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대국민 설문 반영
대통령실 "노사와 충분한 대화할 것"
노동계 반발, 경영계 신중론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근로시간 선택을 유연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답정너' 방식이라고 지적하며 대화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13일 고용노동부는 지난 6∼8월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관련 대면 설문조사의 결과와 이를 반영한 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 국민 1215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 결과 현행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가 상당 부분 정착됐지만, 일부 업종과 직종에서는 애로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근로자 41.4%, 사업주 38.2%, 국민 46.4%가 연장근로 단위를 확대해 "바쁠 때 더 일하고 그렇지 않을 때 적게 일해 연장 근로시간을 주 평균 12시간 이하로 하는 방안"에 대해 동의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연장근로 단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업종으로 '제조업'을, 직종으론 '설치·장비·생산직'을 가장 많이 꼽았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 한도를 '주 60시간 이내', '64시간 이내', '64시간 초과', '모르겠음' 중 택하게 한 문항에선 근로자 75.3%, 사업주 74.7%가 60시간 이내를 택했다.
노동부는 설문 결과를 반영해 일부 업종과 직종에 대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69시간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의견을 밝힌 만큼 60시간 이내에서 한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설문 결과를 보면 100%가 지지하는 안은 없다"며 "그렇기에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하라는 노사와 국민의 의견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며 "노동 현장 실태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서 노사 양측과 충분한 대화를 거쳐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장시간 근로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고, 세부안을 놓고 노사간 견해차가 클 것으로 보여 실제 근로시간 개편까지 가기엔 험로가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근로자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901시간으로, 38개 회원국 중 다섯번째로 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내년 4월 총선 전 정부가 구체적 시간제를 확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의) 설문 결과에 대한 개선 방향에 동의할 수 없다"며 "특정 시기에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필요가 있다면 현행 탄력근로시간제나 선택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선 주 52시간 상한을 지키면 되는 일"이라며 "소모적인 논쟁을 유발하는 장시간·저임금 노동시간 개악 추진을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경영계는 산업현장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민 상당수가 연장 근로 관리 단위 확대를 원하는 만큼 정부는 근로시간제 개선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지나친 주당 근로시간 상한 제한 등은 노사의 근로 시간 선택권을 제약하므로 현장의 다양한 상황과 수요를 반영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입장문에서 "근로시간 유연화 대상이 일부 업종·직종에 한정되고, 지나친 근로시간 상한을 둘 경우 정부의 개선 취지를 제약할 수 있다"며 "신중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래픽]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 /연합뉴스](https://cdn.womaneconomy.co.kr/news/photo/202311/219650_427897_423.jpg)

