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자기 과신 리더가 이끄는 팀의 성과는
한계 분명···리더 수준에만 머물게 돼
자기 객관화·생각의 유연성 등 필요

“이번에 고객사에 제안할 패키지 내용입니다. 새로운 아이템으로 교체했습니다.”
사장은 김 팀장의 보고를 들으면서 흡족했다. 사장과 비슷한 생각으로 보고하는 김 팀장이 업무 역량 측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장은 신규 캠페인을 위한 회의를 소집했다. "이번에는 신규 회원 유입을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A사가 도입했던 컨셉에 착안해서 새로운 방안의 혁신적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합니다." 김 팀장은 자신만만하게 새로운 캠페인을 제안했다.
"저는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기존 회원의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작년에 성공적이었던 프로그램 중 몇 가지 수정해서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얼마전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신 팀장은, 지금 시기에 기존 회원에 집중하는 것이 왜 효과적인지에 대해 브리핑했다.
"뭐 여러 의견이 많은데, 김 팀장 제안이 맞습니다. 김 팀장의 아이디어에 인력과 에너지를 투입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네요." 사장은 왜 김 팀장의 제안이 맞는지에 대해 자신의 오랜 경험과 사례를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익숙하게 마치 강의를 들을 준비 자세로 고쳐 앉았다. 사장은 덧붙여서, 새로운 도전이 왜 중요한지, A사가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김 팀장의 제안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회의가 끝난 후, 신 팀장은 김 팀장에게 물었다. "지금 시기에 김 팀장이 제안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을까요?"
김 팀장은 대답했다. “사장님이 결정하지 않았습니까? 어떤 프로그램을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장님이 결정한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원들은 사장을 우주의 센터로 비꼬아 말하기도 한다. 사장 스스로 자신만큼의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며, 사장이 맞다고 여기거나 선택한 것은 강하게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사장이 결정하고 사장이 책임지는 것이기에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그걸 그대로 따르면 편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제야 신 팀장은, 어차피 사장이 원하는 대로 결정될 일이었으며, 사장이 원하는 것이 정해진 답이며 기준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장에게 인정받는 직원은 사장이 원하는 것을 잘 캐치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위의 사례에서 사장은 전형적으로 ‘내가 곧 기준’인 리더다. 이런 유형의 리더는, 자신이 생각하는 범위 밖의 다른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거부감을 느끼며 옳지 않다고 판단한다. 신 팀장처럼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제시하는 직원의 이야기는 흘려듣고,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역으로 김 팀장처럼 팀원의 제안이나 의견이 리더의 생각과 근접하거나 일치할 때, 그 팀원의 의견을 완성된 수준으로 여기며 나아가 해당 팀원이 일을 잘한다고 편협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자신이 기준인 리더는 회의, 회식, 티타임 등 모든 자리에서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고 일방적인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리더와의 대화는 사실상 양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리더 잘 아는 얘기에서 시작해서 직원들을 훈계하는 것 같은 이야기로 끝나기 일쑤다. 자기 확신을 넘어 자기 과신을 하는 리더가 이끄는 팀의 성과는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서 발전하지 못하고 결국 리더의 수준에 머물고 만다.
리더의 성공 경험에 대한 확신, 일부 팀원들이 보내는 무조건인 믿음과 동의, 오랜 기간 쌓인 익숙함이 리더 안에 ‘내 생각이 곧 정답이고, 내 수준이 곧 최고’라는 아집을 만든다. 이렇게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는 리더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첫째, 자신을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멘토, 코치 등 제삼자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좋고, 나의 경험과 기준에 맞춰 결정을 내리기보다 KPI에 기반한 분석 결과, 실무자들이 파악한 강점과 약점 등을 두루 파악해 결정을 내리는 훈련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리더인 내 의견과 비슷하기 때문에 ‘옳음’, ‘좋음’과 같은 가치판단이나 감정적인 요소를 항상 배제하려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둘째, 리더 역할에 꼭 필요한 행동 중 하나인 팀원의 생각과 의도를 관심 있게 듣고 살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경력과 경험, 직위나 역할의 차이로 인해 리더와 팀원의 시야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리더가 자신의 주장만 하게 되면 팀원의 생각을 파악할 기회가 없다. 리더인 나의 이야기를 하는 대신 팀원들의 새로운 의견이나 다양한 시각을 집중해서 들어보는 자리를 주기적으로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리더가 생각지 못한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는 조직의 운영과 성과의 원동력이 된다.
셋째, 생각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 결국 리더인 내 생각이 옳을 것이라는 자기과신, 내가 세운 기준이 모든 업무와 조직 운영의 유일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 리더인 내가 모든 대화와 결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고집을 버리고 다양한 팀원의 입장에서, 여러 각도에서 생각할 줄 아는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유연성을 지닌 리더는 더 깊이, 더 멀리 볼 수 있다.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팀원을 경청하는 리더가 더 나은 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때로는 리더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과 믿음을 비워내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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