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직원에 대한 감정 섞인 평가는 금물
모든 직원과 안전 거리를 유지해야

리더가 특정 직원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비난을 다른 직원에게 말한다면, 그 말을 듣는 직원도 리더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비난을 다른 직원에게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리더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리더가 특정 직원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비난을 다른 직원에게 말한다면, 그 말을 듣는 직원도 리더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비난을 다른 직원에게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리더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렇게 덜렁거리더니 이번 수주도 못 하고. 이 부장은 참 디테일이 떨어지는 사람이야.”

사장은 여느 때처럼 경영지원팀의 정 과장을 불러 속상함을 토로했다.

“이 부장님이 좀 더 꼼꼼하게 챙기셨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 텐데, 사장님께서도 아쉬움이 크시겠어요.”

사장은 자기 말을 잘 들어주고 맞장구도 잘 쳐주는 정 과장에게 속마음까지 솔직하게 터놓았다. 업무적으로도 사장은 정 과장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일이 많았지만, 사장이 답답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마다 유일하게 불러 얘기할 수 있는 직원이었다. 정 과장은 사장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원 중 한 명이다.

얼마 후 하반기에 예정된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이 부장의 역할이 배제되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회사가 이 부장에게 업무상 불이익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그 무렵, 회사에는 소문이 돌았다. 사장이 덜렁거리고 디테일이 떨어지는 이 부장을 안 좋게 봐 왔으며, 얼마 전 수주 받지 못한 건에 대해 화가 나서, 이 부장을 프로젝트에서 배제했다는 내용이었다.

소문은 사장의 귀에 들어갔고, 사장은 자신이 이 부장에 대해 말한 표현 그대로 떠도는 것을 들으면서 이 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심증이 갔다. 얼마 후, 사장은 다른 직원과의 면담을 통해 유일하게 속을 터놓으며 믿고 의지했던 정 과장이 사장과의 대화 내용을 얘기하고 다닌다는 것을 알았다.

배신감을 느낀 사장은 정 과장을 불러 사실 확인을 위해 따져 물을지, 따끔하게 얘기하고 앞으로 둘 사이의 이야기는 절대 다른 직원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할 것인지, 괘씸죄로 정 과장을 인사 이동시켜야 할지 고민했다.

사장이 느낀 배신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정 과장을 신뢰해서 ‘우리끼리니까 하는 이야기인데’라며 말한 민감한 내용이 직원들 사이에 모두 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원인은 사장이 제공한 것이다. 친밀한 직원에게 솔직하게 말한 내용, 특히 특정 직원에 대한 리더의 부정적인 평가나 생각은 다른 직원에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리더가 특정 직원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비난을 다른 직원에게 말한다면, 그 말을 듣는 직원도 리더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비난을 다른 직원에게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리더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리더의 말은 무게가 상당하며 여파가 크기에, 아무리 가깝고 편한 직원이라 하더라도, 리더의 개인적 감정이 실린 평가는 해서는 안 된다. 위의 사례에서 이 문제로 정 과장을 감정적으로 대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면, 직원에게 리더의 프로다움과 품격은 완전히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리더가 특정 직원과 허물없이 친하게 지낸다면 다른 직원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소위 ‘라인’이 형성될 수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리더가 특정 직원과 허물없이 친하게 지낸다면 다른 직원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소위 ‘라인’이 형성될 수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먼저, 리더와 직원 사이에 적정 공간이 필요하다. 리더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지라 함께 오래 일해서 특별한 직원이나 사적으로 친한 직원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직원과 적절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더가 특정 직원과 허물없이 친하게 지낸다면 다른 직원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소위 ‘라인’이 형성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공정한 리더십 발휘가 어려울 수 있으며, 능력이나 성과보다는 관계 중심의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

또한, 직원의 성향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이나 비난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업무 행위나 결과에 대한 질책은 있을 수 있으나, 사람의 성향이나 존재 자체에 대한 비난은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리더가 직원의 업무 결과에 문제를 발견해서, ‘이 부분은 문제가 많네요’가 아닌, ‘당신은 문제가 많은 사람이야’라고 한다면, 직원은 리더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상처를 받아 업무 의욕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다. 리더는 지나가는 말에도 사람 자체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객관적인 평가와 합리적 의사 결정은 리더십의 기본이다. 리더가 감정이 실린 평가를 한다면, 리더 곁에는 일 잘하는 직원보다 아부 잘하는 직원들만 남게 될 것이다. 또한, 위의 사례에서 직원들은, 이 부장이 프로젝트에서 배제된 이유는 사장의 개인적인 감정 개입의 결과로 인식했다. 리더는 다수가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의사 결정과 이를 위한 객관성과 타당성에 대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의 역할은 조직 구성원의 강점을 살려서 적절한 포지션에 배치하여 최상의 하모니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이다. 흔히 리더를 무대 밖에서 무대를 디렉팅하는 사람에 비유한다. 그래서 리더는 무대 안에 있는 사람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밖에서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를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관점을 바꿔서, 무대 안에서 리더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은, 리더의 말 한마디, 손짓, 행동 하나하나를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리더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신중해야 한다. 특히, 사람과 존재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비난은 무대 전체에 소요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리더로서 나는 직원들과 안전한 공간을 잘 유지하며, 개인적인 감정 없이 충분히 객관적인지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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