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리더의 모른 척은 이미 드러난 문제를 키울 뿐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힘과 권위 갖춰야

로빈은 일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도 있고, 회사 사람들과도 잘 어울린다. 대표 앞에서 늘 상냥하고 싹싹하며, 경력이 적은 직원들은 그를 잘 따르고 조언도 자주 구한다. 그러나 대표는 로빈이 사석에서 자신의 험담을 한다는 제보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속으로는 로빈이 썩 내키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젊은 직원들을 잘 통솔하며 업무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로빈이 자신을 뒷담화하는 것을 모른 척하고 지낼 뿐이다.
최근 대표는 한 직원으로부터 로빈이 사석에서 대표가 하려는 중요한 일에 대해 거부하자는 여론몰이를 할 뿐만 아니라 대표 의견은 무조건 거르자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직원은 대표에게 자신이 정보 제공자임을 밝히지 말라며 간곡히 부탁했다. 왜냐하면 이 얘기를 대표에게 말할 사람은 자신 뿐인 것을 로빈이 분명 알 것이며 조직 내에서의 로빈의 영향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결국 자신이 조직에서 왕따가 되어 퇴사를 고민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막아 달라는 것이었다.
대표는 로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여러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대표인 자신을 험담하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장하는 로빈이 괘씸했지만, 한편으로는 로빈이 한 행동들을 따져 묻기에 근거도 부족하고, 제보한 직원의 간곡한 요청도 있어 바로 로빈을 문책하기는 망설여졌다.
그러나 대표가 가장 갈등하는 지점은, 만약 이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아 로빈이 퇴사라도 한다면, 당장 성과에 지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로빈이 잘 통솔했던 직원들 사이에 동요가 생기고 회사 입장에서는 곧 진행될 중요한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로빈과 같이 일하는 게 영 불편하고 불안했지만 일단 대표는 로빈과의 문제를 또 모른 척하기로 했다.
위 사례에서 ‘대표의 모른 척’은 분명하게 드러난 조직의 문제를 더 크게 키울 수도 있다. 이미 발견되었으나 적시에 해결하지 않은 조직의 문제는 서서히 커질 뿐이다.
직원이 다른 사람들에게 대표의 뒷담화를 하고 다닌다는 것은 직원이 대표를 어떤 면에서든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과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그런데 신뢰의 균열이 가는 문제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방임하는 것은, 리더로서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직원이 내 뒷담화를 하는 것을 알게 됐다면, 리더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직면하기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가장 피하고 싶을 때 그 문제에 직면한다면 해결점에 좀 더 빠르게 다가갈 수 있다. 서로가 '윈윈(win-win)'하는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리더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인식과 벌어진 문제에 대한 충분한 사전 성찰이 필요하다. 이후 리더의 질문 스킬을 발휘해서 해당 직원의 생각을 충분히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화의 목적이 문제 발생의 원인 찾기가 된다면, 자칫 직원에 대한 질책 혹은 리더에 대한 원망의 대화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직원, 리더, 회사 모두가 윈윈(win-win)하기 위한 해결안 찾기가 대화의 목적이라는 것을 먼저 명확히 하고 소통을 한다면 문제의 원인도 자연스럽게 파악하며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리더의 시야로 문제 바라보기
대부분이 그렇듯이 위 사례의 경우도 대표는 직원이 자신에 대해 뒷담화를 한다는 것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대표는 제보자의 눈을 통해 상황을 보게 되며 때로는 제보자의 판단이나 생각이 더해진 상황을 제보자의 말을 통해 알게 된다. 즉, 제보는 제보자의 시야에 있는 정보다.
리더는 제보자의 시야에서 문제를 보거나 해결책을 고민하기 보다는 직원들 간의 이해관계, 주변 상황, 상하 좌우를 살피며 더 확장된 시야로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 좁은 시야에 갇혀 감정적이거나 즉흥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면 더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이 상황의 문제와 연관된 과거의 사건, 미래에 미칠 영향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하며 조금은 냉정하게 거리를 두고 마치 나무 꼭대기 위에서 전체를 조망하듯 리더 스스로를 포함한 관련 직원들과 그 관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셋째, 리더의 권위를 현명하게 활용하기
리더의 권위는 직책 자체에서 나온다. 리더의 직책은 과거의 누적된 성과와 경험의 결과일 수 있다. 이 직책이 갖는 권위는 구성원과의 초기 관계에서 파워를 발휘할 수 있겠으나, 지속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에 영향을 주지 못할 수 있다. 핵심은 ‘리더가 갖는 직책의 권위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법’이다.
리더는 현재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지녀야 하며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춰야 한다. 리더의 진정한 권위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해결하고 조직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변화시키는 능력을 발휘할 때 그 힘을 갖는다.
뒷담화하는 직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면, 우선 리더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면해 보는 것부터 해보면 어떨까? 리더에겐 잘 쓰면 약이 되는 권위가 있고, 리더는 직원들과 함께 직원, 회사, 리더 모두 '윈윈(win-win)'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최인녕 더봄] 내가 곧 정답이자 기준?···우리 사장님은 '나야 나’ 리더
- [최인녕 더봄] 화난 리더의 메시지, 직원들 반응은
- [최인녕 더봄]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직원, 혹시 리더의 이것 때문?
- [최인녕 더봄] 화를 부르는 리더의 화법
- [최인녕 더봄] 일은 만점, 동료 직원들과는 빵점···이 직원을 어쩌죠?
- [최인녕 더봄] 워커홀릭형, 근검절약형, 24/7 미팅형···리더의 공통점은?
- [최인녕 더봄] 리더가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 되는 ‘회식’
- [최인녕 더봄] 외근과 출장 잦은 리더, 직원을 리모트 컨트롤한다면
- [최인녕 더봄] 항상 말하는 직원들만 말하는 회사···어떡할까요?
- [최인녕 더봄] 소통 지향적 리더가 만든 ‘사내 익명 게시판’, 왜 독이 됐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