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숙제 내고 검사하기’ 식 업무 지시는 한계가 있어
직원들의 임파워먼트, 리더가 먼저 주는 신뢰가 중요

대표는 직원들에게 숙제처럼 일을 지시했고, 숙제가 끝나기 전 반드시 다른 숙제를 냈다. 해외 출장 중에도 숙제 검사하듯 지시한 사항의 중간 단계를 점검하고 추가로 할 일을 얹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표는 직원들에게 숙제처럼 일을 지시했고, 숙제가 끝나기 전 반드시 다른 숙제를 냈다. 해외 출장 중에도 숙제 검사하듯 지시한 사항의 중간 단계를 점검하고 추가로 할 일을 얹었다. /게티이미지뱅크

“ !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찰나의 순간, 대표 포함 모든 직원이 있는 그룹 메신저 방에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다 1초 만에 삭제됐다. 그런데 그 메시지를 대표가 보고 말았다. “(대표님이 사무실로 출근하시니) 근신 중이라 생각합시다. 다음 주에 대표님 출장 가면 그때 놀자”는 내용이었다.

모 스타트업 대표는 크게 실망했다. 주말도 없이 국내외로 출장을 다니며 투자 유치, 고객사와 파트너사 미팅, 업무 진행 상황 파악, 직원 면담에 실무까지 쉴 새 없이 일하는 자신과 달리 직원들은 대표 없는 날만 기다리며 놀 궁리만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대표가 직원들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은 바로 ‘끊임없이 숙제 내주기’였다. 대표가 직원들과 떨어져 있을 때 직원들이 일하도록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대표는 직원들에게 숙제처럼 일을 지시했고, 숙제가 끝나기 전 반드시 다른 숙제를 냈다. 해외 출장 중에도 숙제 검사하듯 지시한 사항의 중간 단계를 점검하고 추가로 할 일을 얹었다.

책임감 있게 일하던 직원들마저 대표의 숙제 때문에 업무 의욕이 떨어졌다. 대표의 숙제 점검이 반복되자, 능동적으로 일하는 직원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모두가 일하는 척 요령을 피웠다. 업무 성과가 어떻든 ‘대표님의 숙제 검사’만 통과하면 됐기 때문이다.

대표는 리더로서의 불안함, 직원들에 대한 불신을 스스로 해소하려는 방법으로 ‘리모트 컨트롤’하며 숙제처럼 업무를 주었다. 숙제의 본래 목적은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며 계속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는데, 직원들은 한 가지 숙제를 질질 끄는가 하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일했다. 한편 대표가 주는 업무량과 점검 횟수는 점점 늘었고, 직원들은 업무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대표가 시킨 숙제를 끝내는 일에만 급급했다.

직원들은 보고를 위한 불필요한 일들을 해야 했고, 모든 보고를 위해 대표의 일정에 맞춰야 했으며, 항상 바쁜 대표의 컨펌과 피드백을 받기까지 무작정 대기해야 할 때가 많았다. 원격으로 숙제 내기식 업무 지시를 하는 동안 과연 회사는 대표가 원했던 대로 직원들이 알아서 일 열심히 하는 회사가 되었을까? 유감스럽게도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은 떨어졌고, 직원들의 업무 역량은 나날이 약화하였다. 회사 전체의 성과도 저조해졌다. 딱 한 가지 발전한 게 있다면, 대표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발전한 직원들의 숙제 검사 통과 스킬이다.

외근과 출장이 많아서 사무실을 자주 비워야 하는 대표는 어떻게 직원들과 일해야 할까?

직원의 업무 목표와 성과에 대한 기대치를 명확히 하기

리더는 직원 스스로 만든 단기적 및 중장기적 업무 목표와 기대하는 성과에 대해 직원과 명확한 합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의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정의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과 팀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목표와 성과에 대한 정의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리더는 그때그때 숙제 내듯이 일을 주며 체크하느라 비효율적으로 바쁠 수밖에 없으며, 직원들도 능동적으로 일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피드백과 디벨롭 과정에서 적절한 역할 수행하기

직원의 업무를 일일이 감시하며 리더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추도록 강요하는 것은 효과도 없을뿐더러 직원의 성장을 제한하고 회사의 생산성을 저해한다. 리더의 피드백은 굵직해야 하고 리더의 자원 제공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직원이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때 리더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경계하며 방향성과 같이 큰 틀 안에서 조언을 주고, 직원이 일을 디벨롭 시킬 때 적절한 자원을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피드백과 디벨롭 과정에서 중요한 건 리더와 직원 간의 믿음이다.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조직 문화 형성하기

리더는 직원과 팀이 각자의 업무에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직원들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도록 동기부여해야 한다. 직원에게 결정 권한을 알맞게 위임하고, 잘했을 때 적절한 보상을 해야 직원이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성과에 대한 욕심을 낼 수 있다. 리더가 직원을 임파워링(Empowering, 권한 부여) 한다면, 리더와 직원의 물리적 거리는 업무와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자신의 업무에 책임감과 의욕을 가지고 일에 몰입하는 직원들이 모인 회사에 좋은 성과와 성장은 필연적이다. 이런 회사에서 구성원과 조직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오고자 발로 뛰는 대표가 있다면, 직원들은 더욱더 동기부여 받고 힘내서 일할 것이다. 대표와 직원 사이의 훌륭한 파트너십은 ‘신뢰’에서 나온다. 리더와 직원이 서로를 믿는다면 리더의 리모트 컨트롤도 불필요하다. 다만 신뢰는 받는 게 아니라 먼저 주는 것이라는 점, 리더로서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