정 패키지와 같은 경기부양책으로 생긴 막대한 공공부채로 다이내믹한 부양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2019년에도 4조6000억 위안의 경기부양책을 썼다. 글로벌 IB 씨티그룹은 중국의 전체 공공부채가 지방정부융자기구(LGFV) 부채(총 60조 위안, Citi)를 포함해 108조 위안(GDP의 90%)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세계은행은 중국 경제의 구조개혁과 소비 위주로의 성장 전환이 성공할 때 2030년까지 장기 성장률 5.1%를 달성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 2~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금융기구(IMF)도 소비 위주로의 성장 전환을 비롯해 국유기업 개혁, 노동 개혁 등 포괄적인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중 갈등도 중국 경제의 주요 변수다. 미국의 대(對)중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와 중국의 미국에 대한 희귀광물 수출 제한은 대외 불확실성을 장기화시킨다.

미국의 중국 옥죄기는 더 강력해지고 있다. 10일 미국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및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양자 정보 기술 △인공지능(AI) 시스템 등에 투자 규제 조치도 발표했다. 이는 중국의 경기 회복을 가로막으며 한국 경기 회복과도 직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 경제의 상황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수조 변화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남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면서 “앞으로도 중국 경제의 상황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중국의 경기둔화로 인한 대중 수출 위축과 중국의 자국산 제품 애용, 또 기술 경쟁력 강화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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